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ENCE

돼지 피가 인간의 혈액을 대체할 수 있을까?

돼지 적혈구를 이용한 이종 수혈 연구와 가능성

이종 수혈의 안정성 확보와 면역 거부 반응 해결을 위한 추가 연구 필요성

<사진 출처: PIXABAY>

[객원 에디터 8기 / 임지나 기자] 작년 국내 헌혈 건수는 277만 6291건으로, 대한적십자사는 매년 300만 건의 헌혈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인구 고령화로 주 헌혈층인 학생과 군인의 수가 감소하면서 헌혈이 줄고 있어, 한국이 ‘혈액 부족 국가’가 될 우려가 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국내 연구진은 돼지 혈액을 영장류에 수혈해 일시적으로 혈액 지표를 개선하는 데 성공했지만, 면역 거부 반응을 완전히 극복하지는 못했다. 결국 헌혈 인구 증가가 핵심 해결책이라는 점은 변함없다. 

한림대성심병원 강희정·노주혜 교수와 안전성평가연구소 황정호 박사, 바이오기업 옵티팜이 함께한 연구팀은 돼지 적혈구를 시노몰구스 원숭이에 주입해 이종 간 수혈의 효과와 안전성을 확인한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프론티어스 인 이뮤놀로지’에 발표했다고 5일 밝혔다. 연구는 사람과 비슷한 생리적 특성을 가진 돼지 적혈구를 활용해 위의 혈액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한 가능성을 탐색했다. 

이 연구에서는 일반 실험용 무균돼지와 사람 혈액과의 호환성을 높인 형질전환 돼지의 적혈구를 각각 임상용 적혈구 제제로 제조해 활용했다. 연구진은 시노몰구스 원숭이 12마리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으며, 원숭이들을 세 그룹으로 나눠 25%의 혈액 손실을 유발한 후 각각 실험군 1, 실험군 2, 대조군으로 구분했다. 실험군 1에는 무균돼지의 적혈구를, 실험군 2에는 형질전환 돼지의 적혈구를 수혈했으며, 대조군에는 혈액 대신 생리식염수를 주입한 후 세 그룹의 혈액학적 변화를 비교 분석했다.

실험 결과, 무균돼지와 형질전환 돼지 적혈구를 수혈받은 실험군 1과 실험군 2 모두 첫날까지 적혈구 수, 헤마토크리트, 헤모글로빈 수치 등 혈액학적 지표가 현저히 개선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형질전환 돼지의 적혈구가 무균돼지의 적혈구에 비해 전신 부작용이 적어, 더 안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형질전환 돼지의 유전자 변형이 사람 혈액과의 호환성을 높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수혈된 돼지 적혈구는 24시간이 지나면서 원숭이의 혈액 순환에서 빠르게 사라졌고, 강한 항체 반응이 유발되면서 면역계의 부작용도 관찰되었다. 이러한 면역 반응은 외부 물질이 체내로 유입될 때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방어 기전으로, 돼지 적혈구를 인식해 공격한 결과였다. 

연구를 이끈 노주혜 교수는 “돼지 적혈구 수혈이 처음 24시간 동안은 혈액 지표를 효과적으로 증가시켰으나, 그 이후에는 생체 반응으로 인해 효과가 제한되는 것이 확인됐다”며 “이 연구는 혈액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한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지만, 보다 안전하고 지속적인 수혈 효과를 위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후속 연구를 통해 면역 반응 문제를 해결하고, 돼지 적혈구가 인간의 적혈구를 대체할 수 있는 보다 안전한 이종 수혈 프로토콜을 개발할 계획이다.

Leave a Reply

error: Content is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