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만드는 현악 4중주
[객원 에디터 7기/이채은 기자] 온난화로 인한 극심한 기후변화를 여러 국가에서 알리고 있다. 최근 흥미로운 과학자들의 결과물이 발표되었다. 일본의 릿쇼대 지구환경과학과 나가이 교수의 연구팀은 극지 기후 데이터를 이용해 현악 4중주를 작곡했다. 이전에도 과학 데이터를 소리로 변환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단순히 변화하는 것을 넘어서 음악으로 창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음악을 통해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알리려는 목적이다.
지난 18일 나가이 교수의 연구팀은 국제학술지 i 사이언스에 북극과 남극에서 수집한 데이터로 작곡한 음악을 발표했다.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나가이 교수는 그린란드 빙하 시추 현장, 노르웨이 스발바르제도 위성 기지, 남극 일본 연구 기지 등 북극과 남극에 자리 잡고 있는 곳에서 강수량, 끓는 표면 온도, 구름 두께와 같은 기상과 관련된 정보를 수집했다. 데이터를 소리로 바꾼 후에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등의 악기를 배정했다. 그 후 1년 넘게 악기를 조율하고 예술적인 방법을 추가해 최종적으로 음악을 완성했다. 음악의 제목은 ‘현악 4중주 1번 극지방 에너지 예산’이다.
나가이 교수는 “음악은 단순한 소리와 달리 감정적인 반응을 일으킨다.”며 이 음악을 통해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알리고 싶다고 밝혔다. 또한 수치로만 보이는 기후변화는 사람들이 잘 알아채기 힘들다며 음악을 듣고 어떤 감정이 드는지 생각해 보라고 전했다. 실제로 음악은 후반부로 갈수록 더욱 격정적으로 고조를 보였다. 연구팀이 음악을 작곡하는 것을 선택한 이유는 과학에 대한 호기심에 앞서 사람들의 감정을 끌어내는 것이 과학에 대한 호기심을 더 높일 방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이와 같이 데이터를 음악화하는 도전이 이뤄지고 있다. 작년 9월 KAIST 연구진은 기후변화를 겪은 미래 모습의 반영한 편곡된 버전의 비발디 사계를 대전에서 연주했다. 유엔 산하 단체인 IPCC에서 제공하는 2050년 대전의 기후 예측 데이터로 인공지능을 이용해 작곡했다. 직접 숫자로 이뤄진 데이터를 입력하면 새로운 악보로 변화시켜 주는 알고리즘을 개발해 편곡에 적용했다.
연구진들은 또한 챗 GPT-4를 이용하기도 했다. 비발디의 사계에는 계절마다 소네트라 불리는 짧은 정형시가 있는데 이에 맞춰서 데이터를 입력했다. 입력된 데이터 값을 학습한 챗 GPT-4는 여름을 무자비한 태양 아래, 생물다양성의 붕괴로 많은 벌레, 큰 천둥소리 등으로 구체화하여 악보로 변환했다. 봄에는 새소리가 대폭 줄어들었고 여름은 지구온난화로 길어질 계절을 반영해 더 긴 길이의 소네트가 되었다. 가을에는 텍스트를 음악으로 바꿔주는 인공지능 뮤직젠을 사용하여 화음과 조성이 없어 불안한 분위기를 보여주었다. 겨울은 현재보다 11일 짧아질 것을 반영해 더 짧고 여러 옥타브를 뛰어넘는 형태로 극심한 추위를 묘사했다.
이러한 과학적 접근은 기후변화에 관한 경각심을 높이는 데 효과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와 같은 연구들은 과학과 예술 융합의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고 사회적인 문제에 대한 효과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인공지능의 사용을 우려만 할 것이 아니라 인간과 인공지능의 상호작용을 통해 창조된 음악으로 예술가와 인공지능이 어떻게 공존하며 살아갈지에 관한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우리 모두 이 음악을 듣고 미래의 기후가 어떻게 바뀔지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