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나치 부역자’ 의심되는 42만 5000명 온라인 공개
[객원 에디터 8기 / 우성훈 기자] 며칠 전, 네덜란드에서 나치 부역자로 의심되는 42만 500명의 명단이 처음으로 온라인에 공개되었다. 이 소식을 들으면서 우리나라가 일제 강점기 친일파 문제를 다루었던 방법이 떠올랐다. 과거 우리나라는 친일파 처벌을 위해 “반민족행위처벌법”이라는 법을 만들었는데, 이 법에는 한국의 주권을 침해하거나 일본의 한일병합에 협력한 사람들을 처벌하고, 그 재산을 몰수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친일행위를 한 자를 그 가담의 정도에 따라 최고 사형까지의 처벌을 할 수 있도록 하고, 그 밖에 재산몰수, 공민권정지의 조처를 할 수 있게 하였다. 그러나 친일파를 두둔하는 세력들로 인해 제대로 처벌하지 못하고 흐지부지됐고 결국 법은 1951년 폐지됐다.
네덜란드의 이번 결정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 점령기에 대한 기록을 공개함으로써 그 시절의 진실을 드러내고자 하는 의도로 보인다. 네덜란드 국립 문서보관소와 후이겐스 연구소는 이 명단을 디지털화하여 연구자들과 일반 시민들이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에는 헤이그에 직접 가야만 열람할 수 있었던 자료가 이제는 온라인을 통해 일부 공개된 것이다. 이 명단에는 나치당 당원으로 의심되는 사람들, 독일군에 복무한 네덜란드인 약 2만 명, 그리고 기타 전범으로 분류된 사람들이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이러한 공개는 우려를 낳기도 했다. 일부는 이로 인해 무고한 사람들이 의심을 받을 수 있다고 걱정하고 있다. 실제로 이번 명단에는 무죄로 밝혀진 사람들의 이름도 포함되어 있는데, 이는 과거 특별재판소에서 작성한 파일을 그대로 디지털화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네덜란드 정부는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명단에 이름, 생년월일, 출생지 등 최소한의 정보만 담고 있으며, 특정인의 혐의 내용은 여전히 문서보관소에서만 확인할 수 있게 했다.
네덜란드 내부에서는 이번 공개를 두고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과거를 마주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과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예를 들어, 나치 부역자의 자녀로 알려진 린케 스메딩가는 “사회적으로 큰 반응이 나올까 봐 두렵다”며 공개에 대한 복잡한 심정을 털어놓았다. 그러나 국립문서보관소의 톰 드 스멧 소장은 “이 기록이 공개되어야만 금기시되었던 대화가 시작될 수 있다”며 공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지난 2022년 독일 검찰이 2차 세계대전 중 유대인 학살에 가담한 혐의로 기소된 101세의 최고령 전범에게 징역 5년을 구형했다. 당시 독일 동부 부란덴부르크주(州) 검찰은 1942~1945년 오라니엔부르크 작센하우젠 수용소에서 교도관으로 일하며 3518명의 수감자를 살해한 데 가담한 혐의로 기소된 요제프 슈에츠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비록 지연된 정의라고 할지라도 독일에서는 슈에츠의 사례처럼 전범들이 법의 심판을 받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에포 브루인스 네덜란드 문화부 장관은 “과거의 어두운 역사를 직시하는 것이 현재와 미래 세대에 매우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추가적인 정보 공개를 위해 법 개정을 추진할 의향도 밝혔다. 이번 데이터베이스에는 아직 살아있을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의 이름은 제외되었으며, 유럽연합의 개인정보 보호법을 준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