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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치병의 희망, CRISPR-CAS9 유전자 가위

원하는대로 편집하는 유전자 교정기술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객원 에디터 1기 / 오재원 기자] 2020년 노벨화학상은 유전자를 원하는 대로 편집할 수 있는 첨단 생물학 기술인 CRISPR-Cas9(크리스퍼 캐스9) 유전자 가위를 개발한 두 명의 과학자에게 수상되었다. 이 영예를 안게 된 Jennifer Doudna와 Emmanuelle Charpentier는 1987년 처음으로 CRISPR라고 불리는 유전자 가위를 발명했다. 유전자 가위는 말 그대로 ‘가위’를 이용해 DNA를 자르고 붙이는 등 유전자 편집이 가능한 유전체 교정 기법이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난치병으로 알려진 유전질환 치료는 물론 특정 병균에 강한 식물이나 동물 품종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유전자 가위 기술은 ZFN(Zinc Finger Nuclease, 징크핑거 뉴클레아제), TALEN(TALE Nuclease, 탈렌) 등의 발전과정을 거쳐 지금의 3세대 유전자 교정기술인 CRISPR(Clustered Regularly Interspaced Short Palindromic Repeats)가 자리 잡게 되었다. 

1세대인 1990년대에 개발된 ZFN는 DNA 염기쌍 3개를 인식하는 Zinc Finger 도메인을 표적 DNA의 염기서열에 맞게 제작하고, 중앙에 제한효소인 Fok1을 연결하여 DNA를 절단하게 하는 기술이다. 적어도 18개 이상의 특정 염기서열을 인식하도록 제작하면 유전체 내에서 적절한 특이성을 획득할 수 있어 유전자 가위로서 유용성이 높다. 하지만 제작 자체가 복잡하고, 여러 도메인을 연결하게 되어 융합 분해효소의 크기가 너무 커져 비표적 위치에서의 활성이 높은 것도 단점으로 여겨지고 있다.

2세대 유전자 교정기술인 TALEN은 ZFN와 같이 특정 DNA 염기 서열을 인식하는 결합 도메인과 DNA의 특정 부위를 절단할 수 있는 절단 도메인으로 구성된다. 포크1(FokI)을 이용하여 DNA를 절단하지만, 결합 도메인으로 사용되는 TALE(transcription activator-like effector, 전사 활성체 유사 인자)은 DNA 염기서열을 한 개씩 인식하는 방식을 가지고 있어, 좀 더 간단하고 효과적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발전된 기술인 CRISPR-Cas9은 앞선 기술들과 달리 guide RNA와 CAS-9 효소의 복합체이다. guide RNA는 문자 그대로 DNA 중에 어떤 부분을 절단할 것인지 안내하는 가이드 역할을 한다. 이로 인해 RNA의 염기서열에 자신과 정확하게 결합하는 DNA 서열을 찾아 상보적으로 결합하는 것이다.

세포는 DNA가 절단되었을 때, 복구하고자 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원래 서열로 복구가 되면 또다시 CRISPR-Cas9이 작동하여 이를 절단하고, 이 절단-복구 과정이 계속 반복되면서 몇 염기서열에서 차이를 보이게 된다. 이러한 변화가 나타나면 CRISPR는 작동을 멈추고, 이미 변화된 서열은 원래의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된다. 이런 식으로 절단하고자 하는 유전자를 정확하게 찾아내 knock-out 하는 것이 기술의 요점이다.

또한 이 기술을 활용해 절단뿐만 아니라 원하는 곳에 유전자를 추가할 수도 있다. CRISPR-Cas9과 함께 추가하고 싶은 DNA 서열을 넣으면, 세포가 절단된 부분을 복구하는 과정에서 추가된 DNA 서열을 흡수하게 되고, ‘편집’이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CRISPR 유전자 가위는 총 21개의 염기를 인식할 수 있어 보다 더 정확하게 원하는 부위의 DNA만을 자를 수 있지만 guide RNA와 교정 DNA의 염기서열 80%만 같아도 인식 오류가 생길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 하지만 현재 유전자의 교정, 편집을 위한 대표적인 도구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현재 유전자가위는 실험실 수준의 기술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다른 기술, 산업과 접목을 통해 상품으로 넘어가는 과정에 있다. 2021년 4월 13일, CRISPR-Cas9 유전자 가위를 이용해 말라리아 매개 모기의 유전자를 항(抗)말라리아 유전자로 교정하는 기술이 처음 개발됐다. 니콜라이 윈드비클러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 생명과학과 교수팀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이용해 모기의 유전자를 항말라리아 유전자로 교정하는 데 성공하였다. 새로 삽입한 항말라리아 유전자는 다음 세대에도 계속 전달되어 말라리아 모기를 퇴치할 가능성이 생겼다. 유전자 교정과 편집은 살아있는 생명체에 관련된 어떤 분야에든 응용할 수 있지만 사업적으로 우선 유전자·세포 치료제와 농축산 분야에서 먼저 응용되고 있다. 이를 통해 많은 질환들을 정복할 수 있는 제약산업은 물론 나아가 환경과 에너지 분야에도 큰 파급효과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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