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셧다운제 돌입하나
[객원 에디터 6기 / 박혜진 기자] 미국 연방 하원의장이 임기 도중 해임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는 미국 역사상 초유의 사태다. 전례 없는 사태에 차기 의장을 선출할 시기나 선출할 방법 등을 놓고 모두가 패닉 상태다. 의회가 예산안을 10월 전까지 처리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미국 정부의 예산안 처리와 우크라이나 지원 등 연방 정부의 업무가 이른바 ‘셧다운’이라고 불리는 중단 사태를 맞게 된다. 셧다운에 돌입하면 미국 내 필수 공무원들은 무급으로 업무를 하게 되고, 다른 공무원들은 강제 휴직을 맞이하게 된다.
미국 하원은 221 대 212 구도로 공화당 의원이 절반 이상이다. 다수당인 공화당의 대표 격인 인사가 해임당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연방 하원의 장인 매카시 의장은 지난달 30일 연방정부 셧다운을 막기 위해 45일 치 임시예산안을 처리했고, 이는 매카시 해임의 발단이 됐다. 공화당 내 강경파인 매트 게이츠 하원의원은 매카시 의장이 바이든 정부에 끌려다닌다고 주장하며 매카시 의장에 대한 해임 결의안을 발의했다. 공화당 내 투표 참여 의원 218명 중 이탈표 8명과 민주당 의원 전원의 찬성표가 더해지면서 매카시 의원의 해임이 의결됐다. 대통령과 부통령에 이어 권력 서열 3위인 연방 하원의장이 임기 중 해임당한 것은 미국 의회 역사상 최초다.
이에 모두가 혼란스럽고 모든 것이 불투명한 상태다. 매카시 의장은 해임결의안 처리 직후 하원의원직 불출마를 선언했다. 현재는 공화당 소속 패트릭 하원 금융위원장이 임시 의장에 올랐고 차기 의장 후보에는 하원 내 공화당 이인자인 스티브 하원 원내대표, 3인자인 톰에머 원내총무 등이 올라와 있다. 그러나 차기 연방 하원의장 선출 절차는 간단하지 않다. 당장 하원 의장직을 얼마나 오래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규정이 없을뿐더러 통상 의장 선출은 2년마다 새로 구성된 하원이 회기를 시작하면서 이뤄졌는데, 이러한 방식에 익숙해진 의원들이 얼마나 빨리 차기 의장을 선출하는 작업에 돌입할지가 불투명하다. 해임 결의안을 발의한 게이츠 의원이 지난 11일에 의장 선출 투표를 하자고 제안했지만 그의 제안이 이뤄질지도 분명하지 않다. 의장의 공석이 길어질 경우, 셧다운에 대한 공포가 다시 부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공화당의 취약한 의석 구조가 확인됐다는 점도 위험 요소다. 공화당은 당장 다음 달 중순에 있는 임시예산안 종료에 맞춰 민주당과 함께 본예산 협상에 나서야 한다. 하지만 정부 지출 삭감 등의 당내 강경파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언제든 다시 이러한 사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정국 불확실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한 통신 매체에서는 공화당이 내년 대선을 앞두고 여론이 악화되는 것을 피하고자 단합을 선택하지 않는다면 차기 의장 선출 때도 혼란이 벌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매카시 의장은 임시예산안 처리 주도 등을 두고 당내 강경파를 겨냥한 듯 “정부라는 것은 타협점을 찾도록 설계되어 있다”면서 자신은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 현재 공화당 내부에서의 갈등은 끊임없이 진행되고 있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