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민진당 정부.. “장제스 동상 신속히 철거할 것”
장제스 동상 760여개 철거 나서
대만의 탈중국화 의도
[객원에디터 7기/신승우 기자] 이번달 20일 라이칭더 총통 취임을 앞둔 대만 정부가 장제스 동상을 철거하고 그의 집권기 동안 탄압을 받은 사람들을 기리는 기념일을 제정하는 등 장제스 지우기에 나섰다. 지난 2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SCMP)에 따르면 대만 정부는 760여 점의 장제스 동상을 철거한다고 보도했다. 이전 2016년 집권한 민주진보당 소속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2018년 장제스가 반대자 학살은 물론 인권 탄압을 자행했다고 결론 내리고 장제스 동상 934개를 철거하기로 결정한 적이 있었으나, 군부 등 일각의 반대에 부딪혔다.
대만 정부는 매년 5월 19일을 ‘백색공포 기억일’로 제정할 예정이다. 백색공포란 1949년부터 1987년까지의 장제스 국민당 정부의 독재 시기를 가리킨다. 장제스는 국공내전에서 패해 1949년 대만으로 건너왔고 1975년까지 대만을 강압 통치했다. 그는 대만의 경제 성장을 이루었지만 대만 원주민인 내성인을 학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내성인은 청나라 시기에 대만섬으로 이주한 사람들을 말하고, 외성인은 국공내전 이후, 장제스와 함께 대만섬으로 이주한 사람들을 일컫는다.
1947년 2월 28일에 일어난 대만 내성인의 ‘2.28 시위’에 국민당 군대를 보내 2만여 명을 학살한 책임이 있다고 민주진보당 정부는 판단했다. 대만 내성인들의 지지를 받는 민진당은 2.28 사건을 왜래 독재정권이 자유민주 체제를 부정한 사건이자 권위주의 체제가 기본적 인권을 철거하게 짓밟은 비극으로 규정했다. 2016년 당선된 민진당의 차이잉원 총통은 2018년 장제스가 인권탄압을 자행했다고 결론 내리고 그의 동상 934개를 철거하기로 했다. 그러나 군부 등의 반대로 인해 165점을 철거하는데 그쳤다.
대만 군부의 입장은 다르다. 추궈정 대만 국방부장은 “장제스를 기리는 건 군사적 전통이며 군 기지 내에 있는 장제스 동상은 사유지로 간주한다” 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장제스는 1924년 국민당 군대의 뿌리라 할 수 있는 중국 광둥성 황포군관학교의 교장을 맡았고 1950년 대만에서도 이 학교를 설립했다.
전문가들은 반중성향인 민진당이 라이칭더 총통까지 12년 장기 집권에 들어가면서 중국 공산당과의 내전에서 패배한 뒤 대만으로 건너온 장제스의 역사를 청산해 반중성향을 확실하게 하려는 것으로 분석했다. 민주진보당(중국어 정체자: 民主進步黨)은 중화민국의 진보주의 정당으로, 1986년에 타이완 독립을 주장하는 토착 정당인 민주진보당이 결성되었고, 내성인의 지지를 받았다. 14대 15대 대만 총통인 차이잉원은 민진당이며 오는 5월 20일 취임할 16대 총통인 라이칭더도 민진당 소속이다.
대만 국립정치대 황퀘이보 외교학과 교수는 민진당 정부의 동상 철거를 놓고 ‘탈중국화’ 시도로 봤다. 장제스 동상 철거로 민진당의 반중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는 것이다. 황 교수는 “사회적인 공개 토론이나 논쟁을 거치기 않은 채 민진당 정부가 장제스 문제를 일방적으로 처리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친중성향인 국민당은 장제스 동상 철거로 중국과 각을 세워 정치적 이득을 챙기려는 노림수라는 지적을 했다. 이런 가운데 개만 담강대의 제임스 천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장제스 동상 철거를 라이칭더 총통의 취임과 연결해 분석했다. 천 교수는 “대만 민진당 정부가 라이 총통 취임 전 날인 오는 5월 19일을 백색 테러 규탄의 날로 지정하는 계획은 국민당의 역사적 불법 행위를 공격하는 데 매우 유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