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백신 특허 포기 지지…”코로나 종식 더 중요”
바이든, 백신 생산을 확대하기 위한 지식재산권 면제 지지
WTO, “코로나19와의 싸움에서 기념비적 순간”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EU 핵심국 정상 반대
[ 위즈덤 아고라 / 우연주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5일 코로나19 백신 생산을 확대하기 위한 지식재산권(이하 지재권) 면제 요구를 지지한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복제 백신 생산을 일시적으로 허용해 미국의 국제적 리더십을 되찾고 전 세계적인 백신 부족과 수급 불균형에 대한 국제적인 압박이 요인이 됐다.
효과와 부작용 면에서 안전하다고 평가받고 있는 mRNA 방식의 화이자나 모더나 등이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지재권을 포기하면 다른 나라 기업들도 특허료를 지급하지 않고 복제 백신을 제조할 수 있다.
미국 무역대표부는 코로나 종식을 위하여 백신 특허권 포기를 지지한다고 밝혔으며 세계 무역기구와 적극적으로 협상에 나서겠다고 했다. 다만 회원국들의 합의가 필요해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백신 지재권이 면제되려면 WTO 164개 회원국이 모두 동의해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 독일 정부 대변인은 성명에서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백신 공급을 지지하지만, 백신 생산에 있어 가장 큰 제약은 지재권이 아니라 생산량 증가와 품질 보증”이라면서 “지식재산권 보호는 혁신의 원천이며 앞으로도 그렇게 유지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포르투갈 포르투에서 8일(현지시간) 끝난 EU 정상회의에서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핵심국 정상들은 백신 지재권 면제 논의에 앞서 미국이 백신과 원재료 수출을 늘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메르켈 독일 총리는 “백신 지재권 면제는 공급 부족에 대한 해결책이 아니다”라면서 “미국이 백신과 원재료를 세계에 제공해야 할 때다. EU는 유럽에서 생산되는 백신을 세계로 공급해왔고, 이것이 국제 표준이 돼야 한다”라고 밝혔다. EU는 세계 각국에 2억 회분의 백신을 수출했지만, 미국은 국방물자 생산법을 앞세워 백신은 물론 원료 수출까지 막아왔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그러나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직접 지재권 면제를 지지한다는 뜻을 밝히면서 자국 정부에 검토를 지시했고,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이날 EU가 지재권 면제를 논의할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도 찬성 의견을 밝혔다.
일각에서는 지재권 면제만으로는 큰 의미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미 생산설비에서 백신을 최대치로 만들어내는 상황인 만큼 지재권을 면제한다고 해도 생산량이 대폭 늘지는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백신 특허를 풀어주는 것에 더해 ‘생산 비법’, 즉 제조기술까지 공개해야 생산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트위터를 통해 “코로나19와의 싸움에서 기념비적 순간”이라며 환영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지재권 면제만큼 중요한 것은 백신 제조 노하우, 숙련된 인력, 품질 관리 방법 등 백신 관련 인프라가 세계에 공유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화이자 등이 속한 국제제약협회연맹은 “잘못된 해법”이라며 “백신 원료 부족 해소, 빈국과 백신을 나누려는 부국의 의지 등이 해법”이라고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