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D.P.흥행으로 본 군대문화
군 가혹행위, 2016년부터 2020년 6월까지 총 4,275건
“군 내의 인권침해 문제, 개인이 약해서 벌어지는 것이 아니라 조직, 시스템의 문제”
폭언 및 욕설 관련 접수건수도 해마다 증가
[위즈덤 아고라 / 우연주 기자]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D.P.’가 지난달 27일 공개되며 대중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한국의 TOP10 콘텐츠’ 1위를 자리를 차지한 것은 물론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호평을 이끌어내고 있다.
D.P.는 ‘Deserter Pursuit’에 약자로 탈영병들을 잡는 군무 이탈 체포조이다.
우리나라는 징병제 국가로 많은 남성들이 군 생활을 직접 경험한 만큼 세밀한 묘사, 고증에 대해 엄격할 수밖에 없다.
‘D.P.’ 속에는 다양한 탈영병들이 등장한다. 군 내의 가혹행위, 부조리 때문에 탈영이라는 도피를 택하는 병사들도 있고, 남겨진 할머니가 걱정돼 탈영을 택하는 병사도 있다. 다양한 유형의 탈영병이 등장하는 가운데, 보는 이들에게 큰 메시지를 남겨주는 것이 바로 폭력적인 군대 문화다.
특히, 드라마의 배경인 2014년은 군 내 가혹행위 문제가 사회적 화두로 떠오른 시기였다. 이른바 ‘윤 일병 사건’으로 불리는 28 보병사단 의무병 살인 사건과 ‘임 병장 사건’으로 불리는 22 보병사단 총기 난사 사건이 연달아 일어났기 때문이다.
윤 일병 사건은 2014년 4월 윤승주 일병이 선임 병사들로부터 폭행을 당하다가 사망한 사건이다. 수사 결과, 가해자들은 4개월간 윤 일병에게 집단 가혹행위를 했고, 같이 지내던 하사까지도 묵인을 하며 사망까지 이르게 하여 충격을 주었다.
2달 뒤에 일어난 임 병장 사건은 동료 병사들을 향해 수류탄을 던지고 총기를 난사한 뒤 탈영했다. 5명이 사망하고 8명이 중상을 입는 등 심각한 인명 피해가 있었다. 체포된 임 병장은 평소 부대 안에서 따돌림이 만연했고, 사건 당일 다른 병사들이 자신을 비하한 데 격분해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두 사건의 전말이 밝혀지자 “참으면 윤 일병이 되고, 못 참으면 임 병장이 된다”며 폐쇄적인 군대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군도 개선을 위해 여러 노력을 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7월 일과 후 병사들의 휴대전화 사용을 전면 허용했고, ‘국방개혁 2.0’의 일환으로 군내 사망사고 발생 시 민간 변호사 수사 참여, 국방부 내 ‘군 인권 침해 구제 전담 조직’ 설치, 국가인권위원회 내 ‘군 인권보호관’ 신설 등의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군사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군대 내 폭행·가혹행위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0년 6월까지 총 4,275건이 발생해, 2011년부터 2015년 6월까지의 발생 건수 3,643건에 비해 600여 건이 더 증가했다.
폭언 및 욕설 관련 접수 건수도 해마다 증가하여 2016년 196, 2017년 328건, 2018년 298건, 2019년 333건, 2020년에는 171건이 접수돼 2016년부터 2020년 6월까지 총 1,326건이 발생했다.
언어폭력에 의한 인권침해는 구타 및 가혹행위에 비하여 증가되는 추세이다. 이는 구타 등의 신체폭력을 금지하고 위반 시 강력하게 처벌하는 방식으로 제재를 가하자, 신체 폭력을 대체할 만한 수단으로 폭언, 욕설과 같은 언어폭력을 선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언어폭력 가해 병사들을 중심으로 언어폭력 가해 동기를 분석한 결과, 그 동기는 습관적 사용, 위계질서 유지 목적, 후임병에 대한 부정적 인식, 순간적 분노 표출로 나타났다.
군대는 특수집단이며, 군 복무라는 특수임무로 인하여 보편적인 인권 보장이 일부 제한되거나 침해될 수밖에 없다. 또한, 군대는 철저한 위계질서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군 인권침해 당사자는 주로 병사와 초급간부들에게 해당되며, 주요 인권침해로는 사생활을 보장받을 권리에 대한 침해, 언어폭력에 의한 침해, 구타 행위 등 폭력에 의한 침해, 휴식권에 대한 침해 등이 있다.
국방부는 D.P. 흥행이 내심 불편한 모습을 나타냈다. 군 관계자는 지난달 30일 조선일보를 통해 “극한의 가혹행위 묘사가 판치는 드라마를 외국에서도 주목하고 있으니 난감하다”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또 “2014년 일선 부대에서 있었던 부조리라고 보기에는 좀 심하다”며 “전반적인 느낌으로는 2000년대 중반 정도 일을 극화한 것 같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2014년 군 가혹행위 보도를 살펴보니 3787건이나 존재했으며 최근 10년간보다 8배 높은 것으로 집계된 것으로 밝혀졌다.
군인권센터 김형남 사무국장은 ‘D.P.’ 속에 등장하는 군 문제에 대해 “군 내의 인권침해 문제는 개인이 약해서 벌어지는 것이 아니라 조직, 시스템의 문제”라며 “폭력을 정당화하고 대물림하는 구조가 유지되기 때문에 다양한 방식의 폭력적인 방식이 나타나는 것인데 이 드라마를 통해 사람들의 마음에 그런 것들이 인지가 되고 이해가 되게끔 확산이 됐으면 좋겠다”라고 드라마의 의미를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