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ENCE

몸을 들여다볼 수 있는 물질의 정체

타르트라진 용액의 특성과 활용 가능성

<Illustration by Grace Ku 2008(구예은)>

[객원 에디터 8기 / 한동욱 기자] 오늘날 의료 기술에서는 신체 내부를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다양한 기술이 사용된다. 가장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엑스레이(X-ray), 자기 공명영상(MRI), 초음파, 내시경 등이 있다. 이러한 기술은 현재 고도로 발전돼 있고 신체 내부의 상태를 정확하게 진단하는 데 유용하다. 특히 엑스레이는 뼈와 같은 단단한 구조물들 안을 시각화하는 점에서 매우 효과적이며, MRI는 더욱 복잡하고 섬세한 조직을 상세하게 보여준다. 또한 초음파는 방사선 노출 위험이 없어 안전하게 내부를 확인할 수 있으며, 내시경은 실제로 장기 내부를 볼 수 있어 매우 유용하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에는 몇 가지 한계가 있다. 이를테면 엑스레이는 방사선에 대한 노출을 피할 수 없고, MRI는 비싼 비용과 긴 검사 시간이 필요하다. 초음파는 해상도가 낮아 미세한 구조를 확인하기 어려울 수 있으며 내시경은 환자에게 불편을 줄 수 있다. 이에 더 나은 비침습적 기술 개발에 대한 필요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최근 연구들은 신체 내부를 더 쉽고 미세하게 관찰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진은 피부에 바르면 피부 조직을 투명하게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지난 6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연구진이 발견한 투명 염료는 ‘타르트라진’으로, 이는 주로 섬유를 염색하는 데 쓰인다. 이 외에도 식품, 의약품, 화장품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된다. 타르트라진은 합성 착색제로 물에 잘 녹으며 주로 노란색과 주황색을 띤다.

최근 연구에서 타르트라진은 단순한 식용 염료를 넘어 의료 분야에서 새로운 활용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연구진은 타르트라진을 발랐을 때 피부를 투명하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투명화되는 현상은 빛의 굴절률을 조절해 피부 조직 내부를 관찰할 수 있게 만든다. 

만약 타르트라진이 미래의 의료 진단 도구로 사용돼 조직 손상 없이 내부 장기나 혈관을 시각화한다면, 외과적 시술 없이도 정확한 진단이 가능할 것이다. 또한 흑색종 같은 피부암 검진이나 문신 제거, 혈액 채취 과정에서도 유용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방식의 장점은 인간에게 해롭지 않으면서도 검사 방식이 훨씬 수월하다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이처럼 높은 잠재력을 가진 타르트라진의 응용 가능성을 더욱 넓히고 있다. 

타르트라진을 활용한 기술은 아직 실험 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사람에게 적용되기까지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현재로서는 생쥐와 같은 소형 동물에서만 그 투명 효과가 입증되었다. 인간에게 적용하기 위해서는 동물과 다른 여러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 특히 인간의 피부는 생쥐보다 훨씬 두껍기 때문에 투명 효과를 낼 수 있는 염료의 종류나 양의 정도를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굴절률이 다른 조직에서 이 기술이 어떻게 작동할지에 대한 연구도 필요하다.

이 외에도 안전성 검증이 이루어져야 한다. 타르트라진은 가끔 섭취 또는 피부 노출에 의해서 알레르기와 민감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천식 환자와 아스피린 과민환자에게 나타나는 반응이다. 타르트라진은 식품에 사용될 때는 안전한 성분이지만 의료용으로 사용했을 때의 부작용에 대한 연구는 아직 부족하다. 따라서 추가적인 임상 연구와 시험을 통해 그 안정성을 보여주는 것이 필수적이다. 기술적으로나 안전성 측면에서의 발전이 이루어진다면, 이 투명화 기술은 의료계에서 혁신적인 진단 도구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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