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ENCE

로봇에게 얼굴을 판다?

영원히 얼굴을 빌려주고 2억을 받으시겠습니까?

<사진 출처: pixabay>

[해외특파원 1기 | 이시현 기자] 로봇 제조업체인 프로모봇(Promobot)이 2023년부터 호텔, 쇼핑몰, 공항에서 사용될 차기 휴머노이드 로봇의 얼굴을 찾고 있다. 친절하고 친근한 얼굴’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지원 가능하다. 성별은 물론 나이 제한도 없다. 인간의 자리를 대체해가고 있는 로봇이 급기야 ‘진짜 사람’의 얼굴마저 가져다 쓰고 있다. 업체는 평생 얼굴을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양도하면 20만 달러, 즉 한화 약 2억 3800만 원을 지불한다고 밝혔다. 이를 대가로 회사는 모델의 얼굴과 몸에 대한 3차원(3D) 모델을 개발하고, 추후 로봇에 쓰이는 초상권 등 관련 권리를 평생 갖게 된다. 즉, 모델은 영원히 얼굴을 ‘빌려준다’는 데 동의해야 한다. 또 모델은 최소 100시간 이상의 녹음에 참여해 음성 데이터도 제공해야 한다. 이는 자신과 똑같은 얼굴을 하고 같은 목소리를 가진 수십, 수백 개의 로봇이 세상에 존재하게 되는 셈이다.

프로모봇에 따르면 실제 사람의 얼굴을 사용할 로봇은 익명의 미국 회사에서 의뢰한 제품이다. 제작 후 그 로봇은 북미와 중동 전역의 공항, 쇼핑몰 및 소매점에 투입될 예정이다. 로봇 제조업체가 얼굴 사용에 대한 권리를 지불하겠다고 제안한 것은 이번이 처음 아니다. 2019년엔 한 로봇회사가 얼굴을 제공한 지원자에게 1억 5900만 원을 보상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반대로 무단으로 유명인의 얼굴을 사용해 논란을 빚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영화배우 아널드 슈워제너거는 프로모봇이 자신의 허락 없이 미국 라스베이거스 세계 가전박람회에 자신과 꼭 닮은 휴머노이드 로봇을 전시하자 1000만 달러, 즉 한화 약 120억 원 규모의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한편 이러한 논란에도 휴머노이드 로봇에 대한 수요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세계로봇연맹(IFR)에 따르면 2019년 세계 로봇시장 규모는 37조 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제조용 로봇이 차지하는 규모가 16조 원이며 나머지 21조 원은 서비스용 로봇이다. 세계경제포럼도 향후 5년간 디지털 기술로 인한 업무 자동화로 신기술 분야에서 9700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증가할 전망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인간과 협업하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수요가 10% 이상 확대되는 만큼 로봇 제어와 관리인력의 양성 필요성이 더욱 높아질 것이며, 이로 인한 실제 사람 얼굴을 사고파는 일이 종종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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