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쇄국, 중국의 국제화
트럼프 취임 후 국제질서 재편의 새로운 기회를 발견하는 중국
![](https://i0.wp.com/wisdomagora.com/wp-content/uploads/2025/02/%EC%8A%A4%ED%81%AC%EB%A6%B0%EC%83%B7-2025-02-08-%EC%98%A4%EC%A0%84-9.48.34.png?resize=800%2C798&ssl=1)
[객원 에디터 8기 / 신승우 기자] 지난 1월 20일,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세계보건기구 (WHO) 탈퇴를 공식 선언했다. 미국은 WHO 최대 기부국 중 하나로, 연간 4억 달러 이상을 지원하며 국제 보건 정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미국의 WHO 탈퇴는 전 세계 보건 협력에 큰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중국이 국제 보건 분야에서 더욱 강력한 입지를 구축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WHO 탈퇴는 가장 먼저 WHO의 재정 상황에 심각한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WHO 예산의 약 15%를 차지하는 주요 기부국으로, 이 자금은 감염병 예방, 백신 개발, 저소득 국가의 보건 지원 등에 사용되어 왔다. 미국이 빠지면서 WHO는 대체 재원을 찾거나 일부 프로그램을 축소해야 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에 따라 WHO는 다른 회원국들의 추가적인 기부를 요청할 가능성이 크며, 중국을 비롯한 신흥 강대국들이 재정 공백을 매우면서 WHO 내 영향력을 확대할 수도 있다.
중국은 이미 WHO에 상당한 기부금을 제공하고 있으며,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WHO에 대한 지지를 적극적으로 표명한 바 있다. 미국의 탈퇴는 단순한 재정적 손실뿐만 아니라, 국제 보건 협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WHO는 감염병 발생 시 국제적인 협력을 통해 신속한 정보 공유와 방역 대책을 조율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미국이 탈퇴함으로써 WHO와 미국 간의 협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글로벌 보건 위기 대응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미국이 WHO를 떠나면서 미국 내 감염병 연구소 및 보건 기관과 WHO 간의 협력이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글로벌 감염병 대응 체계의 단절을 초래할 수 있으며, 국제 사회가 차후 팬데믹에 대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요인이 된다.
한편, 중국은 미국의 파리협정과 WHO 탈퇴에 대해 비판하며 세계와 함께 협력해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궈자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21일 정례브리핑에서 미국의 파리협정 탈퇴와 관련해 “기후변화는 전 인류가 직면한 공동 도전이며 어느 나라도 예외가 될 수 없고 어느 나라도 홀로 안전할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적극적인 기후변화 대응 의지와 행동은 일관적”이라며 “중국은 각국과 함께 인류운명공동체 이념을 견지하고 기후변화 도전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면서 글로벌 녹색 저탄소 전환 과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WHO 탈퇴에 대해서도 궈 대변인은 “중국은 WHO가 직무를 수행하고 국제 공중보건 협력을 심화하며 글로벌 보건 거버넌스를 강화하고 인류보건건강공동체 구축을 추진하는 것을 변함없이 지지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와 관련해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SCMP)는 같은 날 전문가 분석을 인용해 미국의 리더십 공백으로 중국이 기회를 얻을 수 있다면서도 영향력이 제한적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중국은 이미 국제기구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으며, WHO와도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해 왔다. 중국은 미국이 떠난 자리를 대신하며 WHO 내 발언권을 더욱 높일 것으로 보인다. WHO 내 중국의 영향력 확대는 국제 보건 정책뿐만 아니라, 외교적 차원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중국이 WHO를 통해 자국의 보건 외교를 강화하면서, 미국과의 국제 보건 분야 주도권 경쟁에서도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미국의 WHO 탈퇴는 단순한 국내 정책이 아닌, 글로벌 보건 체계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건이다. 재정적 공백과 국제 보건 협력의 약화는 세계적인 보건 위기 대응 능력을 저하시킬 수 있으며, 반대로 중국에는 WHO 내에서의 입지를 강화할 기회를 제공한다. 향후 국제 사회는 미국의 공백을 어떻게 메울 것인지, WHO의 독립성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를 지속하며 균형 잡힌 글로벌 보건 체계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