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분별한 지하수 개발, 지구 자전축 흔들었나?
인간의 활동으로 기울어진 지구
지금 이 순간도 변화하는 지구의 자전축
[객원 에디터 6기 / 안현호 기자] 지구의 자전축은 우리의 행성의 중요한 물리적 특성 중 하나로, 그 기울기가 약 23.5도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이 기울기는 고정되어 있지 않으며 일정 범위 내에서 변화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이러한 자전축 변화를 처음 발견하였으며, 2000년대 이전까지는 지구 자전축의 이동이 자연적인 현상으로 간주하였다. 그러나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자전축의 이동 방향이 변화하였고, 이에 대한 원인은 오랜 기간 동안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과학자들은 지구 온난화로 인해 빙하가 녹아 해수면이 상승한 것을 원인이라고 생각할 뿐이었다.
하지만 서울대학교 지구과학교육과 서기원 교수 연구팀은 지구 자전축 이동량을 분석해 지하수 고갈과 해수면 상승의 상관관계를 파악했다.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인간이 사용하는 지하수로 인해 1990년부터 현재까지 지구 자전축이 15m 이동했다고 한다.
서울대학교 지구과학교육과의 서기원 교수와 연구팀은 이러한 지구의 자전축 이동량과 지하수 고갈, 그리고 해수면 상승 사이의 상관관계를 새롭게 연구하였다. 그 결과, 인간의 활동으로 인한 지하수 이용이 1990년부터 현재까지 지구 자전축의 15미터 이동량 변화에 기여하고 있다고 밝혀졌다. 서 교수는 이러한 연구 결과를 6월 15일 지구물리 연구센터(Geophysical Research Letters) 저널에 발표하며, 지구 자전축 변화의 원인을 세계 최초로 규명하였다. 연구팀은 1993년부터 2010년까지 인류가 미국 서부와 인도 북서부 지역에서 약 2조 1500톤의 지하수를 퍼 올린 결과, 해수면이 약 6mm 상승했다고 발표하였다. 이 양은 올림픽 규격의 수영장을 8억 6천만 개 가득 채우고 남을 정도로 상당한 양이라고 한다.
또한, 이러한 연구 결과는 지구의 물질량 분포가 변하면서 지구의 자전축 이동을 유발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지구에 존재하는 물의 전체 양은 변하지 않기 때문에, 인위적인 지하수 개발로 인간이 물을 사용하고 흘려보내면 해수면이 상승할 수밖에 없고, 지구의 물질량 분포가 바뀌면서 지구의 자전축이 이동하게 되는 것이다.
2016년에는 다른 연구팀이 2003년부터 2015년까지 지구 자전축의 변화가 빙하와 빙상의 질량 변화, 그리고 지하수 매장량 변화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서 교수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대기압을 포함한 지구상의 모든 질량 변화가 지구 자전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하였다.
한편, 지구의 자전축 변화로 인한 기후 변화에 대한 우려가 있다. 이러한 변화가 일정 수준을 초과할 경우, 지구의 환경이 변화할 가능성도 있지만 서 교수에 따르면 자전축 변화가 재난을 초래할 정도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그런데도, 인간의 개입으로 인해 지구 자전축이 변화하였다는 사실은 명백하게 입증되었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지구 환경과 기후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여전히 중요한 주제 중 하나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