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7.7 강진, 그 원인은…

<일러스트 The News Humanitarian 제공>

[객원 에디터 9기 / 정호진 기자] 지난 3월 말 미얀마에서 규모 7.7의 강진이 발생해 수천 명에 달하는 사망자가 나왔다. 이번 미얀마 지진은 1912년 메묘 지진(버마 지진) 이후 113년 만에 발생한 가장 강력한 지진이다. 2025년 4월 14일까지 미얀마 국가관리위원회는 이번 지진으로 인해 3,706명이 사망하고, 5,027명이 부상했으며, 실종자는 130명이라고 발표했다. 매우 강한 강도로 발생한 이번 지진은 약 1,000km 떨어진 태국 방콕에도 큰 피해를 입혔다. 진앙인 만달레이 지역에 있던 한 한인은 “땅이 물결처럼 흔들렸고, 정신을 차려보니 주변 건물들이 무너져 있었으며, 계속된 여진으로 인해 모든 곳이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라고 말했다. 이번 지진은 단층 표면을 따라 이어지는 단층 파열이 지진파의 전파 속도(S파) 보다 더 빠르게 진행되어 피해를 증폭시킨 ‘슈퍼시어(supershear·초전단) 지진’ 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학술지 네이처에서는 독일 포츠담 지구과학연구센터 지진학자 프레데릭 틸만의 분석을 인용해, 이번 미얀마 지진을 ‘초음속 분출과 같은 지진’이라고 표현했다. 초음속 분출과 같은 지진이란, 소리의 속도인 음속보다 빠르게 날아가는 초음속 비행기가 ‘소닉붐’이라는 충격파를 일으키듯이, 지진으로 발생한 S파(횡파·초속 3~4㎞)보다 단층의 파열 속도가 더 빠르게 진행되는 지진을 의미한다. 코넬대학교의 지진과학자 주디스 허바드는 초기 관측을 통해, “단층 양쪽이 최대 6.5m까지 미끄러졌으며, 우리가 관측한 지진 중 가장 큰 규모였고, 전체 파열이 약 90초 만에 발생했다”라고 전했다.

또한 이번 지진이 발생한 미얀마 지역은 인도판의 동쪽에 위치하며, 인도판은 현재 유라시아판을 북북동 방향으로 밀고 있다. 이 힘의 영향으로 미얀마 지역은 비스듬하게 밀리는 압력을 받고 있으며, 그로 인해 미얀마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사가잉 단층’이라는 거대한 변환 단층이 존재한다.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김기범 교수는 “이 주향 이동 단층이 우수향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이번 규모 7.7의 강진이 발생하게 되었다”라고 설명했다. 미얀마는 인도판, 유라시아판, 순다 판, 그리고 그보다 작은 버마판 등 최소 4개의 지각판이 만나는 지점에 위치해 있으며, 지난 100년 동안 규모 6.0 이상의 지진이 14차례 발생한 바 있어 지진 위험 지역으로 꼽힌다. 이번 지진이 진앙에서 1,000km가량 떨어진 태국 방콕 등지에까지 영향을 미친 이유로는, 지진의 진원 깊이가 얕았다는 점도 지적된다. 영국 지질연구소(BGS)의 지진학자 로저 머슨은 “진원이 얕으면 충격파가 약해지지 않고, 건물들이 강력한 진동을 그대로 받아 큰 피해로 이어진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미얀마에서 발생한 슈퍼시어 지진과 같은 강력한 지진은 드물게 일어난다. 2001년 중국 쿤룬 지진(규모 7.8), 2008년 중국 쓰촨 지진(7.9), 2018년 인도네시아 술라웨시 지진(7.5), 2023년 튀르키예-시리아 지진(7.8) 등이 대표적인 슈퍼시어 지진 사례다. 하지만 우리가 이와 같은 지진들을 통해 알아야 할 점은, 우리나라 역시 인도판이 동쪽으로 유라시아판을 밀고 있고, 태평양판이 서쪽으로 미는 힘이 작용하는 한가운데에 위치해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반도의 동쪽 지역은 현재 융기 중이며, 그 융기 지역을 넘어가면 경주와 포항에서 지진이 발생했던 양산 단층대가 있다. 이 양산 단층대는 미얀마의 사가잉 단층과 유사한 형태의 주향이동 단층으로, 향후 큰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Leave a Reply

Back To Top
error: Content is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