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부터” 우리는 왜 할 일을 미룰까?
미루는 것은 습관인가, 인지적 행위인가?
[객원 에디터 7기 / 오민경 기자]누구나 “내일 시작해야지”, 또는 “나중에”라는 마음을 먹고 해야 되는 일을 마지막 순간까지 미뤄본 적이 있을 것이다. 우리는 순간적으로 귀찮아서, 피곤해서, 아파서, 약속이 있어서, 등 매번 수많은 핑계로 중요한 일을 며칠, 몇 주, 심지어 몇 달씩 미룬다. 지금 하지 않으면 나중에 훨씬 더 큰 스트레스를 받을 것을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여전히 미루는 것이다. 더군다나 한 번 이 미루는 사이클에 빠져들면 탈출하기 어렵고, 결국 이 행동은 습관이 되어 삶에 많은 피해를 가져온다. 그런데 과연, 이 미루는 습관은 온전히 게으름 때문일까? 또한 어떤 해결책이 있을까?
이렇게 미루는 습관을 영어에는 ‘Procrastination’이란 정확한 명칭이 존재한다. 무언가를 ‘미룬다’하면 사람들은 대부분 이 행동을 게으름이나 무관심의 이미지랑 연관 짓는다. 하지만 프로카스티네이션의 근본적인 원인은 단순히 게으름을 떠나 더 깊이 개인의 인지와 감정의 복잡성에서 찾을 수 있다.
개인마다 다양한 이유로 일을 미루지만, 기본적인 원인은 동일하다: 바로 해야 하는 일을 떠올렸을 때 드는 ‘불편한 감정’ 때문이다. 우리의 뇌는 해야 하는 일을 생각할 때 압박감, 지루함, 무기력함, 부담감 등을 느끼는데, 이러한 감정에 대해 미루는 사람들은 ‘견딜 수 없다’라고 반응하며 부정적인 감정을 피하려고 하는 욕구가 생긴다. 그리고 이 불편한 감정이 들게 하는 요소를 최대한 미루기 위해, 해당 일보다 더 재미있고 쉬운 핑곗거리를 찾아 떠올리기 시작한다. 예를 들어, 집에서 숙제를 시작하려고 할 때 갑자기 유튜브 영상이 보고 싶어지고, “이것만 보고 시작해야지”하며 정작 진짜 해야 되는 일을 미루게 된다. 이는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미루는 것이 습관화된 사람들은 즉각적인 보상과 즐거움을 얻는 데 익숙해져서 자꾸 뇌가 흥미롭다고 생각하는 일만 하게 된다.
이렇게 장기적인 이익보다 즉각적인 보상을 우선시하는 경향은 미루는 습관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 노력이나 불편함이 필요한 작업과 직면했을 때, 개인은 종종 자신이 이 일을 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장기적인 결과를 무시하고 오히려 단기적인 편안함과 여가를 우선시한다. 즉각적인 만족에 대한 이러한 근시안적인 초점은 장기적인 발전보다 일시적인 즐거움을 반복적으로 선택해 개인의 최대 잠재력을 달성하지 못하거나 능력을 발전하지 못하는 등 삶에 여러 피해를 불러오는 악순환을 조장한다.
미루는 습관의 실제 예시를 들자면, 산업 및 조직 심리학 분야의 박사 Piers Steel의 연구를 살펴볼 수 있다. 참가자들에게는 다양한 난이도의 퍼즐이 주어졌고, 모든 참가자들에게는 퍼즐 작업을 시작할 시기를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졌다: 퍼즐 작업을 즉시 시작하거나 더 작은 보상을 받고 시작을 연기할 수 있었다. 실험의 설계는 미루기의 본질, 즉 부정적인 결과나 적은 보상을 초래할 수 있음을 알면서도 작업을 미루는 경향을 포착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참가자들에게 퍼즐 시작을 연기할 수 있는 선택권을 제공함으로써 연구자들은 개인이 미루는 유혹에 굴복하여 장기적인 성공보다 단기적인 편안함을 선택하는지 관찰했다. 실험 결과, 대다수의 참가자는 즉각적인 보상을 희생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퍼즐 시작을 미루는 쪽을 선택했다. 이 실험을 특히 통찰력 있게 만드는 것은 적용 가능성이다. 퍼즐을 완성하는 것은 실제 업무 및 책임보다 사소해 보일 수 있으나, 미루는 습관을 유발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같다. 개인이 장기적인 목표 (예: 작업 완료 및 보상받기)보다 단기적인 즐거움(예: 작업 지연)을 어떻게 우선시하는지 보여줌으로써 이 실험은 미루는 결정에 내재된 비합리성을 조명한다.
캐나다 칼턴 대학교의 팀 피클 교수는 “감정에 집중하지 말라”라고 충고한다. 어떤 일이든 단기적인 편안함보다는 장기적인 베네핏을 떠올리고 내가 이 일을 끝냈을 때 어떨지, 최종 목표는 무엇인지 잊어서는 안 된다. 또한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무언가를 미루는 이유일 수도 있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시작조차도 망설이게 되기 마련이다. 이때 생산성 전문가 클레어 에반스는 그럴 때 생각했던 것보다 나쁘지 않다는 것을 깨닫기 위해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상해 보라고 충고한다. 또한, 불완전한 결과를 두려워하는 것으로 인해 작업을 미루면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받을뿐더러 동시에 작업의 질도 희생시킨다. 그렇기 때문에 일단 해내고 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
브라운 대학교의 저드슨 브루어 교수는 일을 미루는 것이 보상에 대한 학습에 기원한다고 설명한다. 마감을 생각하면 스트레스를 받으며, 결국 그 일을 하는 대신 소셜 미디어를 보는 등의 행동으로 압박감을 피하게 되는데, 이는 학습된 반응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므로 의지만으로 유혹을 이겨내기는 어렵우며 사고 회로를 바꿔 순수한 성취감을 보상으로 여겨야 한다.
너무 하기 싫지만 그렇다고 해서 거부감만 중시하고 해야 할 일을 외면할 수도 없다. 앞서 말했다시피, 개개인이 일을 미루는 이유는 조금씩 다르므로 정말 미루는 습관을 버리고 싶다면 나의 현재 상태를 정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 무언가를 해결하기 위한 첫 번째 단계는 자신이 가진 문제를 솔직히 인정하는 것이다.
‘나중에’라는 생각을 꺼내는 순간, 프로카스티네이션 늪에 빠지는 길이다. 미루는 습관의 이면에 있는 심리적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것은 이러한 행동을 효과적으로 해결하는 데 있어서 굉장히 중요하다. 자기의식을 키우고, 시간 관리 기술을 실천하고, 현실적인 목표를 설명함으로써 미루는 습관을 극복하고 생산성과 행복을 키울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