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ENCE

기후변화, 비행기 사고를 유발하는 범인이 되다

< Illustration by Yujin Jeon 2007(전유진) >

[객원 에디터 7기 / 이채은 기자] 지난 몇 개월간 난기류로 인한 비행기 사고가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지난 21일, 영국 런던에서 싱가포르로 향하는 비행기가 난기류로 태국 방콕에 비상 착륙했다. 이 일로 1명이 사망하고 70여 명이 다치게 되었다. 이뿐만 아니라 미국 중남부에서는 강한 폭풍과 토네이도가 보고되고 있다. CNN, 가디언 등 외신은 이번 사고는 지구 온난화가 난기류의 발생 빈도와 위력을 점점 키우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난기류는 공기의 흐름이 예측할 수 없이 불규칙한 형태를 띠는 것이다. 이러한 기류를 만나면 비행기는 급상승하거나 급하강할 수 있다. 비행기가 난기류를 겪는 이유는 다양한데 주로 구름, 악천후 등이 영향을 미친다. 이번 사건에 영향을 미친 난기류는 아직 정확하지는 않지만, 청천으로 의심된다. 청천은 맑은 하늘에 발생하는 예고 없이 일어나는 난기류이다. 

청천 난류는 3만~6만 피트 상공에서 빠르고 좁게 흐르는 제트 기류이다. 김정훈 서울대 지구환경 학부 교수도 이번 싱가포르행 비행기는 미얀마를 지날 때 엄청난 뇌우의 영향을 받으면서 대류운에 의한 난기류가 원인이라고 지목했다. 전 세계의 과학자들은 기후변화가 난기류를 더 많이 발생하게 하고, 그 정도를 증가시킨다고 발표했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늘어날수록 따뜻한 공기가 기류의 풍속과 방향을 바꾸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7월 김정훈 서울대 교수는 네이처에 앞으로 대류운에 의한 난기류, 제트기류로 인한 난기류, 산악지형을 생기는 난기류, 이 세 종류의 난기류의 발생 빈도가 지구 온난화로 인해 더욱 빈번해질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김정훈 교수와 미국 국립 대기센터 공동 연구팀은 고탄소 시나리오를 사용해 1970~2014년과 2056~2100년 사이의 난기류 발생 빈도를 예측하고 시뮬레이션 돌렸다. 고탄소 시나리오는 현재보다 미래에 더 많은 탄소 배출량이 일어났을 때를 가정한다. 그 결과 2056~2100년에 현재에 비해 2배 더 많이 난기류가 발생한다는 연구 결과를 냈다. 

또한 지난해 영국 레딩대학교 연구진은 특히 청천 난류로 일어나는 난기류가 1979년부터 2020년까지 55%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 연구의 지도 교수인 폴 윌리엄스 교수는 지난 BBC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수십 년 안에 불규칙한 공기의 흐름으로 비행기는 더 많은 난기류를 겪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난기류로 인한 비행기 사고를 막기 위해서 난기류 예측 및 방지 시스템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라고 밝힌 바가 있다. 

지구 온난화가 계속될수록 지구 대기의 온도도 계속해서 증가한다. 기온이 올라가면 수증기가 많아지고 대류운, 뇌우 등이 증가하면서 공기가 대기 경계층에서부터 성층권까지 뚫고 가는 힘이 강해진다. 그리고 기온이 올라가면 대류권의 공기가 따뜻해지고 성층권의 공기는 차가워져서 그사이에 위치한 제트기류에 난기류가 찾아온다.

외신은 기후변화가 진행될수록 습한 조건에서 잘 일어나는 토네이도의 발생 빈도가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빅터 겐시니 일리노이 대학 기상학 교수는 미래에 토네이도가 발생하는 날이 더 많아질 것으로 예측한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도 올해 17~25개의 폭풍이 대서양에 찾아올 것으로 예측한다. 지금까지 추측된 예상 폭풍 개수 중 가장 높은 수치이다. 올해 폭풍이 많을 확률이 무려 85%나 된다. 그 이유로는 지구 온난화를 꼽았다. 

폭풍이 더 많이 발생하는 것과 기후변화도 큰 연관이 있다. UN의 과학기구인 IPCC는 기후변화로 인해 이러한 열대 폭풍이 점점 더 강해지는 데 믿을만한 증거가 있다고 했다. 우선 기후변화로 바다가 따뜻해지면서 더 많은 바닷물이 증발하게 되고, 공기는 더 많은 열과 습기를 가지게 된다. 따뜻해진 공기는 더 많은 수분을 흡수해 더 강한 바람 및 폭풍우로 이어져 폭풍이 더 많이 일어나게 된다. 

앞으로 계속되는 지구온난화는 우리의 미래의 삶을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지도 모른다. 특히 비행기에서 겪는 난기류는 상상만 해도 겁이 나는 일이다. 이러한 미래가 그렇게 멀지도 않지만 가깝지도 않다. 지금부터 우리 주변에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작은 행동 하나부터 실천해 보자. 이 작은 일이 엄청난 변화를 주지는 않지만, 시작만으로 의미가 있는 행동일 것이다. 또한 기후변화에 따른 난기류와 폭풍을 예측하는 시스템도 만들어진다면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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