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lustration by Serin Yeo 2008(여세린) >
[객원 에디터 9기 / 이지윤 기자] 돼지 심장은 오랫동안 인간의 장기이식 대체물로 주목받아 왔다. 실제로 인간에게 돼지 심장을 이식한 사례도 이미 여러 차례 보고된 바 있다. 그러나 그 반대의 경우는 어떤가? 상상조차 쉽지 않은 이 일이 최근 현실이 되었다. 중국과학원 광저우 바이오의과학연구원의 랑슈 라이 교수 연구팀은 인간 세포가 포함된 심장을 가진 돼지 배아를 만들어, 이를 최대 21일간 생존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완전한 인간의 심장은 아닌, 인간과 돼지의 세포를 합쳐 ‘키메라 심장’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왜 하필 돼지일까?
돼지의 심장과 인간의 심장은 구조적으로 큰 유사성을 띠고 있다. 기본적인 2개의 심방과 2개의 심실 구조와 판막의 위치뿐 아니라 기능까지 똑같다고 한다. 그에 반해, 차이점도 존재한다. 가장 큰 요인으로는 크기와 면역 거부 반응이 있다. 인간의 심장은 303g이고 돼지의 심장은 267g 정도로, 돼지의 심장이 인간의 심장이 약 94% 정도로 알려져 있다. 또한, 돼지의 심장 표면에는 인간의 면역 체계에서 거부 반응을 일으키는 ‘알파갈’이라는 단백질이 있다. 이러한 차이점으로 인해 과학자들이 생각해 낸 방법이 바로 ‘키메라 심장’인 것이다. 키메라 심장을 포함하는 키메라 장기는 서로 다른 두 생물종의 세포를 섞어 만든 장기이다.
이 연구가 중요한 이유는 우리가 만성적인 장기 부족 문제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이식자는 늘어나지만, 기증자는 줄어드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과학자들은 이식 장기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사람에게 키메라 장기를 이식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연구하는 중이다. 키메라 장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특정한 장기를 가지지 않은 배아를 만들어내야 한다. 예를 들어, 이 실험에서 필요한 것은 심장이 없는 돼지이므로 유전자 조작을 통해 심장이 없는 돼지를 만드는 것이다. 그 후, 연구진은 생존 능력이 강화된 인간 줄기 세포를 돼지 배아에 주입했다. 인간 줄기 세포를 가진 돼지 배아를 대리모의 자궁에 이식하면 준비 단계는 끝났다.
그 후의 관찰에 따르면, 인간의 심장을 가진 돼지 배아는 21일 동안 자라다가 죽었다고 한다. 연구진은 배아 사망의 이유를 인간 세포의 방해로 본다. 돼지 배아가 손가락 끝마디만한 크기로 성장해 박동하는 중에 인간 세포가 심장의 기능을 방해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사람 줄기 세포를 가진 돼지와 영장류는 이미 선례가 있는 것과, 배아의 심장 박동이 있었다는 것을 미루어 보아 키메라 장기를 만드는 것이 불가능해 보이지는 않는다.
다만, 이에 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면역 거부 반응을 완전히 피하기 위해 해당 장기가 전적으로 인간 세포로 구성되어 있어야 한다는 점과 윤리적인 문제점이 존재한다. 앞서 스탠퍼드 대학 신경과학자들이 진행한 키메라 연구 중, 쥐 배아의 뇌에 인간의 줄기세포를 심은 사례가 있었다. 인간의 뉴런과 쥐의 뉴런이 성공적으로 연결되었고, 쥐가 행동할 때 인간의 뉴런이 자극을 받는다는 사실도 관찰되었다. 만약 키메라의 연구가 더욱 발달되어 의식을 조종하는 뇌까지 닿게 된다면, 무분별한 연구가 진행된다면 사람의 의식을 가진 동물이 탄생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앞선 이유로 키메라 연구를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여럿 존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