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ENCE

기후변화가 만든 살인적 한파, 대만 독감·폐렴 확산

대만 한파로 인한 독감·폐렴 급증…

배우 서희원 사망과 예방 접종 증가

<OpenAI의 DALL.E제공>

[객원 에디터 8기 / 정동현 기자] 최근 대만에서 북극발 한파로 인해 기온이 급격히 하락하면서 독감과 폐렴이 급증하고 있다. 특히 지난 1월 타이베이의 기온이 영하 8.2도까지 떨어지는 이례적 기상 이변으로 열흘 사이 4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대만은 겨울이 짧고 평균 기온이 12~16도로 온화하지만, 한국보다 습도가 높고 난방시설이 부족해 체감 온도가 실제보다 낮은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대만 배우 서희원(49)이 독감으로 인한 폐렴 합병증으로 숨졌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독감 예방에 대한 대만 사람들의 경각심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대만에서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 수요가 급증했으며, 대만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20일까지 하루 평균 24,700건의 정부 지원 백신 접종이 이루어졌다고 밝혔다.

대만, 북극발 한파(Arctic blast)로 기록적 추위. 지구 온난화의 영향?
현재 대만은 북극에서 남하한 한랭 공기의 영향으로 차가운 날씨와 지속적인 비가 이어지고 있다. 대만 중앙기상국(Central Weather Administration, CWA)에 따르면, 북쪽에서 내려온 찬 공기와 북상하는 구름대의 영향으로 대만 전역이 비와 함께 혹독한 추위를 겪고 있다. 일부 기상학자들은 이러한 한파가 지구 온난화로 인해 더욱 빈번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북극의 기온 상승으로 인해 제트기류(jet stream)가 약화하면서, 찬 공기가 쉽게 남하하여 대만과 같은 아열대 기후 지역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대만은 원래 극단적인 한파가 드문 지역이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이와 같은 혹한이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지구 온난화와 북극발 한파의 연관성 

최근 북극 온난화가 심각한 수준으로 진행되면서 극단적인 기온 변화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 2월 2일, 북극의 기온이 1991~2020년 평균보다 20도 이상 높았으며, 북위 87도의 기온은 영하 1도까지 상승해 얼음이 녹는점(0도)에 가까워졌다고 영국 가디언(The Guardian)이 보도했다. 핀란드 기상학자 미카 란타넨(Mika Rantanen)은 이를 “ 매우 극단적인 겨울철 온난화 ”라며, “ 북극에서 일어날 수 있는 기후 변화 중 가장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과학자들은 북극 온난화가 북극발 한파의 빈도와 강도를 증가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지구 전체의 평균 기온이 상승하고 있는데, 북극은 다른 지역보다 빠르게 따뜻해지고 있으며, 그로 인해 특히 스칸디나비아의 바렌츠 해(Barents Sea) 부근에서 해빙(바다 얼음)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이 해빙 감소는 더 많은 열이 대기로 방출되도록 하여, “폴라 보텍스(극 소용돌이, polar vortex)”라고 불리는 북극 상공의 차가운 공기층에 영향을 미친다. 일반적으로 폴라 보텍스는 북극의 한기를 가두는 역할을 하지만, 온난화로 인해 불안정해지면 제트기류가 남쪽으로 내려가면서 북극의 찬 공기가 미국, 유럽, 아시아 등의 지역으로 확산된다. 온난화가 진행되면서 북극과 중위도(온대 지방) 간의 기온 차이가 줄어들면, 제트기류가 약해지고 북극의 찬 공기가 더욱 자주 남하하게 된다. 최근 몇 년 동안 한국을 중심으로 아시아, 미국, 유럽에서 기록적인 한파가 발생한 것은 이러한 현상의 결과로 해석된다. 전반적으로 지구 온난화는 기온을 상승시키지만, 대기 순환 패턴의 변화로 인해 특정 지역에서는 더욱 극심한 한파가 발생할 수 있다. 올겨울 한국, 대만, 홍콩, 중국 남부 지역을 강타한 북극발 한파는 이러한 복잡한 기후 변화의 결과로 볼 수 있다.

북극 온난화의 가속화와  인류에 미치는 영향

평소 폴라 보텍스에 갇혀 있는 북극 한기는 강하게 유지될수록 그 찬 공기가 북극에 머무르지만, 북극의 기온이 상승하면 이를 둘러싼 제트기류가 약해지면서 찬 공기가 남하해 혹한을 초래할 가능성이 커진다. 가디언(The Guardian)에 따르면, 화석 연료 연소 등으로 인해 지구의 평균 기온은 산업화 이전보다 1.3도 상승했다. 하지만, 햇빛을 반사하던 북극의 얼음이 녹으면서 극지방의 온난화 속도는 훨씬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 북극은 1979년 이후 지구 평균보다 4배 빠르게 온난화되고 있다. 이는 단순히 북극의 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적인 기후 불안정성과 이상 기후를 초래하는 요인이 된다. 극단적인 한파와 폭염이 반복되는 최근 기후 현상들은 이러한 변화의 결과이며, 기후 변화에 대한 대응이 더욱 시급한 상황이다. 

대만에서 발생한 기록적인 한파와 독감·폐렴 증가, 그리고 북극의 급격한 온난화는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서희원의 사망 이후 독감 예방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백신 접종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기후 변화 대응에 있다. 과학자들은 화석 연료 사용 감축, 탄소 배출 저감, 재생 에너지 확대 등을 통해 지구 온난화를 억제해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지구의 기후 시스템이 점점 더 불안정해지고 있는 지금, 기후 변화 대응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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