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 기술을 통한 약물 전달, 다양한 질병 치료 가능성 열어
리포좀 기반 기술부터 인공 탄수화물 나노입자까지, 난치병 치료에 새로운 돌파구 마련
[객원 에디터 8기/이채은 기자] ‘나노’라는 단어는 고대 그리스어로 ‘난쟁이’를 뜻하는 nanos에서 유래되었다. 그만큼 나노는 매우 작은 크기를 의미한다. 1 나노미터는 10억 분의 1미터에 해당하며, 이는 꽃가루보다도 작은 수준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미세한 나노 입자들에 약물을 실어 치료 표적에 어떻게 도달할 수 있을까?
대표적인 나노 입자 전달체로는 리포좀이 있다. 리포좀은 인지질 이중층으로 구성되어 소수성 및 친수성 물질을 둘 다 포함할 수 있으며, 인체에 사용하기 적합하다. 실제로 코로나19의 백신에도 리포좀이 사용되어, 지질 나노입자를 통해 mRNA를 보호하고 표적 세포까지 mRNA의 손상 없이 전달할 수 있었다.
기존에는 간, 비장, 폐와 같이 비정상적인 단백질을 분해하는 세포가 서식하는 특정 장기에만 약물을 전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국내 연구진은 콩팥, 심장, 뇌와 같은 장기에도 나노 입자를 통해 약물을 전달할 수 있는 기술을 발견하였다. 이를 통해 더욱 다양한 질병에 대한 치료가 한층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KAIST의 전상용 생명과학과 교수와 이희승 화학과 교수의 공동 연구팀은 다섯 가지의 단당류 단위체를 기반으로 한 조합적인 패턴을 구현해 인공 탄수화물 나노입자 수십 종을 합성했다. 합성된 인공 나노입자는 체내에서 다양한 생물학적 상호작용에 관여하며, 연구진은 뒤이어 각각의 나노입자가 어느 장기에 가장 효과적인지 분석했다. 특히 이 중 간, 신장, 비장에 적용할 수 있는 나노입자들이 해당 장기의 특정 세포(간세포, 신장 상피세포, 대식세포)를 표적으로 삼는다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이러한 특성을 바탕으로 해당 장기에서 발생하는 질병을 더욱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나노입자를 활용한 약물 전달 기술은 1960년대에 처음 고안되었으나, 당시 생소한 개념이었던 탓에 1995년이 되어서야 FDA 승인을 받았다. 이후로 다양한 형태의 나노입자들이 개발되었으며 최근에는 모더나와 화이자가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이 기술을 적용했다. 초기에는 주로 지질 나노입자가 주로 사용되었으나, FDA 승인 이후 다양한 기능성을 가진 고분자나 무기물 나노입자들이 활발하게 연구되었다. 이들은 다공성 구조로 약물의 효율을 높이고, 표면 화학 개질을 통해 세포 표적을 더욱 정밀하게 설정할 수 있어 차세대 약물 전달에 사용되는 나노입자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나노전달체 기반의 약물 전달 시스템(DDS) 시장은 2023년 235조 원의 가치를 지닌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었다. 특히 나노 입자 약물 전달 기술은 제약업계에서 높은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았으며 항암제뿐만 아니라 일반 치료제와 화장품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치료가 까다로운 췌장암과 뇌종양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밝혀진다. 췌장암과 뇌종양 치료의 가장 큰 난제는 외부 물질이 체내에 진입하는 것을 차단하는 장벽을 뚫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약물은 매우 제한적이지만, 나노입자를 활용하면 체내 깊은 곳까지 약물을 전달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이처럼 효과적인 약물 전달을 통해 난치성 질병까지 극복하는 것이 이 시스템의 궁극적인 목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