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걀은 세로 방향이 더 강하다… 정말 그럴까?

< 일러스트 OpenAI의 DALL·E 제공 >

[객원 에디터 9기 / 이지윤 기자] 달걀을 어느 방향으로 깨뜨려야 더 잘 깨질까? 아마 대부분의 사람은 세로로 떨어뜨려야 한다고 대답할 것이다. 달걀의 윗부분의 아치 모양이 충격을 분산시켜 더 큰 압력을 버틸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상식이다. 달걀을 가로로 눕혀서 떨어뜨리면 세로로 떨어뜨릴 때보다 깨질 가능성이 더 낮다는 연구 결과가 미국 현지 5월 8일 국제 학술지 ‘커뮤니케이션즈 피직스’에 공개되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 토목환경공학과 탈 코헨 교수 팀이 충격을 가하는 방향에 따라 달걀이 깨지는 현상에 대해 실험을 진행하고 분석한 뒤, 공식적으로 낸 결과였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충격을 잘 분산시키고 변형에 더 강하기 때문에 달걀의 뾰족한 부분으로 깨질 가능성이 낮다는 게 교육 자료로 사용되기도 하는 등 기본 상식으로 널리 알려진 정보였다. 연구팀은 8, 9,10mm 높이에서 각각 60개의 달걀, 총 180개의 달걀을 단단한 표면에 떨어뜨려 깨뜨리는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 결과는 확실히 뜻밖의 결과를 보여주었다. 8mm의 높이에서 떨어뜨릴 때는 달걀의 세로 쪽 중 어느 면으로 깨뜨리느냐에 상관없이 약 절반이 깨졌지만, 달걀의 가로 부분으로 떨어뜨리니 10% 미만이 깨졌다. 또한 달걀에 직접 압력을 가하는 추가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로는 가로로 떨어뜨린 계란이 세로로 떨어뜨린 계란보다 깨지기 전에 더 많은 압력을 받는다는 사실도 밝혀지게 되었다.

왜 우리는 지금껏 세로로 깨뜨릴 때가 더 잘 깨지지 않는다고 생각하게 되었을까? 이 정보를 오인한 데에는 타당한 이유가 있다. 힘이 가해질 때 발생하는 두 물리적 용어를 혼동해서 생기게 된 것이다. 물리에는 강성(stiffness)과 인성(toughness)이 있다. 강성은 물체가 변형되려는 힘에 저항하는 성질이다. 간단히 말해서, 변형에 저항하는 성질이 강성이다. 그와 유사한 인성은 물체에 가해진 압력을 그대로 머금는 성질이다. 즉, 변형의 에너지를 흡수하는 정도이다. 

실험을 진행한 코헨 교수의 예시는 이러하다. 유리와 고무로 된 두 개의 공을 떨어뜨린다고 가정했을 때, 유리 공이 더욱 단단하고 강도가 더 높지만 고무 공보다 유리 공이 깨질 가능성이 더 높다. 고무공은 운동 에너지를 잘 흡수하므로 깨지지 않는다. 이것이 강성과 인성의 차이이며, 달걀이 수직으로 압축될 때에 강성이 높은 것은 맞지만 내구성, 인성이 강하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전하였다. 

달걀의 어느 면이 더 잘 깨지는지가 왜 중요한지, 앞으로의 과학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지 의문을 가지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달걀을 가로 면으로 깨뜨려야 더 잘 깨진다는 것은 크게 중요한 점은 아니다. 하지만 코헨 교수가 이 실험을 통해 결과를 도출해 냈기에 널리 퍼져있는 잘못된 상식을 바로잡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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