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덕여대 남녀공학 전환 논의와 재학생들의 시위
동덕여대 공학 전환을 통보한 학교, 이에 대한 학생들의 분노
[객원 에디터 8기 / 정서현 기자] 최근 동덕여대에는 냉랭하고도 뜨거운 바람이 불고 있다. 동덕여대에서 본교를 남녀공학으로 전환시킨다는 입장문을 냈기 때문이다. 지난 11월 7일 동덕여대 총학생회인 ‘나란’에 따르면, 인터넷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서 퍼진 여러 의견으로 인해 조사를 한 결과, 학교에서 남녀공학 전환에 대한 논의를 진행 중에 있긴 하나 아직 확정된 사안이 아니라고 한 것으로 확인되었다고 전하였다. 이 소식이 전해진 후 재학생들은 학교 측에서 이런 중요한 사안을 학생들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하려고 했다는 사실에 분노하며 학교 앞에서 시위를 시작하였다.
지난 13일, 학교 본관을 포함한 모든 건물들을 학생들이 점거하고 있는 상태다. 동덕여대 곳곳에는 ‘소멸할지언정 개방하지 않는다,’ ‘공학전환 결사반대,’ ‘민주동덕은 죽었다’ 등의 문구가 빨간색 스프레이로 칠해져 있었다. 학생들은 자신들의 과잠을 벗어 본관 앞에 놓으며 학교에 대한 항의를 하고 있다.
그렇다면 학생들이 이렇게 분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본질적인 이유는 여대가 만들어진 애초의 이유와 같다. 옛날부터 성차별이 만무했던 여성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주고자 하는 의지와 여성 노동자들을 필요로 하는 사회와 정부의 의지가 더해져 많은 여대가 설립되었다. 그러나 저출산으로 인해 재학생 수가 줄어들고 대학 간 경쟁이 심해지자 여러 대학들이 남녀공학으로 전환하기 시작하였다. 현재 남아있는 4년제 여대는 총 7곳으로, 이화여대, 숙명여대, 동덕여대, 성신여대, 광주여대, 서울여대가 있다. 만약 동덕여대까지 남녀공학으로 전환하게 되고 다른 여대학들까지 남녀공학으로 전환한다면, 이제 남은 여대들이 얼마 남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국을 포함한 다양한 나라에는 성차별이 존재한다. 옛날에 비하면 여성에 대한 대우는 훨씬 나아지긴 하였지만, 그래도 완전히 사라졌다고 보기는 힘든 것이 사실이다. 많은 리더십의 자리를 남성들이 갖고, 여성들은 비교적 적은 기회를 가진다. 이런 이유가 합쳐져 좀 더 동등한 사회를 위해, 새로운 기회의 장이자 토론의 장으로 설립된 것이 여대인 것인데, 이제 이런 기회마저 사라져 가는 것이다.
또 학생들의 동의 없이 공학으로 전환시키는 것은 입시 사기와 같은 것이라며 분노하는 모습도 보였다. ‘여대’라는 특수성을 보고 입학한 학생들이 많을 텐데 갑자기 공학으로 전환하겠다는 학교 측의 통보는 입시 사기와 다를 바 없다며, 삼성에 입사했는데 회사 이름을 샤오미로 바꾼 것과 비슷하다는 동덕여대 재학생의 인터뷰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동덕여대 측은 아직 사안이 확정난 것도 아닌데 “이런 시위를 하는 것은 과하다, 천천히 학생들과 논의해 가며 해결할 것이다” 라며 해명하였지만 아직 학생들의 분노는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이 사안은 여러 커뮤니티로도 퍼져나가며 ‘시위가 과하다’와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다’ 등의 의견으로 나뉘어 인터넷을 달구고 있다. 학생들이 바라는 것은 먼저 재학생들과 논의를 통해 결정을 하자는 것이다. 또한, 평등한 사회를 위해 해당 사안을 다시 한번 생각하고 신중한 결론을 내리길 바라고 있는 것이다.
동덕여대는 지난 11일 학생들이 점거 농성에 나선 지 열흘 만인 21일에 학생대표단과의 면담 끝에 공학 전환은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며 당장 수업을 재개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학생들의 시위에 따른 피해에 대한 책임 문제 등을 놓고 갈등이 다시 불거질 가능성은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