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60개국에 상호관세 부과하며 한미 FTA 실효성 논란 증폭

< 일러스트 OpenAI의 DALL·E 제공 >

[객원 에디터 9기 / 강세준 기자] 2025년 4월 2일 오후 4시(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총 60여 개국을 대상으로 최소 10%에서 최대 34%에 이르는 보복성 상호관세(countervailing reciprocal tariffs)를 일괄적으로 부과한다고 발표하였다. 상호관세란 미국이 일방적으로 관세를 부과받고 있는 국가에 대해 유사한 비율로 맞대응 관세를 부과하는 제도적 장치로, 무역 불균형 시정을 명분으로 사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해당 국가들로부터 부과받고 있는 평균 관세의 절반 수준만을 부과한 것이라 주장하였으나, 실질적으로는 각국의 대미 무역흑자 규모를 기준으로 관세율이 차등 적용된 것으로 밝혀졌다. 모든 국가에는 일괄적으로 10%의 기본 관세가 부과되며, 여기에 무역흑자율을 고려한 추가 관세가 덧붙는 방식이다.

이번 조치에서 한국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들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인 25%의 관세가 부과되었다. 이는 한국이 미국에 대해 별도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지 않음에도, 대미 무역흑자 규모가 크다는 이유로 부과된 조치로 보인다. 반면 중국에는 34%, 일본 24%, 유럽연합 20%, 호주 10%의 관세가 각각 부과되었다.

특히 한국의 경우, 미국과 체결한 FTA가 실질적으로 무력화되었다는 평가가 제기되고 있다. 현행 한미 FTA에는 양국 간 법률 충돌 시 미국의 국내법이 우선 적용되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은 자국 법률을 근거로 일방적인 관세 부과를 실행할 수 있으며, 한국 측은 이에 대해 법적 대응이나 보복 조치를 취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가 있다. 이는 한국이 여전히 한미 FTA에 따라 미국산 수입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지 않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한국산 제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할 수 있게 되는 불균형한 협정 운영을 가능하게 한다.

한편 미국은 이번 관세 조치에서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25% 관세 부과를 유예하기로 결정하였다. 이는 두 국가가 미국의 주요 수입 대상국이라는 점에서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목재, 아보카도 등 특정 품목에 대한 미국의 수입 의존도가 높은 만큼, 관련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고려된 결과로 보인다. 또한 기존에 이미 고율의 관세가 적용되고 있는 철강, 알루미늄, 자동차 등에는 이번 조치가 중복 적용되지 않았으며 원유 및 희토류와 같은 전략적 자원 또한 예외 처리되었다.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가 향후 미국과의 재협상을 유도하기 위한 전략적 조치라는 분석도 존재한다. 높은 관세를 일방적으로 부과한 뒤, 협상 과정에서 관세를 인하하는 대가로 상대국의 양보를 이끌어내는 방식은 트럼프 행정부가 과거에도 사용한 전략이다. 이러한 방식은 무역 구조 전반을 미국에 유리하게 재편하려는 의도를 내포하고 있다.

이번 발표는 국제통상질서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켰다. 다수의 국가들이 보복 조치를 예고하거나 WTO 제소를 검토하고 있으며, 세계 주요 증시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특히 관세 인상은 공급망 전반에 불확실성을 가중시켜 세계 경제성장률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금융기구들과 주요 투자은행들은 이번 조치로 인해 세계 경제성장률이 최대 1% 이상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하였다.

이번 미국의 관세 조치는 단기적으로는 자국 산업 보호와 무역흑자 축소라는 정책적 목표를 내세우고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자유무역주의에 기반한 국제통상체제를 위협하는 조치로 간주된다. 특히 FTA 체결국에 대한 일방적인 관세 부과는 국제협정의 신뢰도를 훼손하고, 다자간 무역 질서의 기반인 상호주의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한다는 점에서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

이번 사태에서 드러난 한미 FTA의 비대칭적 조항은 한국이 일방적인 관세 조치에 실질적으로 대응할 수 없는 구조적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러한 조항은 통상 협상이 양국 간 법적 권한을 어떻게 배분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제기한다. 특히 한국처럼 경제적으로 미국에 크게 의존하는 국가일수록, 국제 협정이 자국의 통상 주권을 얼마나 보호할 수 있는지를 보다 신중히 따져봐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는 국제법의 형평성이라는 원칙뿐만 아니라 중소 경제국들이 직면한 현실적인 취약성을 드러내는 사례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이번 관세 조치는 무역을 둘러싼 국제 권력의 불균형이 실제 정책으로 어떻게 드러날 수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한 나라가 가진 경제적 영향력이 어떻게 다른 국가에 압박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어디까지 정당화될 수 있는지는 여전히 답이 없는 질문으로 남아 있다. 세계 경제가 점점 더 상호 연결되고 있음에도, 일방적인 통상 정책이 가져올 수 있는 충격은 고스란히 다자 간 신뢰와 안정성에 영향을 미친다. 각국은 관세를 맞대응하는 수준을 넘어서 이와 같은 사례를 계기로 국제 규범을 재정비하고 통상 체제 전반의 공정성과 지속가능성을 다시 묻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Leave a Reply

Back To Top
error: Content is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