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인종 간 교육 격차에 대한 역사적 고찰과 현대적 분석
역사적인 관점에서 보는 미국 인종 간의 교육 격차
[객원 에디터 7기 / 이지윤 기자] 미국은 ‘멜팅팟의 나라’로 알려져 있으며, 다양한 인종과 국적을 가진 이민자들이 공존하는 국가로 특징지어진다. 이러한 다양성은 다채로운 문화와 관점을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지만, 이와 동시에 서로 다른 사회적 배경과 가치관에서 비롯된 갈등과 문제점도 나타나게 된다. 그중에서도 특히 두드러지는 문제는 인종 간의 교육 격차이다.
미국의 역사에서 유색인종, 특히 흑인들은 교육 시스템에서 오랜 차별을 경험해 왔다. 1896년 플레시 대 퍼거슨 사건(Plessy v. Ferguson)에서 미국 연방대법원은 ‘분리하되 평등하다’라는 판결을 통해 인종분리 정책을 합법화했다. 이 판결은 미국 내 공공시설에서 인종 간 분리와 차별을 정당화하며, 흑인 학생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교육을 받아야 했다. 예를 들어, 백인 학생들은 신식 건물에서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는 반면, 흑인 학생들은 낡고 과밀한 학교에서 교육을 받았다.
이러한 차별을 해결하려는 시도도 존재했다. 1954년 브라운 대 교육위원회 재판(Brown v. Board of Education)은 플레시 대 퍼거슨 판례를 뒤집으며 공립학교에서의 인종분리 정책을 비합법화했다. 그러나 이 판결에도 불구하고, 인종 간 교육 격차는 여전히 존재하며, 그 원인은 교육 시스템 내의 구조적 문제들에 있다. 대법원은 인종분리 정책을 금지했을 뿐, 정부가 모든 학교를 통합하고 고품질의 교육을 모든 학생에게 제공해야 한다는 명시적인 지침은 내리지 않았다. 따라서, 정책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지역 간 교육 수준의 차이, 소득 격차 등 인종 간 교육 격차를 심화시키는 다양한 요인들이 존재하게 되었다.
현재 존재하는 미국 인종 간의 교육 격차
오늘날에도 미국의 인종 간 교육 격차는 여전히 심각한 문제로 남아 있다. 비영리 단체 루미나 재단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주에서 고등교육을 받는 백인의 비율은 57.3%에 달하지만, 라틴계와 흑인의 비율은 각각 22%와 38.6%로 매우 낮은 수준이다. 이러한 격차는 대학 이전의 교육 과정에서도 나타난다. 미국 중고등학교에서 아시안과 백인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우수한 성적을 내는 반면, 흑인과 히스패닉계 학생들은 낮은 성취도를 보인다.
뿐만 아니라, 인종에 따라 교육 과정에서 받는 대우에도 차이가 존재한다. 미국 정부 책임처(GAO)의 보고서에 따르면, 흑인 아이들은 유치원 이전부터 백인 아이들보다 더 자주 훈육의 대상이 되며, 공립 유치원에 등록된 흑인 아이들은 전체의 약 19%에 불과하지만, 유치원에서 정학을 당한 아이 중 47%가 흑인이다. 정학은 아이들이 중요한 교육을 받을 시간을 빼앗을 뿐만 아니라, 졸업할 확률을 낮추고, 소년원 등 청소년 사법제도에 연루될 가능성을 높인다. 이러한 차별적 대우는 결국 특정 인종의 학생들이 불우한 환경에서 자라면서 범죄에 연루될 가능성을 높이는 ‘school-to-prison pipeline’을 형성하게 된다.
교육 격차의 다양한 요인들
교육 격차를 유발하는 대표적인 요인은 사회경제적 지위이다. 연구자들에 따르면, 백인과 흑인, 백인과 히스패닉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 차이는 주로 그들이 자라온 가정의 사회경제적 배경에 기인한다. 미국에서는 아시안과 백인들이 상대적으로 높은 사회경제적 지위를 가지는 반면, 흑인, 히스패닉, 미국 원주민의 사회경제적 지위는 낮다. 이는 교육이라는 장거리 경주에서 인종 간의 출발선이 다름을 의미한다.
또한, 교육을 제공하는 교사들의 인식과 편견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미국의 교육 정책학자들에 따르면, 많은 교사들은 무의식적으로 백인 학생들에게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며, 흑인 학생들에게는 적대적일 수 있다. 이러한 편견은 유색인종 교사가 있을 경우 다소 완화될 수 있지만, 미국 전체 교사 중 유색인종 교사의 비율은 백인 교사에 비해 매우 낮다. 이로 인해 유색인종, 특히 흑인과 히스패닉 학생들이 학교에서 받는 대우가 차별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해결 방안, 그리고 앞으로 미국 교육계가 나아가야할 방안
앞서 언급한 브라운 대 교육위원회 재판처럼 인종 간의 교육격차를 꾸려는 노력은 과거뿐만 아니라 현재에도 계속되고 있는데, 이에 대한 대표적인 예는 바로 미국 대학 지원 시스템에서 특정 학생들에게 주는 혜택이다. 미국 대입 시스템은 지원자의 합격 여부를 판단할 때 학생의 성적과 활동들을 볼 뿐만 아니라, 학생이 자라온 가정환경과 사회경제적 배경 등 비학업적인 요들을 모두 고려해서 뽑는 전인적 평가(holistic process)를 시행한다. 이 말인즉슨, 성적이 조금 낮을지언정 역사적으로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은 흑인이나 히스패닉 학생이 지원을 하면 입학사정관이 학생이 자라온 학업적 환경을 고려해 합격시킬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한 미국에서는 Questbridge Scholarship과 같이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줌으로써 저소득층 학생들의 대학 진학률을 높이는 다양한 장학금 프로그램들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장기적인 지원 시스템 없이 단기적인 지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미국 대학은 입학뿐만 아니라 졸업도 매우 어렵기 때문에, 입학한 학생들이 졸업에 이르는 과정에서도 인종 간 격차가 발생한다. 과거 연구에 따르면, 흑인과 히스패닉 학생들은 장학금을 받아 대학에 입학하더라도 졸업률이 낮다. 이러한 격차는 학사 학위, 박사 학위, 그리고 구직 과정에서도 더욱 확대된다.
따라서 미국 교육계가 인종 간 교육 격차를 최대한 좁히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지원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단순히 입학 기회를 제공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입학 후에도 학생들이 교육을 꾸준히 받을 수 있도록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브라운 대 연방대법원 사건, 전인적 평가, 그리고 다양한 장학금 프로그램들이 시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실제로 인종 간 교육 격차 해소에 얼마나 효과적인지에 대한 비판적 사고와 평가가 필요하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보다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노력을 통해 인종 간 교육 격차를 줄여나가는 것이 미국 교육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