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구진, 죽은 돼지 살리는데 성공
죽은 돼지 살리는데 성공한 미국 연구진들
이로 인해 죽음의 정의가 바뀔까?
[객원 에디터 3기 / 이석현 기자] 미국 예일대 의대에서 기능이 멈춘 장기를 재생하는 데 성공했다. 다만 일부 세포와 혈관은 살렸지만 의식은 회복되지 못했다.
네나드 세스탄 예일대 교수팀은 지난달 18일에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죽은 돼지를 살리는 데 성공했다는 연구 내용을 발표했다. 연구진은 죽은 지 4시간이 지난 돼지 32마리에서 뇌를 분리한 뒤 ‘브레인 EX’라는 시스템으로 혈액 모방 특수용액과 산소를 공급했다.
‘브레인 EX’는 인공 혈액이 담긴 수조와 기다란 관으로 구성돼 있다. 이 관을 돼지 뇌에 있는 주요 동맥에 연결한 뒤 브레인 EX 장치를 이용해 맥박이 뛸 때 혈액순환이 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인공 혈액을 뇌에 집어넣었다. 폐사 판정을 받은 뇌에 살아 있을 때의 산소가 포함된 혈액을 집어넣은 것과 같다. 인공 혈액에는 산소와 함께 혈액 대체재 역할을 하는 안정제, 연구자들이 개발한 물질이 들어갔다. 이 시스템이 가동되는 6시간 동안 죽은 돼지의 뇌에서 일부 신경세포와 교세포, 혈관세포의 기능이 회복됐다.
이번 연구를 통해 과학자들은 뇌세포에도 어느 정도 회복 능력이 있음을 확인했으며 이번 연구가 뇌졸중이나 파킨슨병, 알츠하이머 등 뇌질환 치료에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오원종 한국 뇌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치매, 파킨슨병과 같은 뇌질환은 모두 뇌세포가 손상되거나 뇌 구조에 문제가 생기면서 발생한다”며 “브레인 엑스에 넣은 물질이 어떤 성분인지 모르겠지만 손상된 뇌세포 기능이 일부 회복된 만큼 관련 질병 치료에 적극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예일대 생명윤리학자 스티븐 라탐은 “이번 연구결과는 단지 첫걸음일 뿐”이라며 “사람에 대한 사용까지는 아직 한참 남았다”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다음 연구 단계로 되살린 장기가 제대로 기능하는지, 성공적으로 해당 장기를 이식할 수 있는지를 살펴볼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이 기술이 손상된 심장이나 뇌를 복구하는 데 사용될 수 있을지도 실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번 연구 결과를 놓고 외신들은 생명과 죽음의 경계로 여겨졌던 기존의 정의에 새로운 의문을 제기한다고 평가했다.
죽은 생명을 다시 살릴 수 있는 날이 우리들의 생각보다 가까이 있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