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llustration by Yujin Jeon 2007(전유진) >
노이즈 캔슬링 원리 및 올바른 사용법
[객원 에디터 9기 / 김지수 기자] 최근 무선 이어폰이 대중화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일상 속에서 이를 필수적인 디지털 기기로 활용하고 있다. 특히 2016년 애플의 ‘에어팟’ 출시 이후 무선 이어폰 시장은 급격히 성장했으며, 청소년을 비롯한 젊은 세대에서의 사용률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그중에서도 노이즈 캔슬링 기능이 탑재된 이어폰은 외부 소음을 효과적으로 차단해 집중력을 높이는 데 유용하다는 이유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최근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과 헤드폰이 뇌 손상 및 청각 장애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공개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일부 연구에서는 장시간 사용 시 소리 감지 및 해석 능력이 저하될 가능성이 있으며, 특히 청소년과 어린이에게 미치는 영향이 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노이즈 캔슬링 기능은 우리의 청력과 뇌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며, 이를 안전하게 사용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높은 음량의 소리가 청력에 해롭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낮은 음량이라도 이어폰을 장시간 착용하면 청각세포가 손상될 위험이 있다. 귀 안의 달팽이관은 소리를 생체 신호로 변환해 뇌로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데, 이 과정에서 청각세포가 손상되면 청각 감도 저하, 소리 분별력 감소, 이명증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심각한 경우 영구적인 청력 손실로 이어질 위험도 있다. 특히 시끄러운 환경에서는 외부 소음을 차단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음량을 높이게 되는데, 이러한 습관은 소음성 난청의 주요 원인이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이즈 캔슬링 기능은 외부 소음을 효과적으로 차단하면서도 낮은 음량에서도 선명한 소리를 제공하여 청력 보호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노이즈 캔슬링 기술은 작동 방식에 따라 패시브 노이즈 캔슬링(PNC)과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ANC)으로 구분된다. PNC는 이어폰이나 헤드폰의 물리적 구조와 차음 소재를 이용해 외부 소음을 물리적으로 차단하는 방식으로, 고주파 소음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다. 반면,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ANC는 외부 마이크를 통해 주변 소음을 감지하고, 해당 소음과 반대되는 음파를 생성하여 소음을 상쇄하는 원리로 작동한다. 이는 ‘상쇄 간섭’을 활용한 기술로, 비행기 엔진 소리나 지하철 소음과 같은 저주파 소음을 효과적으로 차단하는 데 특히 유용하다.
그러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주변 소음을 막아주는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과 헤드폰 등이 젊은 층의 청각 및 뇌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영국 BBC는 최근 청력 문제로 병원을 찾는 젊은 환자들이 급증하고 있으며, 그 원인 중 하나로 이어폰에 내장된 주요 기능인 노이즈 캔슬링을 지목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영국 런던에 거주하는 25세 여성 소피는 하루 약 5시간씩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을 사용한 뒤, 말소리가 명확하게 들리지 않거나 소리의 방향을 인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증상을 경험했다. 그녀는 대학 수업을 듣는 데 불편함을 느껴 온라인 수업의 자막에 의존해야 했으며, 일상에서도 모든 소리가 소음처럼 들리는 현상 때문에 술집이나 식당에서도 오래 머물기 어려웠다. 검사 결과, 그녀는 ‘청각 정보 처리 장애(APD)’로 진단받았다. 이는 귀가 소리를 정상적으로 감지하더라도, 뇌가 소리 정보를 올바르게 해석하지 못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NHS(영국 국민보건서비스)는 최근 청력에 이상이 없지만 소리를 처리하는 능력에 문제가 있는 젊은 세대가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청소년기는 청각 정보 처리 능력이 완성되는 중요한 시기인데, 장시간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을 사용할 경우, 뇌가 소리 정보를 효과적으로 해석하는 능력이 저하될 수 있다. 영국 청각학회의 클레어 벤튼은 “뇌가 소음을 걸러내는 능력은 경험을 통해 발달하는데, 지속적인 노이즈 캔슬링 사용은 이러한 발달 과정을 방해할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16세 미만 청소년들 사이에서 청각 정보 처리 장애에 대한 검사 수요가 급증하고 있으며, 청각 전문가인 안젤라 알렉산더 박사는 노이즈 캔슬링 기능이 어린이의 청각 처리 능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이러한 위험을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교통량이 많은 곳에서는 외부 소음을 들을 수 있는 ‘주변음 허용 모드’를 활용하거나, 완전히 귀를 차단하지 않는 오픈형 이어폰을 선택하는 것이 한 가지 방법이다. 또한 하루 2~3시간 이내로 이어폰 사용 시간을 제한하고, 일정 시간마다 귀를 쉬게 하는 습관을 들이면 청각 기관의 피로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결국, 노이즈 캔슬링 기술은 현대인의 삶을 보다 편리하게 만들어주는 유용한 기능이지만, 무분별한 사용은 오히려 청각과 뇌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이를 현명하게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며, 건강을 보호하면서도 일상 속 편리함을 극대화하는 균형 잡힌 사용법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