박근혜 1737일 만에 출소…”촛불정신 훼손한 정치적 결정”
징역 22년형 선고받은 박 전 대통령 특별사면으로 풀려나
4년 8개월로 대통령 중 역대 최장 복역
유영하 “문대통령에 심심한 사의”
“촛불 정신을 훼손한 정치적 사면”… 비판 쏟아져
[위즈덤 아고라 / 김규인 기자] 이른바 ‘국정농단’ 등의 혐의로 징역 22년형을 선고받고 서울구치소에서 복역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70)이 오는 31일 0시 특별사면으로 풀려난다.
정부는 박 전 대통령과 한명숙 전 국무총리를 국민통합 관점에서 사면 복권 대상에 포함한다고 24일 밝혔다.
사면은 일반사면과 특별사면으로 나뉘는데, 일반사면은 형 선고의 효력이 상실되는 반면 특별사면은 형 집행만 면제되고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해 형 선고의 효력이 상실된다. 쉽게 말해 일반사면은 아예 유죄 판결을 받지 않은 상태로 돌아가지만, 특별사면은 유죄판결을 받은 상태는 그대로 두고 선고 효력만 없애준다는 점에서 다르다.
헌법상 대통령이 일반사면을 하기 위해서는 국회의 동의를 얻어야 하기 때문에 절차상 일반사면보다 특별사면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박 전 대통령은 2017년 3월 31일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 수감된 이후 이날까지 1730일(약 4년 8개월 23일)째 수감 중이며 노태우(768일), 전두환(751일) 전 대통령보다 수감 기간이 길어 역대 최장 복역이다.
그동안 병원과 구치소를 오가며 지병 치료를 받아왔다. 하지만, 최근 건강 상태가 급격히 악화했다고 한다.
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는 이날 삼성서울 병원 앞에서 취재진과 만나 “어려움이 많았음에도 사면을 결정해 주신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 당국에도 심심한 사의를 표한다”라고 박 전 대통령의 말을 전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이번 사면이 생각의 차이나 찬반을 넘어 통합과 화합, 새 시대 개막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며 “우리는 지난 시대의 아픔을 딛고 새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박근혜 전 대통령을 특별 사면한 것을 두고 “촛불 정신을 훼손한 정치적 사면”이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이날 박 전 대통령을 특별사면·복권하는 배경으로 ‘대국민 화합’을 들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을 부정하고 국정농단을 일삼은 대통령이 어떻게 국민통합의 도구가 될 수 있겠는가”라며 “국민통합을 내세우기 위해선 자유, 평등, 민주화 등 통합의 방향이 있어야 하지만, 이번 사면은 어떠한 방향성도 찾아볼 수 없다. 대선을 앞둔 표 계산에 불과하다”라고 비판했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전두환 씨도 ‘국민 통합’ 명분으로 사면을 받았지만, 5·18 유가족들에 대해 사과를 한 적도 없고, 도리어 국론만 분열시켰다”며 “박 전 대통령도 국정농단에 대해 반성이나 사과가 없다. 전 씨 경우처럼 앞으로 어느 시점에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고 주장하고 지지자들이 동조하면서 국론이 분열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민사회단체는 ‘촛불 정부의 배신’이라며 일제히 강도 높은 비판에 나섰다.
참여연대는 “대통령의 정치적 사면은 촛불 시민들의 의사에 반하는 것”이라며 “사회적 통합과는 거리가 멀고,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고려에 따른 사면”이라고 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