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상은 과학일까? 미신일까?

< Illustration by Yujin Jeon 2007(전유진) >

얼굴이 말하는 운명과 과학의 교차점

[객원에디터 9기 / 김지수 기자] “역시 관상은 과학”. 범죄자의 얼굴이 언론에 공개될 때면 종종 따라붙는 말이다. 마치 겉모습만으로도 범죄를 저지를 것 같은 인상을 준다는 의미다. 과거 삼성 등 일부 국내 기업은 채용 과정에서 ‘관상 면접관’을 배치해 지원자의 적합성을 판단하기도 했다. 이처럼 관상은 오랫동안 사람들의 관심과 신뢰를 받아왔다. 그렇다면 관상은 과학적 근거를 갖춘 분야일까? 정말 ‘범죄를 저지를 얼굴’이 존재하는 것일까?

관상학은 얼굴의 형태와 이목구비 배치를 근거로 사람의 성격, 능력, 심지어 운명까지 예측하는 학문이다. 그 기원은 중국 춘추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진나라의 고포자경이 공자의 얼굴을 보고 장차 큰 인물이 될 것이라 예언했다는 일화가 대표적이다. 이후 남북조시대 달마가 저술한 ‘달마상법’과 송나라 때 마의도사의 ‘마의상법’을 거치며 관상학의 체계가 확립되었다. 한국에는 신라 선덕여왕 시기에 전해졌다.

흥미롭게도, 외모로 성격을 분석하려는 시도는 동양뿐 아니라 서양에서도 있었다. 19세기에는 두개골 형태가 지능과 성격을 결정한다고 주장하는 ‘골상학’이 유행했다. 또 과거 많은 이들에게 공포를 안겼던 ‘우생학’ 역시 표면적인 특징만으로 사람을 판단한다는 점에서 관상학과 본질적으로 비슷하다. 우생학은 인류를 더 나은 종으로 개량하겠다는 명목의 유사 과학으로, 대표적 사례로는 나치 독일이 범죄자나 빈곤층, 장애인, 유대인 등을 강제로 거세하거나 학살한 홀로코스트를 들 수 있다.

일부는 관상이 오랜 세월 누적된 경험과 관찰에 기반했기에 완전히 무시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사람이 살아오면서 겪은 환경과 경험에 따라 외모가 달라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예를 들어 햇볕 아래서 일하는 사람과 사무실에서 일하는 사람의 피부색이 다른 것처럼 말이다. 이러한 외적 차이로 직업을 짐작하는 수준을 넘어, 성격이나 운명,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과학적 근거가 없는 주장이다. 역사적으로도 관상학이 체계적인 표본 추출이나 과학적 분석을 거쳐 성립되었다는 증거는 없다.

조선비즈 정재훤 기사는 이를 검증하기 위해 동일한 머리 모양과 복장을 한 채 세 명의 관상가를 각각 찾아갔다. A 관상가는 “눈썹이 짙고 곧아 좋은 관상”이라며 “공무원이나 정치인 같은 관직이 어울린다”라고 평했다. 반면 B 관상가는 “잔털이 많고 끝이 흐려 좋은 눈썹이 아니다”라며 “예체능 계통이나 교육 직종에 적합하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C 관상가는 “예술성이 보이는 관상”이라며 “관직에 있으면 답답함을 느낄 것”이라고 해석했다. 같은 얼굴을 보고도 세 관상가의 해석은 완전히 달랐다.

심리학 전문가들은 사람들이 관상을 보고 타인의 성품을 판단한다고 믿지만, 실제로는 기존에 가지고 있던 정보와 선입견이 판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한다. 특히 범죄자의 경우, ‘악인’이라는 꼬리표가 먼저 작용해, 얼굴에서 범죄성을 읽어낸 듯 착각하는 ‘역시 관상은 과학’이라는 인지 오류를 범하기 쉽다. 여기에 정보 확산 속도가 빠른 인터넷 환경에서는 비전문가의 소수 의견에도 동조 효과가 쉽게 일어나 다수 의견으로 확산되는 경우도 자주 발생한다.

‘인상’과 ‘관상’은 명확히 구분해 사용해야 한다. 사람들에게 호감을 주는 얼굴형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관상학처럼 그 호감이나 이미지를 넘어 알 수 없는 운명이나 미래까지 예측하는 것은 부당하며 비과학적이다. 예를 들어, 외모가 매력적인 사람에게 ‘예쁘다’라고 표현하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바람피울 관상’이라는 식의 발언은 피해야 한다.

또한 관상 같은 유사 과학의 영향력은 종종 과소평가된다. 어린아이에게 “넌 이런 관상이니 이 직업이 어울릴 거야”라는 말을 지속적으로 들려주면, 이는 아이의 잠재의식에 깊이 각인돼 진로 선택이나 자아 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예를 들어, 키가 작은 아이에게 “키 큰 사람만이 대기업 사장이 될 수 있다”라고 반복한다면, 그 아이는 기업가가 되겠다는 꿈 자체를 포기할 가능성이 크다.

관상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일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 얼굴 생김새만으로 사람을 평가하거나 차별하는 것은, 마치 피부색을 이유로 차별하는 것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관상은 단순한 재미로 참고할 수는 있지만, 운명을 결정하거나 사람의 가치를 판단하는 절대적인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 따라서 관상을 진지하게 다루려다간, 의도치 않게 누군가를 차별하거나 상처를 주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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