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셋된 글로벌 문화: 돌아온 무대, 달라진 가치의 시대

< 일러스트 OpenAI의 DALL·E 제공 >

즐거움을 넘어 의미를 찾는 과정

[객원 에디터 10기 / 박주하 기자] 최근 들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한동안 고요하던 세계의 문화가 다시금 살아나고 있다. 불과 4년 전, 전 세계적으로 사람들의 이동이 제한되거나 대규모 행사가 잇따라 취소되는 등 전례 없는 ‘문화적 정지’를 경험했다. 영화제, 콘서트, 패션쇼 등 다양한 글로벌 행사가 무기한 연기되거나 취소되면서 영화관과 공연장의 예매율은 급격히 하락했으나, 대신 사람들은 온라인 OTT 플랫폼을 통해 문화생활을 이어갔다. 그렇게 비대면으로 즐기던 문화가 2021년을 기점으로 서서히 변화를 맞아 일부 관객들은 다시 현장을 찾기 시작했고, 동시에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콘서트나 쇼를 즐기는 하이브리드 문화 소비 형태가 확산되었다. 이러한 흐름은 2023년부터 본격적으로 오프라인 중심으로 전환되며 사람들은 다시 직접 방문해 세계 곳곳의 예술을 ‘함께’ 경험하기 시작했다. 시간이 흘러 2025년, 오늘날 전 세계는 다시 살아 움직이고 있다.

이러한 문화들은 기존의 형태로 ‘재개’된 것이 아닌 새로운 가치가 더해졌다. 코로나19 이전의 대규모 브랜드 행사나 음악 페스티벌은 주로 트렌드·미(美)·현장감과 같은 키워드를 중심으로 서구 중심적으로 진행되었다. 그 당시에는 사회적 문제와 문화가 별개의 영역으로 인식되기도 했지만, 코로나 이후 다양성과 포용성을 강조해 문화의 주체로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었다. 이에 코로나 이전보다 훨씬 다양한 나라들이 교류하며 세계 각지에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고 있다. 이와 함께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결합한 공연이 확산되고, 사회적 가치를 담은 브랜드가 주목받으며 본격적으로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문화와 체험 방식이 소개되고 있다.

다양한 분야에서 문화가 되살아나고 있는 지금, 가장 주목받는 것은 ‘무대의 부활’이다. 사람들은 다시 현장의 감동을 느끼기 위해 모이기 시작했지만 그 중심에는 ‘의미의 변화’가 있다. 대표적인 예시로는 이번 해 복귀한 빅토리아 시크릿 쇼(Victoria’s Secret Fashion Show)가 있다. 기업 측은 ‘새로운 브랜드 미션과 가치를 담은 런웨이를 만들어내겠다’고 예고했다. 이에 맞게 실제로 더 이상 여성의 ‘완벽한 몸매’를 강조한 무대가 아닌 다양성과 포용성에 중심을 두어 다양한 성 정체성·체형·피부색을 가진 모델들이 무대에 오르고, 친환경적인 제품들을 선보이는 등 지속 가능한 패션으로 시대의 흐름에 발맞추었다. 한때, 여성을 상품화한다는 논란으로 폐지됐던 이 쇼는 이번 복귀 무대를 통해 글로벌한 ‘아름다움의 다양성’과 ‘디지털 시대의 확장성’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특히 K-POP 그룹 트와이스(TWICE)가 공연을 펼치며 음악 팬들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물론 일부 언론에서는 “브랜드 측면에서 여전히 뚜렷한 변화가 보이지 않는다”며 “예전만큼의 감동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비판을 제기하기도 했지만, 이번 쇼에서는 다양성과 포용성의 가치를 담아냈다는 점, 온라인 스트리밍을 통해 실시간으로 상영했다는 점, 화려함보다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다는 점에서 ‘글로벌 문화 리셋’ 흐름을 따라가는 대표적 긍정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음악 또한 두드러지는 변화를 보이고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 케이팝(K-POP) 아티스트는 사랑이나 이별 같은 감정을 중심으로 한 노래를 주로 선보였다. 케이팝은 여전히 세계적으로 큰 영향을 끼치고 있지만, 최근엔 전통적인 사랑 노래에서 벗어나 성장·정체성·환경 보호 등 사회적 의미를 담는 방향으로 확장되고 있다. 케이팝의 큰 장점인 ‘조화’를 살려 다양한 국적의 작곡가와 협업하는 등 끊임없이 새로운 문화를 흡수하면서도 고유의 색을 잃지 않고 있다.

서구 음악이 중심이던 시장에서 이제는 K-POP을 비롯해 아프로비트(Afrobeat)나 라틴팝(Latin Pop) 등 각 지역 고유의 리듬이 소셜 미디어를 통해 빠르게 공유되고 있다. 한 지역의 음악이 한 나라만의 즐거움이 아니라 전 세계가 함께 향유하는 문화 소통 방식으로 확장된 것이다.

현대의 예술 또한 ‘아름다움’에 국한되지 않았다.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Patagonia)는 ‘지구를 위한 기업’이라는 신념을 실천하기 위해 회사의 수익을 환경단체에 기부하는 결정을 한 뒤 소비자들의 충성도는 오히려 높아졌다. 소비자들은 제품 이면에 담긴 가치들을 찾기 시작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소비자들은 자신의 신념과 브랜드의 철학이 일치하는지 고민하며 소비를 하나의 ‘자기표현의 수단’으로 사용하기 시작하는 등 이제 세상은 외면보다 가치와 의미에 중점을 두는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

결국 글로벌 문화는 감정 교류와 새로운 가치 확립의 출발점이 되었다. 오늘날의 문화 속에는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려는 마음이 스며들어 다양성과 지속 가능성과 같은 가치가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다. 사람들은 이제 무대의 화려함보다 그 이면에 담긴 의미와 메시지, 그리고 감정과 공감의 진정성에 더 집중하고 있다. 서로 다른 배경을 지닌 더 많은 이들이 무대와 이야기를 통해 폭넓은 가치를 전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소외되는 이들이 없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해 인간의 교류를 더욱 확장하는 진정한 글로벌 문화를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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