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

광해군의 중립외교

광해군의 중립외교를 우리나라의 상황에 대입해 본다면?

<Illustration by Jiyun Kim>

[객원 에디터 3기 /유수임 기자] 광해군의 중립 외교 정책을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에 대입해 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난처한 상황에 처해 있다. 안보는 물론이고 두 나라 모두에게 무역과 금융을 많이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한쪽을 포기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럴 때는 국익을 위해 두 나라 모두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중립외교가 필요한 때이다.

실제로 “영구 중립국” 이라고도 불리는 스위스는 무장 중립을 유지하여 자기 자신의 안전도 지키고, 다른 나라 사이의 전쟁에도 참여하지 않아서 대부분의 국가와 사이가 좋은 편이다. 이런 식으로 적당히 중립을 유지하면 나라의 안전, 이익, 다른 나라와의 관계도 지킬 수 있다. 중국과 미국은 모두 우리나라에게 경제적인 도움 등 여러 도움을 주고 있으므로 없어서는 안 될 나라들이다. 이런 난처한 외교 상황에서 광해군의 선견지명이 담긴 중립 외교 정책을 사용한다면 굳이 사이가 나쁜 나라를 만들지 않아도 적당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광해군이 왕이 되었을 때는 중국의 상황이 매우 혼란스러웠다. 조선이 충성을 다하던 명나라는 쇠퇴하고, 후금(청나라)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었다. 이때, 후금과 명나라 사이에 전쟁이 일어났고, 명나라는 당연히 조선에 도움을 요청한다. 그때 광해군이 중립 외교를 하게 된 것이다. 명나라는 충성을 다하던 나라이지만 약해지고 있고, 후금은 ‘오랑캐의 나라’라고 부를 만큼 무시하고 있었지만 점점 더 강해지고 있으니 그 상황에서 광해군은 그 두 나라와 사이가 틀어지지 않기 위해 중립 외교를 했다. 명나라에 지원을 하되, 이길 정도로 온 힘을 다해 싸우지 말라는 명을 내렸고, 후금에 가서는 전쟁에 참여하는 것이 조선의 뜻이 아니라고 설명을 했다. 이에 명나라에 무조건 충성을 바치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던 다른 사대부들은 국제 정세를 파악하지 못해 광해군의 중립 외교 정책을 비판하였다.

당시 사대부는 중립 외교가 명나라를 배신하는 일이라고 하며 반대했다. 중립 외교는 실제로 그 당시에 조선의 외교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었다. 이미 약해진 나라인 명나라보다는 점점 강해지고 있는 나라인 후금을 돕는 것이 훨씬 더 많은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선견지명을 가지고 있던 광해군은 자신을 음해하던 사대부들이 일으킨 반란으로 폐위당하고, 그 다음 왕인 인조는 명나라에 대한 충성을 지키기 위해 군대를 보낸다. 점점 쇠퇴하고 있었던 명나라는 후금의 공격을 이겨내지 못하고 전쟁에서 패하고, 결국에는 멸망하게 된다. 조선도 후금과 여러 전쟁을 겪고 나중에는 삼전도의 굴욕까지 경험하게 되는데, 광해군의 현실적이고 현명한 중립 외교 정책을 따랐다면 그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

세계화 시대에서 국가 간의 긴밀한 관계는 중요하다. 500년전 광해군의 중립외교 역사를 기억해 지금 외교상황에 참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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