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잘못 알았던 매머드의 멸종원인
최근 과학자들이 매머드의 DNA를 활용해 멸종 원인 발견
[객원 에디터 7기 / 이승원 기자] 2014년, 네덜란드 자연사박물관 소속 고생물학자 옐레 라우머 박사팀은 북해에서 찾아낸 매머드 목뼈 화석의 기형적인 변화가 근친 교배의 흔적일 가능성이 높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매머드의 목뼈의 둥글고 평평한 부위에서 제7 경추의 황돌기가 길어져 신경혈관을 압박할 때 주로 나타나는 형태의 목갈비뼈의 흔적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 목갈비뼈는 유전체 이상이나 암 등 신체의 다른 문제와 함께 발달된다는 점에 주의하며, 북해 지역의 매머드 목뼈를 조사했다. 그 결과 1/3에 해당하는 목뼈가 기형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때 이 유전적인 멸종 원인뿐만 아니라 인류의 무분별한 사냥과 운석 충돌로 인한 기후 변화 등이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27일(한국 시간), 이 학설에 대항하는 새로운 발견이 만들어졌다.
과학자들이 매머드의 멸종 직전 마지막 전성기의 비밀을 밝혀내기 위해 DNA분석을 하였다. 이에 관한 결과로 개체 수가 줄면서 어쩔 수 없는 근친교배로 인한 해로운 돌연변이가 멸종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았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로서 유전적 원인이 아닌 특정 사건 발생으로 인해 매머드가 멸종했을 가능성이 제기된 셈이다.
스웨덴 스톡홀름대학교 고생물 유전학센터 연구팀은 매머드 마지막 개체군에 해당하는 무리가 특정한 섬에 분리되어 6000년 동안 유전적 다양성이 매우 느린 속도로 감소했다는 분석 결과를 지난 27일(한국 시간) 국제학술지 ‘셀’에 발표했다.
연구에 따르면 랑겔 섬에 최대 8마리의 매머드가 1만 년 전에 발생한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갇히게 되었고, 이후로도 약 6천 년간 살아남은 매머드는 200~300마리 사이의 개체 수로 늘어난 것으로 분석되었다. 또한 멸종에 관하여 유전적인 영향이 존재했는지 알아내기 위해 랑겔 섬에 살던 14마리의 털 매머드와 고립 현상이 일어나기 전에 주변에 존재한 털 매머드 7마리의 유전체를 분석했다. 이 유전체 샘플은 매머드가 존재했던 약 5만 년 동안의 유전자를 모두 포함하고 있어 매머드의 유전적 다양성이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화됐는지 살펴볼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한다.
분석 결과 본토에 존재했던 매머드에 비해서 랑겔 섬 매머드들은 근친교배의 흔적과 낮은 유전적 다양성 징후를 보였다. 이 흔적과 징후는 이 섬에서 근친 교배가 이루어졌다는 의미이다. 생물종의 근친교배는 유전적 다양성을 낮추는 것은 물론 돌연변이를 유발한다.
근친교배로 인한 돌연변이의 피해 사례로는 구피가 있다. 사람들은 구피를 아름다운 형태를 가진 구피와 (가족 관계에 상관없이) 짝짓기를 시켜 자신이 좋아하는 무늬로 만들려고 했다. 이로 인해 생긴 돌연변이 구피는 일반적인 구피의 반도 못 살고 죽게 된다.
또한 낮은 유전적 다양성은 특정 생물종에게는 치명적으로 심하면 멸종까지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연구팀은 앙겔 섬에서 서식한 매머드의 유전적 다양성 감소 속도가 6000년 동안 매우 느렸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6000년 동안 그다지 심각하지 않을 정도의 영향을 끼치거나 아주 적은 수의 돌연변이가 태어났다는 것이다. 이러한 적은 수의 돌연변이는 그렇게 많지 않았던 매머드의 개체 수에도 영향을 많이 미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이러한 연구결과에 연구진은 “랑겔 섬에 살았던 매머드의 유전체에는 근친교배의 흔적이 발견됐고 유전적 다양성도 낮았다”며 “그렇다고 이와 같은 조건들이 전부 한 생물종의 멸종까지 이어지게 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에 관해 연구를 이끈 러브 달렌 고생물 유전학 센터 연구원은 “이번 연구로 매머드의 개체 수가 줄어들면서 근친 교배 등의 유전적 이유로 멸종할 운명이었다는 기존 학설을 뒤집을 수 있게 되었다”라고 답했다. 매머드에게 어떠한 심각한 무작위의 사건이 발생하지 않았더라면 현재까지 매머드가 멸종하지 않고 살아남았을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