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진스 하니, K팝 아이돌 최초 국정감사 출석
법정에서 다룬 사건의 전말은?
[객원 에디터 8기 / 최현우 기자] 소속사 어도어 전 대표인 민희진과 모기업 하이브 간의 분쟁 속에서 뉴진스가 따돌림을 당하는 등 차별적 대우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는 엔터테인먼트 산업 전반과 아티스트의 지위 등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담겨 있는 사안이기도 하다.
뉴진스의 차별적 대우와 관련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고용노동부 및 경제사회노동위원회 국정감사의 참고인으로 그룹 뉴진스 멤버 하니(20, 하니 팜)의 출석과 하이브 김주영 최고 인사책임자의 증인 출석을 요구하는 ‘국정감사 증인 참고인 출석 요구의 건’을 의결했다. 국회는 아이돌 따돌림 문제와 관련한 내용을 하니에게 묻고, 최고 인사책임자 김 씨에게도 부실한 대응에 대해 질문하였다.
이에 하니가 15일 오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부 소속 기관에 대한 국정감사에 K팝 아이돌 최초로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했다. 이날 하니는 소속사 하이브가 뉴진스를 고의로 깎아내리려고 했다는 점과 직장 내 따돌림 문제에 대해 진술했다.
국정감사 이전 지난달 11일, 하니를 포함한 뉴진스 멤버 5명은 뉴진스 멤버들과 진행한 긴급 라이브 방송에서 그간의 괴로웠던 심경을 토로했다. 하니는 하이브 사옥 복도에서 대기하던 중 다른 아티스트와 마주쳤을 때 인사했으나, 이후 그들의 매니저가 멤버들에게 ‘못 본 척 무시해’라는 발언을 했다고 폭로했다. 이 외에도 하니는 데뷔 초반부터 어떤 높은 분을 자주 마주쳤는데, 인사를 한 번도 받지 못했다며 방시혁(하이브 대표)을 겨냥했다. 이와 더불어 최근 블라인드 앱에서 하이브 직원들이 뉴진스를 욕한 것도 보았다고 주장했다. 이런 문제들이 한두 번이 아니고 이번에도 조용히 넘어가면 묻힐 것을 알기 때문에, 법정에 서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하이브의 레이블 빌리프랩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빌리프랩은 “아티스트에게 존칭과 칭호를 사용하기 때문에 무시하라고 말하는 것은 객관적인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라고 반박했다. 빌리프랩 소속 그룹 아일릿 멤버들도 뉴진스 멤버들에게 인사를 하지 않고 지나간 적이 없다며 CCTV 등을 증거로 제시해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하니는 상대방이 인사하는 장면이 담긴 약 8초 분량의 CCTV 영상만 있고, 이후 장면은 남아 있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특히 ‘무시해’라는 발언이 담긴 장면이 잘린 이유에 대해 빌리프랩이 미팅 도중 말을 바꾸었고, ‘영상을 삭제했다’고 실수로 언급하기도 했음을 강조했다. 이에 김 대표는 “CCTV 영상은 앞뒤를 삭제한 것이 아니라 인사하는 부분을 보관 처리하고 다른 부분은 개인정보 처리 지침에 따라 보관 기간이 만료된 것이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또한 “저도 하니 씨의 말씀과 주장을 다 믿고 어떻게든 입증할 만한 자료를 찾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확보하지 못했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국감 안호영 의원에 따르면 뉴진스가 이런 피해 사실을 소속사인 어도어(하이브 산하 레이블)에 알린 뒤 김주영 대표로부터 ‘증거가 없으니 참으라’는 말을 들었다는 내용이 의원실에 제보됐다고 밝혔다. 김주영 대표는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라고 뜻을 전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에 대한 노동부 측의 조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하니는 이에 대해 “죄송하지만,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해 달라고 간청했다. 또한 발언 말미에는 “죄송해야 할 분들은 숨길 게 없으면 당당하게 나오셔야 하는데 자꾸 이런 자리를 피하시니 너무 답답하다”라고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이렇듯 엇갈린 쌍방의 공방 중에 김주영 대표는 “하이브는 인권침해 행위 제보 채널 운영 등 기본적인 구성원 보호 대책을 운영하고 있다”라고 말하며 개선의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의원들은 이러한 방안이 하이브와 어도어가 처한 특수 상황에 맞지 않는 일반적인 대책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박정(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주영 대표에게 인사를 무시하라고 했다는 사건과 관련해 진실을 확인하고 문제가 있으면 사과하는 자리를 만들려고 했는데 거부됐다”라고 말했다. 또한 법인이 다르더라도 모회사 하이브를 통해 그룹 차원의 중재를 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을 이어갔다. 국정감사에서 여야는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직장 내 괴롭힘 및 따돌림 논란을 한 목소리로 질타했다.
한편으로는 이번 사안이 K팝 아티스트와 관련해 처음으로 고용노동부에서 진정이 접수된 사건인 만큼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국가의 예산 지원을 받지 않는 사기업 연예인의 분쟁이 국정감사 대상에 오른 게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누구든 증인과 참고인으로 출석시켜 문제를 따져볼 수 있지만, 국정과 직접 관련성이 없는 연예인의 분쟁을 국감 대상으로 삼는 것은 과도하다”라고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설명했다.
통상적으로 가수나 배우 같은 프리랜서 예술인들은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이하 특고)로 분류해 왔다. 특히 연예인의 경우 소속사와 전속계약을 맺고 있는 만큼 근로자로 보지 않았다. 법원에서도 노조법상 연기자를 근로자로 인정한 판례는 있지만,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여부에 관해서는 판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법조계 안팎에서는 고용부가 특고 종사자를 근로자로 인정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으로 보고, 진정을 각하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하니의 호소는 대부분 미성년으로 커리어를 시작하는 K팝 아이들의 인권 논의로 이어졌다. 하니가 제기한 직장 내 괴롭힘 논란은 문화예술인들의 노동권과 인권의 사각지대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췄다. 이 일을 단순한 해프닝으로만 여길 수 없는 것은 K팝의 화려한 성공에 가려진 이면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성공한 극소수의 아이돌 뒤에는 데뷔도 하지 못한 채, 온갖 인권 침해의 사각지대를 경험하고 떠나는 이들이 많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