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동안 충전된다? 무선 충전 도로의 시대

< 일러스트 OpenAI의 DALL·E 제공 >

[객원 에디터 9기 / 우성훈 기자 ] 전기차의 가장 큰 단점 중 하나는 충전 시간이다. 충전소에 도착해도 꽉 차 있으면 오래 기다려야 하고, 장거리 여행 중 충전소가 멀리 있으면 불안해지기 쉽다. 하지만 이제는 이러한 걱정이 줄어들지도 모른다. 자동차가 달리는 도로 자체가 충전을 해주는 기술이 실제로 개발되고 있으며, 세계 여러 나라에서 시범 운영 중이기 때문이다. 이 기술은 ‘무선 충전 도로’, 또는 ‘동적 무선 충전(dynamic wireless charging)’이라고 불린다. 

무선 충전 도로의 작동 원리는 비교적 간단하다. 도로 아래에 구리 된 전자 코일이 깔려 있고, 여기에 전기가 흐르면 자기장이 형성된다. 전기차 바닥에 장착된 수신 코일이 이 자기장을 받아 전기를 생성하고, 그것으로 배터리를 충전하는 구조이다. 쉽게 말해, 도로 자체가 커다란 무선 충전 패드처럼 작동하는 것이다. 스마트폰을 무선으로 충전하는 방식과 비슷하지만, 훨씬 더 강력하고 정밀한 기술이 필요하다. 

이 기술을 가장 적극적으로 실험하고 있는 나라는 스웨덴이다. 스웨덴 정부는 ‘e-로드’’라는 이름으로 실제 도로에 무선 충전 시스템을 설치하고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고틀란드라는 섬에는 1.6km 길이의 무선 충전 도로가 만들어졌고, 그 위를 달리는 전기 버스와 트럭이 실제로 달리면서 충전되는 실험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 스웨덴은 2035년까지 약 2,000km의 고속도로에 무선 충전 시스템을 설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KAIST(한국과학기술원)에서는 이미 10년 전부터 ‘OLEV(On-Line Electric Vehicle)’이라는 기술을 개발해 왔다. 이 기술은 도로 아래 전선에서 발생한 자기장을 차량이 받아 충전하는 방식이다. 과거에는 대전의 일부 버스 노선에서 실제로 시험 운행이 이루어지기도 했다.. 최근에는 이 기술을 더 발전시켜,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설치 비용을 낮추는 연구도 계속되고 있다. 

무선 충전 도로는 단순히 충전 편의성만 높이는 것이 아니다. 운전자들이 충전소를 찾기 위해 우회하지 않아도 되고, 주행 중에도 배터리 잔량 걱정 없이 달릴 수 있어 전기차 보급률 증가에도 기여할 수 있다. 특히 전기 트럭이나 대형 버스처럼 큰 배터리를 사용하는 차량에는 매우 효과적이다. 또한 무선 충전 도로를 통해 필요할 때만 전기를 공급하면, 전체적인 전력 사용량 조절도 가능하다. 

하지만 이 기술이 당장 모든 도로에 적용되기에는 몇 가지 문제가 있다. 첫 번째는 설치 비용이다. 도로를 파고, 코일을 매립하고, 이를 전력망과 연결하는 과정은 많은 시간과 예산이 든다. 두 번째는 표준화 문제이다. 자동차마다 수신 기술이 다르면 호환이 되지 않기 때문에, 글로벌 표준을 맞추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자동차와 도로 간의 무선 연결에서 생길 수 있는 전자파 안전성 문제도 계속해서 검토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선 충전 도로는 분명 미래의 중요한 기술이다. 전기차가 보급되기 위해서는 충전 인프라의 발전이 반드시 필요하며, 그중에서도 ‘달리면서 충전’은 매우 혁신적인 해결책이다. 앞으로 더 많은 나라들이 이 기술을 실험하고, 기술이 보급되면 우리는 진짜로 충전소가 필요 없는 세상에 가까워질 것이다. 전기를 찾는 자동차가 아니라, 자동차에게 전기를 보내주는 도로. 그것이 미래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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