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즈덤 비즈니스]리벨리온(Rebellions) – 한국형 AI 반도체 스타트업의 도전

  

< Illustration by Serin Yeo 2008(여세린) >

엔비디아와 차별화된 리벨리온의 핵심 전략

[위즈덤 아고라 / 우동훈 기자] 전 세계에서 AI 경쟁이 본격적으로 심화되고 있다. 이 경쟁의 핵심은 방대한 연산을 담당하는 ‘AI 반도체’이다. 이것을 제조하는 미국의 엔비디아는 AI 반도체 시장의 약 80%를 차지하며 독보적인 위치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한국에서는 AI 경쟁에 뛰어든 신생 기업이 있다. 바로 국내 AI 반도체 스타트업 ‘리벨리온’이다. 

리벨리온은 2020년 서울에서 설립된 인공지능 반도체 개발 스타트업이다. 설립 후 불과 3~4년 만에 AI 반도체 업계에서 빠르게 주목받고 있으며, ‘한국형 AI 칩’의 상징적 존재로 자리 잡고 있다. 

리벨리온 박성현 대표는 하버드대와 MIT에서 공부한 뒤 삼성전자와 퀄컴에서 일한 반도체 전문가다. 그는 AI 시대의 핵심 경쟁력을 단순 연산 능력이 아닌 ‘효율성’과 ‘비용 경쟁력’으로 정의한다. 이는 AI 운영에 수반되는 막대한 전력 소모와 비용 문제를 고려한 철학이다.

이러한 철학을 바탕으로 2022년 첫 AI 반도체 ‘아이온(ION)’이 공개되었다. 아이온은 초당 최대 8테라플롭스의 성능을 내며, 엔비디아의 중급 GPU와 유사한 수준이지만 전력 소모량은 30% 이상 낮다. 또한 설계와 제작 전 과정이 국내에서 이루어져 한국형 AI 칩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이어 2024년에 발표된 아톰은 데이터센터용 칩으로, 특히 거대언어모델(LLM)과 같은 최신 AI 모델의 추론 연산에 최적화되었다. 국제 AI 반도체 성능 테스트 대회인 ‘MLPerf’에서 경쟁사 동급 모델 대비 1.4배에서 최대 3배 빠른 처리 속도를 입증하며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재무적 관점에서도 리벨리온의 성장은 흥미롭다. 스타트업이기 때문에 당장의 흑자보다는 미래 가치에 대한 투자가 중요하다. 2023년 매출은 약 27억 원 수준으로 집계됐으며, 영업손실은 159억 원, 순손실은 137억 원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는 기술 개발과 생산 인프라를 갖추는데 들어가는 초기 비용 때문이기에 당연한 투자이다. 

리벨리온의 전략도 독특하다. 엔비디아의 GPU 대비 가격은 약 40% 저렴한 가격, 그럼에도 에너지 효율은 25% 이상 높다. 이는 AI 서비스 기업이 가장 부담스러워하는 전력 대비 성능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챗GPT와 같은 대형 언어모델을 운영하는 기업들에게는 비용 절감 효과가 매우 크기 때문에 매력적인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도전은 쉽지 않다. 바로 엔비디아의 기술력이 이미 전 세계 기업들과 함께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핵심에는 AI 개발의 표준으로 자리 잡은 컴퓨팅 플랫폼 ‘쿠다(CUDA)’가 있다. 현재 AI 개발에 사용되는 파이토치, 텐서플로우와 같은 대부분의 프레임워크와 라이브러리가 CUDA를 기반으로 최적화되어 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엔비디아보다 2배 성능 좋은 칩이 나와도 소프트웨어가 지원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라는 말이 나온다. 기업과 개발자 입장에서는 기존 CUDA 기반으로 작성된 방대한 소프트웨어 자산을 포기하고 새로운 하드웨어에 맞춰 코드를 수정하는 것이 엄청난 비용과 시간을 요구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리벨리온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자체 소프트웨어 ‘리벨 스택’을 개발하였다. 리벨 스택의 핵심 전략은 개발자들에게 새로운 방식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개발 환경과의 완벽한 호환성을 제공하는 것이다. 주요 AI 개발 도구인 파이토치, 텐서플로우와 호환 가능하도록 해서, 개발자들이 큰 불편 없이 리벨리온을 쓰게 하게끔 집중하고 있다. 결국 이 소프트웨어 경쟁에서 사용 편의성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리벨리온의 성공의 열쇠가 될 것이다.

리벨리온의 성공은 기술보다 AI 시장 생태계 형성에 달려 있다. 국내외 기업들이 리벨리온의 칩을 실제 서비스에 도입하고, 피드백과 협력을 이어가야 한다. 최근 SK의 AI 반도체 계열사였던 사피온과의 합병은 이러한 생태계 확장의 중요한 전환점이다. 리벨리온-사피온 통합 법인은 단숨에 기업가치 2조 원에 육박하는 국내 최대 AI 반도체 기업으로 올라섰으며, KT와 SK텔레콤이라는 두 통신 대기업을 든든한 아군으로 확보하게 되었다.

정부도 AI 반도체를 국가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K-클라우드 프로젝트’를 통해 2030년까지 8,262억 원 규모 투자를 추진 중이며, 리벨리온·사피온·퓨리오사 AI 등이 실증 사업에 참여한다. 또한 정부는 2030년까지 GPU 20만 장 확보 계획과 함께, 2025년 출범 예정인 국가 AI전략위원회를 통해 관련 사업을 통합 관리할 예정이다. 

리벨리온이라는 이름은 반란, 거대한 엔비디아 제국에 도전하는 작은 스타트업의 의지를 담은 이름이다. 한국이 반도체 강국으로서 AI 시대에도 존재감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이런 ‘작은 반란’들이 필요할 것이다.

[위즈덤 비즈니스] 현재 경영학에서는 기업이 단순한 이윤 추구를 넘어 지속가능성과 혁신, 글로벌 경쟁력을 어떻게 확보하는지 탐구합니다. 이 칼럼은 실제 기업 사례를 분석해 경영 전략과 의사결정을 들여다보고, 재무제표와 현황을 기반으로 문제를 진단하며 실질적인 아이디어와 해결책을 제시하는 ‘기업 전략과 경영 혁신’의 세계를 연재합니다. 이를 통해 독자들이 현대 기업이 직면한 도전과 기회를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위즈덤 아고라 우동훈 기자의 ‘위즈덤 비즈니스’에서 경영학 속 기업 전략과 혁신의 세계를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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