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권과 동물원의 미래
[객원 에디터 8기 / 정동현 기자] 최근 인기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서 1년 전 김해 부경동물원에서 구조된, 갈비 사자로 알려진 “바람”이의 근황이 공개되었다. 구조 당시 갈비뼈가 드러날 정도로 야윈 상태였던 사자는 7년간 햇빛도 들지 않는 실내방사장에서 갇혀 지내던 상태였다. 바람이 구조를 통해 사회적으로 동물보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환기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동물학대는 끝나지 않았다. 지난 6월 또다시 대구의 한 동물원에서 백사자 한 쌍이 구조되는 일이 있었다. 이 백사자 부부 1쌍 또한 지난 7년간 2.5평 남짓의 지하 사육장에서 방치된 채 지내고 있었다.
동물원에서의 동물 학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자, 정부는 2023년 12월 “동물원 및 수족관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개정하였다. ‘신고제’를 ‘허가제’로 전환하여, 동물원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조건을 갖추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운영을 중단하는 동물원은 늘어 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동물원의 역사
가디언즈에 따르면 동물원은 약 5,000년 전 고대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에서 시작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당시 동물원은 파라오나 왕족 등 특권층의 힘의 상징으로서 희귀한 동물을 수입을 통해서 권력과 부를 과시하는 수단이 되었다. 2009년 발견된 고대 이집트의 히에라콘폴리스 유적에서는 기원전 3,500년경의 코끼리, 하마, 개코원숭이 등의 뼈가 발견되기도 하였다.
1889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만국박람회는 역사적으로 아직까지 논란이 되고 있다.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원주민들을 프랑스로 데리고 와서 ‘인간 동물원’ 형태로 전시하였기 때문이다.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의 유럽 제국주의 시대에는 이처럼 식민지에서 가져온 동물과 식물, 그리고 원주민들을 대규모 박람회와 전시회를 통해서 선보임으로써 자국의 우월성을 과시하고, 식민지 확장과 약탈의 명분을 제공하는 수단이 되었다. 이처럼 동물원은 단순한 오락이나 교육의 장을 넘어, 제국주의와 인종주의의 도구로 사용되었다.
20세기 들어서면서 전 세계적으로 독특한 개성의 동물원들이 설립되었다. 미국 뉴욕의 브롱크스 동물원 (Bronx Zoo)은 1899년에 개장하여 20세기 내내 연구와 보존 활동, 특히 멸종 위기종 보전 프로그램을 강화하여 교육과 보전의 역할을 강조한 박물관으로 성장하였다. 영국 런던 동물원 (London Zoo)은 1828년에 설립되어 동물 행동 연구와 교육적 프로그램을 통해 자연 서식지를 재현하는 전시 방식으로 변화를 시도하여, 동물 복지에도 중점을 두는 시도를 시작하였다. 미국 샌디에이고 동물원 (San Diego Zoo)은 미국 캘리포니아에 1916년에 설립된 세계 최초의 철창 없는 동물원으로 알려져 있다. 자연 서식지에 가까운 환경을 조성하여 동물 복지 향상에 힘써 세계적인 박물관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이처럼 20세기의 동물원들은 초기 20세기 동물원들이 철창에 동물을 가두어 구경거리로서 관람객들의 관람을 쉽게 하는 방식으로 운영되었다.
하지만 20세기 중후반이 되면서 멸종 위기 종의 보존과 연구를 위해 동물원의 존재 명분이 변모하였다. 이와 함께 동물의 서식환경을 보다 자연환경에 가깝게 하여 스트레스를 줄이고 동물 본래의 성질을 찾게 하기 위해서 동물의 서식지를 재현하려는 노력을 하게 된다. 이를 통해 동물원의 환경을 변화시키는 계기가 되었으며 이와 함께 관람객에게 동물의 생태와 자연환경을 교육하는 역할을 같이 하게 된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동물원은 동물원 내에서의 동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법적 규제와 기준이 강화되게 되었다. 이를 통해 동물원은 흥미위주의 유흥의 장소에서 동물 보호와 보존의 장소로 변모하게 된다.
하지만 일부 동물원은 법적 제도의 허점을 악용하여 상업적 이익을 위해 동물 학대 사례가 발생하였다.작년 김해시의 부경동물원 갈비사자 바람이나 대구동물원의 백사자 한쌍도 그런 사례이다. 비단 한국뿐 아니라 2024년 미국 필라델피아 동물원에서 사육 중이던 호랑이가 좁은 우리에서 반복적인 이상행동이나 2023년 런던 동물원 코끼리가 사육사에게 가한 공격적인 행동 등을 동물단체들은 스트레스와 우울증이라고 지적하였다. 또한 2023년 파리 동물원의 펭귄들이 더운 날씨에 고통받는 모습에 동물복지를 최우선하여 동물원 운영해야 함을 요구받고 있다.
동물원의 미래
동물 복지와 보전에 대한 인식이 사회적으로 커지면서 동물원은 새로운 변화를 맞고 있다. 첨단 기술을 활용하여 관람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발전하는 가상현실(VR) 및 증강현실(AR) 기술과 같은 첨단 기술은 동물의 자연 서식지를 생생하게 재현할 수 있게 되었다.
실제 동물을 전시하지 않고도 관람객에게 몰입감 있는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미래의 동물원의 새로운 방향을 보여준다. 지난 2015년 출시된 ‘지구동물원’ 앱은 사용자가 직접 채색을 하고 동물을 3D로 구현함으로써 살아 움직이는 생동감과 함께 직접 동물원 체험에 참여하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이는 기술이 동물원 경험을 혁신적으로 변화시키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디지털 기술과의 결합을 통해서 보다 적극적이고 역동적인 디지털 테마파크로 전환하는 새로운 시도라고 볼 수 있다.
갈비사자 바람이와 관련해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한 수의사의 말이 동물원에 대한 새로운 시사점을 보여준다. 수의사는 과거에 자신은 동물원이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동물원이 야생동물들을 보호하고 치료해서 야생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데 아직은 그 쓰임이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앞으로 동물원은 시대에 흐름에 맞게 새로운 기술과 결합하여 새로운 형태의 동물원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또한 과거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동물권과 동물보호를 위한 역할을 동물원이 나서서 찾아야 할 것이다. 생을 마감할 때까지 인간에게 착취당하거나 학대받지 않고, 타고난 본성대로 자연 속에서 자신의 삶을 누리며 살기 위한 환경을 조성하는데 우리가 힘써야 할 것이다. 그리고 잠시 위급한 상황에 처한 동물들이 보호받고 치료받을 수 있는 곳으로써의 동물원이라는 새로운 시대의 역할이 필요해 보인다. 인간에게 사육되는 동물들이 사는 농장과 차별이 없는 사육당하는 야생동물들의 공간으로서의 동물원이 아닌 인간과 더불어 사는 동물로서의 동물권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