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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운맛 ‘원칩 챌린지’ 에 참여한 10대 소년 심장 마비로 사망

경쟁, 매운맛 챌린지 속에 건강 위험 적신호

매운맛은 미각이 아닌 통증… 어린이, 기저 질환 환자에게는 치명적일 수도

< Illustration by Hayul Kim 2008(김하율) >

[객원 에디터 7기/장수빈 기자]지난해 매운 과자로 유명한 ‘파키 칩스’를 먹은 후 사망한 10대 소년의 부검 결과가 심폐정지로 확인되었다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현지시간 16일 보도했다. ‘파키 칩스’는 세계에서 가장 매운 고추로 알려진 ‘나가 바이퍼 페퍼’와 ‘캐롤라이나 리퍼’가 재료로 사용된다. 캐롤라이나 리퍼의 스코빌지수(캅사이신농도를 계량화한 수치)는 매운 라면으로 유명한 ‘불닭볶음면’의 500배,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는 매운 고추인 청양고추의 300배 수준이다. 이 과자는 미국 초콜릿 회사 허시 컴퍼니의 자회사인 앰플리파이 스낵 브랜드가 만든 것으로 지난해 미국에서 이 과자를 먹은 뒤 다른 음료나 음식을 먹지 않고 오래 버티는 ‘원칩 챌린지’를 통해 SNS로 홍보하면서 유명세를 타게 되었다.

매사추세츠주 검시소를 통해 공개된 부검 보고서에 의하면 작년 9월 1일 사망한 해리스 윌로바(14)의 사인은 “심비대증 및 좌전하행 관상동맥의 심근교를 가진 사람이 고농도의 캅사이신을 함유한 음식을 섭취한 환경에서 발생한 심폐정지”로 나타났다. 그러나 검시소는 윌로바의 의학적 사인을 통해서는 자연사, 사고사 등의 구체적인 사망 종류는 결정할 수 없다고 했다.

<세상에서 가장 매운 과자로 알려진 ‘파퀴 칩스’. (사진=파퀴 홈페이지)>

윌로바의 어머니는 이날 발표된 부검 보고서에 대해 답변을 거부했고 아들이 죽기 몇 시간 전에 먹은 매운 과자인 ‘파키 칩스’가 아들의 건강을 위협했다고 주장했다. 윌로바는 학교에서 같은 반 학생에게서 건네받은 파키 칩스를 먹고 심한 복통을 호소했으며 그날 오후 자신의 방에서 쓰러진 채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사망했다. 

제조사 측에서는 윌로바의 사망 소식에 “해리스 윌로바의 죽음에 깊은 슬픔을 느끼며 가족과 친구들에게 애도를 표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또한 “원칩 챌린지는 성인만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파키 칩스는 어린이나 매운 음식에 민감한 사람, 혹은 기저 질환이 있는 사람을 위한 음식이 아니라는 명확한 안내가 눈에 잘 띄는 라벨에 적혀 있다”라고 말했다. 제조사는 윌로바의 사망 약 일주일 후 파키 칩스를 소매상점에서 모두 회수하고 구매자들에게 환불 조치를 시행했다. 

전 세계적으로 먹방 챌린지가 인기를 끌며 자극적이고 강도 높은 먹방을 통해 높은 조회수와 팔로워를 얻고자 많은 사람들이 도전 영상을 제작하고 있다. 요즘은 ‘많은 양’을 먹는 먹방의 시대는 가고 ‘특이한 것’을 찾아 도전하는 먹방이 주를 이룬다. 앞다투어 어디까지, 무엇까지 먹어봤니 등의 자극적인 제목을 내세워 기름진 것, 매운 것 등 건강을 해칠 수 있는 음식을 리뷰하고 그 방송이 미치는 영향에 대한 고민 없이 방송을 내보내고 있다.

파키 칩스 역시 국내에서는 판매되지 않는 제품이지만 직구를 통해 구입한 유투버들은 땀을 뻘뻘 흘리며 얼굴이 빨개진 채로 이 음식 챌린지에 도전한다. 새로운 식감을 소재로, 시큼한 맛을 주 무기로 하는 젤리들도 유명 먹방 유투버들의 소재로 사용되며 이렇게 여러 번 방송에서 언급되면 그 인기를 바탕으로 편의점 업계가 발 빠른 수입을 통해 매대에 제품들을 진열하게 된다. 사람들은 호기심에 제품을 찾고 연이은 품절 현상을 겪게 된다. 

사실 매운맛은 우리 혀가 느낄 수 있는 단맛, 쓴맛, 짠맛, 신맛이 아닌 혀의 통점을 자극하는 통각이다. 고통이 따르는 만큼의 아픔이 매운맛이 되는 것이다. ‘맛있다’라는 뜻이 ‘중독적인 맛’으로 통용되는 시대에 음식 자연재료의 본연의 맛이 아닌 아픔을 통해 스트레스 해소 등 쾌감이 따라오는 매운맛이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그로 인해 건강을 해치거나 제대로 된 기준과 규격이 없이 무분별한 섭취가 이루어지고 있다. 사람들은 더 매운맛을 추구하게 되었고 예전에는 신라면을 매운맛의 기준으로 삼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는 신라면에 비해 매운맛이 훨씬 더 강한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이 매운맛의 기준으로 자리 잡았다.

매운맛을 누가 더 잘 견디나 하는 챌린지 SNS가 속출하고 있지만 이에 따른 부작용이 심각하다. 엽떡(엽기 떡볶이) 최고 매운맛 먹고 복통에 시달렸다’, ‘롯데리아 지파이 하바네로맛 먹고 다음날까지 설사를 멈출 수 없었다’, ‘응급실에 다녀왔다’는 등의 일화들이 심심찮게 소개되고 있다. 

매운맛이 주는 고통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매운맛은 우리 몸에 고통을 주고 뇌는 이를 상쇄하기 위해 엔도르핀을 분비한다. 스트레스와 우울한 기분을 해소시켜 주는 중독성 강한 호르몬이 분비되기 때문에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받거나 우울할 때 반복적으로 매운 음식을 찾게 되고 이는 중독 현상으로 연결된다. 과하면 독이 된다. 극단적인 매운맛 음식을 반복적으로 먹게 되면 심한 자극으로 인한 위장병을 유발할 수 있다. 습관적으로 자극적인 맛을 찾게 되는 중독은 배고파서 음식을 먹는 게 아니라 감정적인 요인을 동반한 것이다. 따라서 단순히 식품의 영양의 문제가 아니라 심리적인 부분이나 행동적인 측면에서 문제를 가져올 수도 있다. 특히 아직 판단력이 부족한 초·중·고등학생 등 10대들에게 미칠 중독의 악영향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해리스 윌로바의 사고를 통해서 알 수 있듯이 성장기 변화되는 자신의 몸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청소년들이 매운맛을 쉽게 생각하고 건강을 해치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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