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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 국내산업,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객원 에디터 9기 / 정호진 기자] 구글 지도는 해외에서는 자주 사용되고 있지만, 한국을 여행하는 외국인 여행객들은 구글 지도 사용이 어렵다. 실제로 구글 지도에서 경복궁을 검색해도 도보 경로는 ‘길을 찾을 수 없다’고 나온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에서 구글이 상대적으로 정밀도가 낮은 지도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IT 회사인 구글은 석 달 전, 구글 지도 서비스 기능 강화를 위해 한국 정부에 2007년부터 2016년까지의 고정밀 지도 데이터의 해외 반출을 요청했다. 하지만 정부는 국가 안보에 대한 우려를 이유로 두 차례 이를 거부하였으나 이 데이터가 최근 한·미 협상의 카드로 언급되면서, 지난 3월 4일 국토지리정보원(국지원)은 5월 15일까지 측량성과 국외 반출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협의체를 구성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현행법상 결정 기한은 1회(영업일 기준 60일) 연장 가능하여, 연장 시 최종 기한은 8월 8일이다. 기한이 열흘가량 남은 상황에서 국무총리, 국방부 등 부처 수장 부재와 정치적 상황 등을 고려하면, 기한 연장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구글이 이번에 국토지리정보원에 요구한 반출 허가는 1:5,000 축척의 고정밀 지도이다. 지금까지 구글은 1:25,000 축척 지도로 구글맵 서비스를 제공해 왔으나, 이는 정밀도가 낮아 대중교통 안내 등 주요 서비스를 제대로 제공하기 어려웠다. 반면 1:5,000 축척의 고정밀 지도를 사용하면 50m 거리를 지도상 1cm로 표현할 수 있어, 골목길까지 상세하게 안내가 가능하다. 이 정밀지도는 자율주행, 도시계획 등에 적극 활용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반출 요청이 과거보다 더 강력한 이유를 갖는다고 본다. 자율주행, 디지털 트윈, 스마트시티 등 관련 산업이 고도화되면서 공간 데이터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기 때문이다.
한편, 구글 같은 글로벌 기업이 국내 AI·자율주행 산업 및 지도 서비스 시장을 장악할 가능성에 대한 경계심도 크다. 전문가들은 가장 큰 문제로 안보 문제를 지적한다. 국내 앱들과 달리, 구글 지도는 발전소나 군부대 등 주요 보안시설을 가리지 않는다. 물론 구글이 보안시설을 가리겠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우려는 남아 있다.
또한 서울시는 지난 4월 24일, 국내 택시·대리운전 업계 등 관련 업종 일자리에 타격이 있을 수 있다며 고정밀 지도 반출에 대해 우려의 입장을 중앙부처에 전달했다. 경실련은 수조 원을 들여 제작한 고정밀 지도 데이터를 반출할 경우, 세금을 성실히 납부해 온 국내 기업에 대한 역차별이라고 지적했다. 소공연 또한 4월 30일, 통상적인 지도 기능은 1:25,000 축척 지도로도 충분하다는 업계의 설명이 있음에도, 고정밀 지도 반출 요구는 구글 맵 서비스뿐 아니라 자율주행 등 타 산업 활용을 위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았다.
구글의 고정밀 지도 반출 요청을 두고, 이를 디지털 영토 주권 침해로 보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T)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정밀 지도의 해외 이전 문제는 단순한 기술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디지털 자율성과 전략 산업 보호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반영된 사안이며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직 정부가 구글의 반출 요청을 허가하지는 않았지만, 만약 관세 협상과 맞물려 허가된다면 디지털 주권을 해외에 넘기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