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 사람의 뇌는 무엇이 다를까?
[객원 에디터 6기 / 이지윤 기자]우리는 흔히 공부를 잘하거나 일을 효율적으로 잘 해내는 사람을 보면 “저 사람은 좋은 머리를 타고났다”, “두뇌 회전이 빠르다” 와 같은 말을 한다. 그럼 과연 우리가 자주 하는 이 말들의 타당성은 어느 정도일까? 좋은 두뇌는 타고나는 것이라는 점, 그리고 머리가 좋은 사람들은 두뇌 회전이 빠르다는 사실 틀린 말은 아니다.
우선 뇌의 기본적인 구조에 관해 알아보자. 뇌의 네트워크 구조를 쉽게 지칭하는 용어는 커넥톰(connectome)으로, 뉴런의 지도, 즉 쉽게 말하면 뇌의 지도라고 볼 수 있다. 뉴런 하나당 평균 수천 개의 시냅스가 있고 한 사람의 뇌에는 뉴런이 860억 개 정도 존재하므로 뇌의 커넥톰은 수백 조개의 연결망으로 이루어져 있는 뇌의 지도이다. 또한 뇌의 네트워크를 보여주는 커넥톰은 모듈(module)이라 불리는 몇 개의 덩어리로 나눌 수 있고, 각 모듈은 여러 노드(node)로 이루어져 있다. 노드와 노드 사이의 연결 강도는 해당 뉴런 사이에 시냅스의 총합으로, 이 연결 강도를 분석하면 뇌의 전반적인 활동 패턴을 추측할 수 있다.
독일 괴테대 연구팀은 최근 1000여 명의 기능성 자기 공명영상(fMRI) 데이터를 분석하고 뇌의 커넥톰을 분석함으로써 지능과 뇌 네트워크 구조의 연관성을 찾아냈다. 뇌의 활동 패턴을 그래프 이론을 활용하여 분석한 결과, 지능이 높은 사람들은 특정 모듈 간의 네트워크 활동 패턴에서 차이를 보였다.
지능 지수가 높은 사람들은 세 부분에서 뚜렷한 차이를 드러냈다. 가장 대표적인 특징으로는 전두엽에 있는 오른쪽 앞뇌섬엽(anterior insula)에 있는 노드들은 같은 모듈의 노드들과 네트워크가 약한 대신 다른 모듈의 노드들과의 네트워크는 활발하다는 것이다. 이와 달리 전두엽에 있는 오른쪽 상전두회(superior frontal gyrus)와 양쪽 측두-두정 연접부(temporo-parietal junction) 다른 모듈의 노드들과는 네트워크가 약하고, 같은 모듈 안에서의 노드들과는 강한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었다. 이런 연구 결과는 머리가 좋은 사람들은 뇌의 네트워크가 전체적으로 다 활발할 것이라는 생각과는 상반된다.
머리가 좋은 사람들이 이 세 부분에서 차이를 드러내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전반적인 인지 과정은 모듈 사이의 정보 교환을 함으로써 일어나기 때문에 머리가 좋은 사람의 앞뇌 섬엽이 다른 노드들과의 활발한 활동을 통하여 적절한 인지 과정을 구축하는 것이다.
반면 상전두회나 측두-두정 연접부와 같은 경우 우리가 네트워크가 디폴트 값일 때, 즉 우리가 빈둥거리거나 방해를 받을 때 작동하는 부위이다. 따라서 지능이 높은 사람들의 상전두회와 측두-두정 연접부의 모듈 간 활동이 약하다는 것은 머리가 좋은 사람들이 특정한 일을 수행할 때 외부적인 요소에 방해를 쉽게 받지 않고 더 잘 집중할 수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우리가 머리가 좋은 사람을 볼 때 “두뇌 회전이 빠르다”라고 얘기를 하는 것은 틀린 말은 아니다. 두뇌 회전이 빠르다는 것은 커넥톰에서 노드 사이의 시냅스가 최적의 구조로 배치되어 효율적인 정보 처리와 강한 집중을 할 수 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