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파민 중독: 자극을 추구하는 사회의 위험성과 그 해결책

<Open AI의 DALL-E 제공>
[객원 에디터 8기 / 이지윤 기자] 현대 사회에서 ‘도파민 중독’이라는 표현이 유행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도파민에 중독되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도파민은 뇌에서 보상과 동기부여를 담당하는 신경전달물질일 뿐, 스스로 중독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중독은 반복적인 강한 자극이 뇌의 보상 시스템을 교란하면서 발생하는데, 문제는 도파민 자체가 아니라 이를 촉진하는 환경이다. 특히 현대 사회는 이러한 자극을 끊임없이 제공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오늘날 우리가 소비하는 콘텐츠를 보면, 도파민 분비를 극대화하는 시스템이 곳곳에 존재한다. 짧고 강렬한 숏폼 영상, 빠르게 진행되는 게임, 끊임없이 업데이트되는 SNS 피드는 우리에게 즉각적인 보상을 제공한다. 대표적인 예는 틱톡과 같은 플랫폼이다. 몇 초 안에 강한 자극을 주는 영상이 연속적으로 재생되며, 사용자는 자신도 모르게 수십 분, 수시간을 이에 소비하게 된다. 이는 뇌가 점점 더 강한 자극을 원하도록 만들고, 집중력을 요하는 활동이 점점 지루하게 느껴지도록 만든다.
그리고 기업들은 이러한 도파민 시스템을 활용해 더 많은 이익을 창출한다. SNS 기업들은 알고리즘을 통해 사용자들이 가능한 한 오래 머무르도록 설계하고, 게임 회사들은 보상 시스템을 최적화해 플레이어들의 지속적인 참여를 유도한다. 심지어 전자상거래 플랫폼도 도파민 기제를 활용한다. 한정판 제품, 즉각적인 할인 혜택, 간편한 결제 시스템은 소비자들이 충동적으로 구매하도록 만든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모바일 쇼핑을 할 때 화면을 스크롤하는 것만으로도 보상 시스템이 활성화되며, 이는 불필요한 소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도파민 과부하는 사람들의 정신 건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즉각적인 보상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작은 성취에서 만족을 느끼지 못하고, 지속적인 자극이 없으면 우울감이나 무기력을 경험하기 쉽다. 실제로 최근 연구에서는 SNS 사용 시간이 길수록 불안감과 우울증 위험이 높아진다는 결과가 나오고 있다. 또한, 이러한 문제는 청소년들에게 더욱 치명적이다. 어릴 때부터 빠른 자극에 노출되면 현실에서의 집중력과 인내심이 부족해질 가능성이 크며, 이는 학업 성취뿐만 아니라 사회적 관계 형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단기적인 자극이 아닌, 장기적인 목표와 성취를 통해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교육과 사회적 시스템이 변화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가장 중요한 것은 ‘도파민 디톡스’처럼 도파민 자체를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자극을 조절하는 것이다. 즉, 도파민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주체적인 태도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일정한 시간을 정해 SNS나 게임을 사용하는 ‘디지털 웰빙’ 전략을 실천하거나, 긴 호흡이 필요한 활동(독서, 운동, 명상 등)을 생활에 포함시키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도파민은 우리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중요한 요소다. 하지만 이를 단순히 ‘중독’이라는 개념으로 치부하는 것은 위험하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어떻게 자극을 소비하고 있는지를 인식하고, 장기적인 만족감을 높이는 방향으로 생활 습관을 조절하는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 자극을 효과적으로 조절하는 능력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에서의 자율성을 지키는 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