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을 넘어선 Sportsmanship
국경을 넘어선 우정…이상화, 고다이라 나오
[해외특파원 1기 | 이준서 기자] 요미우리신문은 ‘이상화의 눈물에 감동 커져…우정에 국경이란 없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전날 고다이라 선수의 부진한 경기 결과에 친구 이상화가 눈물을 흘렸다고 전했다.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고다이라 선수는 전날 중국 베이징 겨울올림픽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500m 경기에서 17위를 했다. 고다이라는 경기가 끝난 후 “첫 걸음에 왼발이 걸려 버려 앞이 새하얘졌다. 이를 바로잡지 못했다”면서 아쉬워했다.
이날 KBS 해설위원으로 이를 중계하던 이상화는 아쉬운 결과에 울먹이며 “무거운 왕관의 무게를 이겨낼 줄 알았는데, 심리적인 압박이 정말 컸던 것 같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상화와 고다이라는 고등학생 때 한·일 스포츠 친선교류에서 만나 오랜 기간 우정을 쌓아왔다. 이상화는 여러 인터뷰에서 “나오가 먼저 말을 걸어주었다. 나오는 인간성이 훌륭하고, 배려가 있고, 승부 감각도 뛰어나다”며 칭찬하기도 했다.
두 사람의 우정이 널리 알려진 건 지난 평창 동계올림픽이었다. 당시 여자 500m에서 1등을 한 고다이라가 2위로 결승선을 통과한 이상화에게 다가가 안아주며 위로하는 모습은 지켜보는 사람들을 뭉클하게 하며 평창올림픽 최고의 명장면으로 꼽혔다.
스피드 스케이트 여자 500m는 이상화 해설위원이 2010년 밴쿠버와 2014년 소치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2018년 평창에서는 은메달을 차지한 종목이다. 고다이라는 평창에서 이 종목 첫 금메달을 따냈다.
이상화는 평창올림픽 후 은퇴했으나 고다이라는 고관절 통증에 시달리면서도 베이징올림픽을 준비했다. 고다이라는 이날 경기 후 “상화가 경쟁하지 않는 가운데서도 ‘나오라면 할 수 있다’고 응원을 해줘 마음이 든든했다”면서 “상화가 2연패 했을 때처럼은 잘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서 고다이라 나오 선수는 이상화와의 인연에 대해 이야기 하였다. 이상화는 첫 만남 때부터 ‘센파이(선배)’가 아닌 ‘나오’라고 편하게 불렀고 고다이라는 그런 이상화를 귀여워해주며 오랜 시간 서로를 응원했다. 이상화는 “오랜만에 만나도 어제 만난 것처럼, 같이 있던 것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고다이라도 “베이징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마침 상화의 응원 덕분에 조금 희망이 보였다. 상화와 팬들 앞에서 스케이트를 잘 탈 수 있겠구나 싶어 출전을 하게 됐다”며 눈물을 보였다. 이상화는 고다이라에게 “이제는 조금 내려놓고 자신을 여유 있게 만들었으면 좋겠다”며 서로 얼굴을 맞대고 ‘셀카’를 찍었다.
이상화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린 뒤 “4년 만에 재회. 보고 싶었잖아!!! 영원한 라이벌이자 동료였던, 그리고 나를 평창 겨울올림픽 때까지 갈 수 있게 해준 원동력이자 버팀목이었던 영원한 내 친구 올림픽 챔프”라는 글을 올리며 진한 애정을 또 한 번 보여줬다. 고다이라는 한국어로 “드디어 만났네. 기뻤어”라고 첫 답글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