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활동가 2명, 미국 워싱턴 DC 국립보관소 헌법에 빨간 가루 테러
기후 활동가들 “우리는 모두 깨끗한 공기와 물을 마실 자격이 있다”라고 주장해…
계속되는 ‘기후 테러’ 반달리즘 시위, 이대로 괜찮은가
국립문서보관소 수석 기록 보관 담당자, “가해자들이 법이 허용하는 최고 수준의 처벌을 받기를 주장할 것”
[객원 에디터 6기 / 김정윤 기자] 미국 워싱턴 DC 국립보관소에 전시된 헌법이 붉은 가루로 뒤덮이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2월 14일(현지시간) 미국 CBS 방송과 AFP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30분쯤 환경단체 ‘비상 선언(Declare Emergency)’ 소속 기후활동가 2명이 국립문서보관소에 영구 전시 중인 미국 헌법에 붉은 가루를 뿌리는 시위를 벌였다. 다행히 헌법 문서는 유리로 둘러싸여 있어 훼손되지는 않았지만 그들이 행사한 과격한 행위가 현재 큰 논란을 일고 있다.
사건 발생 당시 기후 활동가들은 전시 중인 미국 헌법에 붉은 가루를 뿌렸고, ‘X’ (옛 트위터) 등의 온라인 매체에 업로드된 영상을 보면 이들은 붉은 가루를 뒤집어쓴 채 전시 케이스 앞에 서서 “우리 모두는 깨끗한 공기와 물, 음식을 먹을 자격이 있다”라며 미국 정부의 화석연료 지원금 지급 중단과 바이든 대통령의 ‘기후 비상사태’ 선언을 요구했다고 미국 CNN 통신은 전했다. 또한, 그들은 “반란을 일으키기로 결심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기후 활동가들은 “이 나라는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창조되었으며 생명과 자유, 행복 추구를 부여받는 조건 위에 세워졌다”라며 “우리는 부유한 백인 남성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이러한 권리를 가지기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건 이후, 기후 활동가들의 소속인 환경단체 ‘비상 선언 (Declare Emergency)’은 각종 소셜미디어(SNS) 플랫폼을 통해 이날 시위가 자신들이 벌인 것이라고 당당하게 밝혔다. 그들은 “우리는 문명의 종말을 원하진 않지만 지금 우리가 그 길로 가고 있다”라고 주장하였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당시 시위 현장에 있던 다큐멘터리 작가 포드 피셔는 활동가들의 모습을 영상으로 촬영해 소셜미디어(SNS) ‘X’에 게재했다. 촬영된 영상 속 활동가들은 자신의 옷과 머리에 붉은 가루를 묻힌 채 헌법 문서 앞에 서 있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기후 활동 시위자들은 현장에 있던 보안요원들에게 즉시 붙잡혀 경찰에 넘겨졌으며, 국립문서보관소 측은 어지럽혀진 현장을 수습하기 위해 전시실을 하루 폐쇄한다고 밝혔다. 더불어, 콜린 쇼건 국립문서보관소 수석 기록 보관 담당자는 성명을 내고 “국립 문서 보관소 원형 홀은 우리나라 건국 문서를 보관하는 성역”이라며 “모든 미국인이 우리나라의 원칙을 보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곳”이라고 했다. 또한 그는 “우리는 이러한 반달리즘(기물 파손 행위)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라며 “가해자들이 법이 허용하는 최고 수준의 처벌을 받기를 주장할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이번 사건의 환경 단체 ‘비상 선언 (Declare Emergency)’은 지난해 4월 워싱턴 국립 미술관에 전시된 에드가르 드가의 조각상에 페인트를 뿌리는 시위를 벌인 적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기후 활동가들이 종종 사용하는 시위 수단인 ‘반달리즘’은 문화유산이나 예술품 등을 낙서 등으로 가치를 훼손시키는 행위로, 이는 최근 미국뿐만 아니라 일부 유럽 국가 등에서 여러 환경운동가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더욱 강조시키기 위한 행동이 과격한 시위가 되어 하나의 사회 문제로 떠오른 상황이다. 현재 환경 보호를 명분으로 자행되는 ‘반달리즘’이 심각한 ‘기후 테러’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국민일보에 따르면, 지난 11일에는 ‘식량 반격’이라는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입은 여성 2명이 프랑스 리옹 미술관에 전시된 모네의 작품 ‘봄’에 수프 용액을 뿌리는 일이 발생했다. 이 단체는 지난달 28일 파리 루브르 박물관의 ‘모나리자’에 수프 테러를 저질렀던 사건이 확인됐다. 또한, 지난해 7월에는 스코틀랜드 활동가들이 국립 초상화 미술관에서 찰스 3세 초상화 보호 유리막 위에 분홍색 페인트 스프레이를 뿌렸고, 6월에는 스톡홀름에 있는 국립 박물관에 전시된 모네의 작품에 스웨덴 활동가들이 ‘페인트 테러’를 해 논란이 됐다. 이처럼, “지속적인 반달리즘 시위가 점점 과격한 테러로 바뀌는 것이 아니냐”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