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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최대 보험사 CEO 총격 피살에 미국 충격

미국의 의료시스템의 고질적 문제와 결여된 민주적 논의 절차

 < OpenAI의 DALL·E 제공 >

[ 객원 에디터 8기 / 조예서 기자] 미국 최대 건강보험사인 유나이티드헬스케어(UnitedHealthCare) 최고 경영자가 총격으로 사망한 가운데, 9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용의자 26살 루이지 맨지오니 (Luigi Mangione)가 검거되면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건은 지난 12월 4일(현지시간) 이른 아침 뉴욕 한복판 맨해튼에서 발생했다. 투자자 콘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 길을 걷던 유나이티드헬스보험 그룹 CEO 브라이언 톰슨(50) 뒤로 한 남성이 접근해 총으로 그를 살해하고 달아난 사건이다. 살인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은 단순한 개인의 범죄 사건을 넘어 미국 의료시스템에 대한 대중의 분노와 맞물리며, 미국 전역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유나이티드헬스케어는 미국 보험사 가운데서도 보험금 지급 거절로 악명이 높다. 이 회사의 보험급 지급 거절률은 업계 평균(약 16%)보다 2배에 가까운 32%에 다다른다. 뿐만 아니라 보험금 지급 거부의 근거로 오류 발생률이 90% 이상인 AI 분석 모델을 사용했고, 90만 건 이상의 부당 보험 관행법 위반으로 1억 7300만 달러(약 2450억 원)의 과징금을 선고받았다. 이와 같이 유나이티드헬스케어는 미국 의료보험 제도에 여러 악영향을 끼치는 등 미국 서민들이 증오하는 회사이다. 이 사건의 CEO였던 브라이언 톰슨은 이런 문제의 상징적 인물로 인식되었다.

이번 사건의 주요 동기는 보험금 지급과 관련된 문제로 추정되며, 경찰이 사건 현장에서 발견한 3개의 탄피에도 지연(delay), 거부(deny), 방어 (defend)라는 단어가 새겨져 있었다. 이는 미국보험사들이 자주 사용하는 단어로, 보험금 지급을 지연하고, 청구를 거부한 다음 자신들의 행동을 방어한다는 의미로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기 위해 사용하는 전략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처럼 보험사가 이익을 우선시하고,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행태는 종종 비판의 대상이 되어 왔다. 용의자의 범행 동기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체포 당시 미국 의료 시스템을 강하게 비판하는 성명서를 소지하고 있었다. 성명서에는 유나이티드헬스그룹의 부당한 보험금 거부와 과도한 이윤 추구에 대한 불만이 담겨 있었다. 이 때문에 보험금 지급 거절에 앙심을 품은 용의자가 톰슨 CEO를 살해했다는 추정이 나오고 있다. 

한편 이런 이유로 톰슨이 사망한 후 온라인에서는 보험사의 실태를 비난하며, 살인범을 옹호하고 공감하는 동정 여론도 확산되고 있다. 끔찍한 범행을 저질렀음에도 총격범을 영웅으로 추켜 세우는 사람들의 심리에는 미국 사회에 뿌리 깊게 박힌 보험사업에 대한 불만때문이다. 하지만 어떠한 이유로도 폭력적인 방법이 정당화될 수 없다는 점은 잊지 말아야 한다. 이번 사건은 미국보험사가 고객들에게 불공정한 관행을 자행했다는 사실을 드러내고 있다.

미국은 한국처럼 국영보험이 아닌 민영보험 위주의 구조로 의료보험 시스템을 구축했다. 그렇기에 민영보험회사의 영리성이 우선시되는 시스템이다. 그러다 보니 보험금 지급이 거절되고, 보험금 지급의 보장이 효율적이지 않으며, 막대한 의료비에 개인이 파산을 하는 것이 미국 의료보험체계의 현실이다. 

이번 사건은 단순히 충격적인 범죄 사건으로만 끝날 수 없을 것 같다. 건강보험 제도의 구조적인 문제와 개인적인 불만이 얽혀있는 만큼 이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맨지오니의 행동은 보험사의 문제를 폭로하기 위한 반란이지만, 사회질서를 위협하는 범죄이다. 

보험사의 행태를 비판하는 맨지오니의 메시지는 공감하는 이도 많았으나, 이러한 동정여론으로 단순히 만조니의 행동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이 사건은 분명히 미국의 의료보험 시스템이 가진 문제점을 다시 한번 부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와 같은 고질적 사회 문제 해결에는 민주적인 논의가 필요하기에 이러한 사건이 폭력과 갈등이 아닌 대화와 변화로 이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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