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ENCE

사랑, 과연 화학작용 때문일까?

사랑의 묘약 신경전달물질의 화학작용

도파민, 페닐에틸아민, 엔돌핀, 세로토닌

< PIXABAY 제공 >

[객원 에디터 4기 / 황시후 기자] 사랑에 빠져본 적이 있는가?

사람들은 사랑에 빠졌을 때 비이성적인 행동을 한다. 연인이 좋아하지만, 자신은 싫어하는 음식을 먹고, 심지어는 취향을 바꾸고, 비도덕적인 행위까지 저지르곤 한다. 지금까지 인류는 새로운 사람에게 호감이 가고, 나 자신이 자랑스럽고, 가족에게 애틋한 마음이 들거나 가슴이 쿵쾅대는 경험을 사람들은 오랜 시간 ‘사랑’이라고 믿어왔다. 하지만 사랑이 단순히 뇌의 화학작용 때문이라면 어떨까?

The Science Times에 따르면 뇌가 화학작용을 한다는 의미는 생물학적으로 신경세포 상호 간 신호 전달이 이뤄진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눈, 코, 입 등 감각기관이 어떠한 자극을 받으면, 신경세포는 신경전달물질을 형성하고 그를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다. 대략 50여 개의 신경전달물질이 존재하며, 그중 몇은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 데 큰 역할을 하는데 특히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은 ‘사랑의 묘약’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도파민은 처음 끌림을 느끼는 단계에서 분비되며, 상대방이 얼마나 다정하고 배려심 있으며 나와 잘 맞는 사람인지를 판단하게 하여 일명 ‘콩깍지’가 씌었다라는 상태에 빠지게 한다. 사랑에 빠진 사람들의 뇌스캔을 보면 ‘보상’을 위한 복측피개영역 (ventral tegmental area)이나 미상핵(caudate nucleus)이 폭발적으로 활성화된다. 진심으로 관심 있는 사람의 사진만 봐도 같은 현상이 일어난다. 또한 사랑에 정열적으로 빠진 사람의 뇌에서도 도파민이 분비되는데, 이는 코카인을 복용하는 효과와 같다. 

도파민뿐만 아니라 페닐에틸아민 역시 대표적인 사랑의 묘약 중 하나이다. 페닐에틸아민은 천연 각성제라고 불리기도 하며, 수치가 상승하면 이성이 마비되고 행복감에 도취해, 사랑에 빠지는 감정을 느끼게 된다. 기실 페닐에틸아민은 마약의 주성분인 암페타민 성분에 속한다. 사랑에 빠졌을 때 ‘구름 위를 둥둥 떠다니는 것과 같은 기분’은 이러한 성분에서 유래된 말이다.

페닐에틸아민을 만들어 내는 페닐알라닌은 단백질의 구성성분인 아미노산의 하나인 만큼 단백질이 풍부한 음식에 많이 들어 있다. 분위기 있는 레스토랑에서 소고기 스테이크를 먹을 때 사랑의 감정이 샘솟는 것을 비단 비싼 레스토랑이 제공하는 호사스러운 분위기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화의대 목동병원 비뇨기과 심봉석 교수는 사랑의 각성제가 필요하다면 단백질이 풍부한 식품을 섭취하는 것을 권했다. 

또한 엔돌핀과 세로토닌 역시 대표적인 사랑의 전령이다. 

엔돌핀은 다른 신경전달물질들과 같이 뇌 속의 마약으로 불리며, 심한 외상이나 수술 후 통증을 없애주는 아편의 주성분인 모르핀보다 백배 더 효과가 강하다. 출산 시 산부가 이 고통을 견딜 수 있는 이유도 엔도르핀 덕분이다. 엔도르핀 형성을 증진하는 식품은 초콜릿으로, 사랑하면 초콜릿이 연관되어 떠오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엔돌핀은 강력한 쾌감을 불러오지만, 인체는 엔돌핀에 자제력이 없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세로토닌은 이른바 ‘행복 호르몬’으로 알려져 있다. 비록 엔돌핀과 비슷한 효과를 가지고 있지만, 세로토닌은 소주 한잔의 잔잔한 기쁨, 엔돌핀은 술에 취한 흥분된 상태라고 말할 수 있다. 

에리히 프롬은 저서 ‘사랑의 기술’에서 사랑을 단순한 감정이 아닌, 배우고 단련해야 하는 기술이라고 칭했다. 비록 사랑을 시작할 때 ‘사랑의 묘약들’ 덕분에 긍정적인 감정들을 가지고 시작하지만, 사랑을 성숙하게 유지하기 위해선 노력이 필수 불가결한 것이다.

참고 기사 & 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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