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ENCE

노이즈 캔슬링이 완전히 소음을 막아주지 못하는 이유

< OpenAI의 DALL·E 제공 >

[객원 에디터 7기 / 이채은 기자] 노이즈 캔슬링은 말 그대로 주변의 소음을 차단해 주는 기술이다. 최근에는 이어폰, 헤드셋 등에 적용되어 주변 소음을 완벽하게는 아니지만 많은 정도 차단해 주어 온전히 노래나 영상을 즐기는 데에 많이 쓰이고 필수적이라고 생각된다. 나 또한 음악 기기를 고를 때 노이즈 캔슬링이 있는 제품을 먼저 고른다. 이로써 노이즈 캔슬링은 우리 일상에서 필수적인 요소가 되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의문점이 든다. 지금까지 사용해 본 노이즈 캔슬링은 소음을 줄여주는 정도였지 완벽하게 차단해 준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왜 소음이 완벽하게 차단되지 않는 걸까? 

노이즈 캔슬링은 소음의 파동을 없애는 방식으로 소리를 차단하는 기술이다. 소리는 진동으로 인해 전달되는 파동이다. 예를 들어 스피커 같은 물체에서 발생한 진동이 공기를 타고 주변으로 전달되어 귀로 들어오는 것이 소리이다. 이때 공기가 크게 진동할수록 큰 소리로써 인식된다. 또한 소리를 내는 물체에 따라서 진동의 크기와 모양이 달라지기도 한다. 이 소음을 제거하는 방법은 1초마다 같은 횟수로 진동하면서 방향이 다른 파동을 만나면 없어진다. 이것을 상쇄간섭이라고 한다. 만약 같은 진동수에 같은 방향의 파동이 만나면 소리는 더 커진다. 이것은 보강 간섭이라고 불린다.

따라서 이러한 원리를 이어폰이나 헤드셋에 적용하면 소음을 막아준다. 이어폰 또는 헤드셋 내부 장치를 통해 주변 소음과 진동수는 같지만, 진행 방향이 다른 파동을 만들면 소음은 사라진다. 따라서 노이즈 캔슬링은 소음을 분석하고 반대 파동을 만들어 내지만 재채기가 경적이 같은 갑작스럽고 짧은소리는 분석하기에 시간이 모자란다. 따라서 반대 파동을 만들어 낼 수 없으므로 이런 소리는 차단되지 않고 귀에 들어온다. 심지어 재채기와 경적 같은 고음의 소리는 저음의 소리보다 더 빠르게 진동하기 때문에 분석하기 힘들다. 노이즈 캔슬링은 지속적이고 낮은 소음에 효과적이다. 

이러한 이유로 지난 5월 미국 워싱턴 대학교 시암 교수팀은 인공지능을 이용해 듣고 싶은 사람의 목소리만 골라 들을 수 있는 표적 음성 청취 시스템을 개발했다. 앞서 설명한 파동을 이용해서 듣고 싶지 않은 사람의 목소리는 반대 파동을 만들어 소리를 차단하는 기술이다. 연구팀은 AI가 목소리를 인식하도록 가르쳤고 지우고 싶은 목소리를 가진 사람과 대화할 때 3~5초 동안 헤드폰의 버튼을 누르면 상대방의 목소리 정보를 분석한다. 연구팀은 21명을 대상으로 이 실험을 진행한 결과 등록된 사람의 목소리가 등록되지 않은 사람의 목소리보다 더 흐리게 들렸다고 말했다.

그뿐만 아니라 우리 뇌에는 자동으로 작동하는 노이즈 캔슬링 회로가 존재한다. 동생과 밥 먹을 때를 생각해 보자. 동생이 쩝쩝거리는 소리보다는 내가 밥 먹는 소리가 더 작게 들린다. 지난 2017년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발간된 논문에 따르면 뇌의 노이즈 캔슬링 회로가 내가 밥 먹는 소리를 줄여주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우리가 소리를 들으려면 소리가 귓구멍을 지나고 달팽이관으로 전달되어 전기신호로 바뀐다. 전기신호는 청신경을 타고 대뇌에 도달한다. 와우 핵은 연수에 위치해 있는 신경 세포체의 집합으로 등 쪽과 배 쪽에 있다. 와우 핵을 관찰했을 때 남이 먹는 소리보다 내가 먹는 소리에 덜 반응했다. 외부의 소리는 언제든 어떤 방식으로 변화할 수 있는 소리지만 내부의 소리는 보통 그렇지 않다. 따라서 진화적인 관점에 따라 외부의 자극과 위험에 더 빠르게 반응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있다. 

몇몇 소리를 완벽하게 차단할 수 없다는 한계점에도 불구하고 노이즈 캔슬링 기술은 계속해서 발전을 거듭해 오고 있다. 시암 교수 연구팀의 연구 결과와 같이 이러한 방식으로 작동이 가능하다면 어쩌면 미래에는 잔소리를 듣지 않게 해주는 이어폰 같은 발명품이 나올지도 모른다. 또한 반대의 원리를 이용해서 보청기에 적용할 수 있다. 보강 간섭을 이용해 잘 듣지 못하는 소리와 똑같은 진동수와 파동을 통해 소리를 더 크게 할 수 있다. 보청기에 적용된다면 아주 효과적일 것이다. 또한 발전을 거듭할수록 몇 년 후에는 재채기나 경적 같은 소리도 기술의 발달로 빠르게 반대 파동을 만들어 차단하는 날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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