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차의 비상, 시작되나?
[객원 에디터 6기/박혜진 기자] 현대차와 기아가 지난해 매출 262조 4720억 원, 영업이익 26조 7348억 원을 기록했다. 창사 이래 이례적인 성적이다. 그중에서도 기업 핵심 수익성 지표인 영업이익률이 10.2%로 최초로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글로벌 전기차 아이콘인 테슬라의 영업이익률인 9.2%를 훌쩍 넘기고 고급 차 BMW와 메르세데스 벤츠와 자리를 나란히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자동차 산업 역사상 200억 달러(약 26조 7300억 원) 비슷한 이익을 낸 사례조차 보기 드물다. 게다가 730만 대를 팔면서 이익률이 두 자릿수를 기록하는 것은 더욱 희귀하다. 2021~2022년 세계 1위 도요타가 약 24조 4000억 원을, 폴크스바겐 그룹이 약 29조 원 이상의 이익을 냈지만 영업이익률이 8~9%였으며,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수년간 유지해 온 테슬라나 BMW, 벤츠 모두 판매량이 글로벌 200만 대 안팎 수준이다. 국내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기아가 기록한 영업이익률인 11.6%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렇게 역대급 실적을 낸 가장 큰 비결은 다양한 차종을 내놨기 때문으로 보인다. 미래 먹거리로 앞세워진 전기차는 시장이 주춤했지만, 하이브리드, SUV 등이 충분한 대체재가 있기 때문이다. 또 이런 제품을 고물가 속에서도 효율 좋게 생산하는 원가 경쟁력이 높아진 것도 핵심 요인으로 거론된다.
전기차 열풍을 불게 한 테슬라는 주춤한 전기차 소비를 되돌리기 위해 가격을 크게 낮췄고, 그게 독이 되어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7%가 줄었다. 반면 하이브리드와 SUV 같은 제품들이 풍부했던 현대차와 기아는 역대급 실적을 낼 수 있었다.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해 730만 4282대를 판매했는데, 현대차의 경우 하이브리드(37만 3,941대)가 전년 대비 56%나 판매가 늘어났다. 또한, 제네시스를 포함하여 SUV 비중이 전체 판매량의 57.1%까지 늘어났다. 기아도 비슷한 상황으로, 전기차 판매량 증가율은 전년 대비 15%였지만 하이브리드는 21%나 더 팔렸으며 SUV와 밴 같은 RV (레저용 차량) 비중이 70%에 육박한다.
또 SUV와 하이브리드의 경우 현대차와 기아의 원가 경쟁력이 최고 수준까지 높아져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 등 주요 자동차 시장에서는 고물가로 업계 전반적으로 차 가격이 크게 오른 상태지만 현대차와 기아는 해외에서 판매하는 주력 제품이 모두 10년 넘게 만들어온 차가 대부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부품 공급이나 생산 공정이 최적화되어 있어 비슷한 가격에 팔아도 다른 기업보다 더 수익성이 좋은 구조인 것이다.
현대차와 기아는 실적 상승세가 꺾일 것이란 전망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최대 시장인 미국 경제가 호조를 보였고 미국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것이 비관적인 전망을 넘어선 요인이 됐다는 평가다.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올렸음에도 올해 목표를 더 높게 정했다. 세계적인 전기차 시장 둔화에도 최대 시장인 미국 소비가 견조하게 이어지고 내연기관차와 하이브리드 판매가 지역별로 더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기 때문이다. 전기차 수요가 줄면서 배터리 가격이 내려가며 재료비가 줄고 연초 환율이 1달러당 1,300원을 계속 웃돌고 있는 것도 수입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자동차 업계 안팎에서는 경기 침체의 강도가 예상보다 더 강할 경우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전기차 시장 침체가 이어지는 것도 주요 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