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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디지털세’ 초과이익 배분비율 25% 최종 합의

디지털세 최종 합의에 136개국 지지…2023년부터 시행 

 연결매출액이 200억 유로, 이익률이 10% 이상인 대기업 해당

삼성전자, SK하아닉스 등이 디지털세 부과 대상 예상

Illustration by Jimin Lee

[위즈덤 아고라 / 우연주 기자] 세계 136개국이 글로벌 기업들의 초과이익에 대해 세금을 매길 수 있도록 하는 디지털세를 도입하기로 합의했다. 적용 대상은 연결 기준 연 매출 200억 유로(한화 약 27조 원)를 넘고 이익률이 10%보다 높은 다국적 기업이다. 

디지털세 초과이익 배분비율은 25%로, 글로벌 최저한세율은 15%로 확정됐다. 이번 디지털 세는 규모가 크고 이익률이 높은 다국적 기업들이 매출 발생 국가에서도 세금을 내도록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주요 20개국(G20) 포괄적 이행체계(IF·Inclusive Framework)는 8일 영상으로 제13차 총회를 열어 글로벌 기업의 매출 발생국(시장 소재국) 과세권 배분(필라 1)과 글로벌 최저한세 도입(필라 2)에 대한 최종 합의문과 시행계획을 공개했다. 최종 합의문은 총회에 참가한 140개국 가운데 케냐, 나이지리아, 파키스탄, 스리랑카를 제외한 136개국의 지지를 얻었다.

필라 1은 연결 매출액 200억 유로(약 27조 원) 이상, 영업이익률 10% 이상인 다국적 기업들이 본국이 아닌 시장 소재국에도 세금을 내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과세대상 기업이 영업이익률 10%를 초과해 이익을 얻었다면, 초과이익의 일정 비율에 대해서는 고정사업장에 없는 시장 소재국도 과세할 수 있게 된다. 그동안 국제 사회는 이 비율을 20∼30% 사이에서 논의해왔는데, 이번에 25%로 결정됐다. 시행은 오는 2023년부터다. 

필라 2에서는 글로벌 최저한세율이 15%로 확정됐다. 최저한세 적용대상은 연결 매출액 7억 5천만 유로(약 1조 원) 이상의 다국적 기업이다. 다국적 기업의 자회사가 특정 국가에서 최저한세율보다 낮은 세율을 적용받을 경우, 최종 모회사가 위치한 국가에서 미달 세액만큼 과세권을 받는 방식이다. 반대로 최종 모회사가 최저한세율보다 낮은 세율을 적용받으면, 해외 자회사들이 미달 세액만큼을 해당 국가에 납부해야 한다. 이는 법인세율을 10%대 초반으로 유지하는 아일랜드와 같은 조세 회피처를 무력화하기 위한 조치다.

디지털세는 몇몇 글로벌 빅 테크 기업이 전 세계를 상대로 실제 독점을 하는 상황에서 국제 조세 원칙상 세금은 고정된 사업장이 있는 곳에 부과한다. 그러나 IT 기업은 네트워크를 통해 전 세계 어디서든 디지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 세율이 낮은 아일랜드, 룩셈부르크 등에 고정 사업장을 세우고 온라인 광고, 광고 이용자 데이터 판매 등을 통해 실제로 수익을 얻는다. 즉, 고정 사업장이 없는 국가에는 세금을 거의 내지 않아 문제가 됐다. 그래서 IT 기업의 소득 이전 행위를 막고, 영업하고 있는 국가에서 수익이 발생하면 이에 맞는 세금을 부과하기 위해 디지털세 논의가 이뤄졌다. 

유럽연합(EU)은 2018년 3월 21일 디지털세 세제안을 발표했고 특히, 프랑스는 2019년 7월 세계 처음으로 디지털세를 제도화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미국 기업을 겨냥한 세금제도를 시행하지 말라며 보복관세 카드로 맞섰기 때문에 시행을 미뤘다. 그러다 판데믹으로 협약이 미뤄지다가 2021년 7월 1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주요 20개국(G20) 포괄적 이행체계(IF)는 디지털세(필라 1)와 글로벌 최저한세(필라 2) 도입 방안에 대해 139개국 중 130개국이 합의했다고 발표하며 공식화됐다.

시행 7년 후인 2030년부터는 적용 대상 기업이 연매출 100억 유로 이상인 기업으로 확대될 방침이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이 디지털에 부과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재부는 “글로벌 최저한세의 도입으로 국가 간 무분별한 조세경쟁을 방지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다국적 기업의 조세회피를 차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현재 우리나라의 법인 최저한세율이 15%이기 때문에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회계 기준으로 구글이 한국 정부에 납부해야 하는 디지털세는 약 287억 원이다. 예상보다 크지 않은 수치이다. 구글의 총매출(198조 원)과 영업이익(44조 8000억 원) 그리고 디지털세 산식과 국내 법인세율을 적용해 얻은 결과다. 

이번 합의안은 G20 재무장관 회의 보고를 거쳐 이달 말 로마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서 추인될 예정이다. 합의문이 채택된다면 각국은 내년 초까지 기술적 세부사항을 논의한 뒤 2022년 내에 각국의 서명, 비준, 국내 법제화 등 필요한 과정을 거쳐 오는 2023년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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