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동물들도 꿈을 꿀까?
렘수면이 무엇일까?
동물도 꿈을 꿀 수도 있다는 과학적 증거
[객원 에디터 7기 / 김려원 기자] 꿈이란 무엇일까? 대한수면의학회에 따르면 꿈은 사람이 잠에 들면서 두뇌의 행동이 줄어들고 동시에 조용하고 평화로운 상태로 들어가 시간이 흐르면서 진전되는 이야기를 시각적으로 경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람들은 잠에 들기 시작하면서 중추신경 내부의 흥분성이 감소하고 뇌의 여러 위치에서 발생하는 흥분들이 다른 영역들로 공유되지 못해 뇌의 통일화되어 있던 상태가 풀리는 상태인 해리 상태에 들어간다. 이때 사람은 생리적으로 꿈을 꾸게 되는데, 잠에 들자마자 꾸게 되는 꿈은 대부분 내용이 짧아 기억에 남지 않고 그대로 깨게 되면 본인이 꿈을 꾸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다. 반면에 REM 수면이 진행되고 있을 때 꾸는 꿈은 더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얘기하는 꿈의 내용은 대부분 이 시기에 꾼 꿈의 내용인 것이다. REM(Rapid Eye Movement) 수면은 이미 ‘렘수면’이라는 단어로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다. 이 기간에 이러한 이름이 붙게 된 이유는 이때 사람들이 잠을 자는 동안 신기할 정도로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숨이 가빠지고 혈압도 오르지만, 근육의 활동성은 가만히 움직이지 않고 유지되기 때문이다.
놀랍게도 이 렘수면 상태와 매우 흡사한 특징들을 거미의 한 종류인 깡충거미에게서도 발견할 수 있었다. 독일 콘스탄츠대의 행동 생태학자 다니엘라 뢰슬러는 새끼 깡충거미들이 거미줄에 매달려 밤을 보내는 모습을 관찰했다. 이때, 연구원들은 거미의 다리가 말리거나, 거미가 줄을 뽑아내는 부위에서 경련이 일어나는 현상들을 목격하게 됐는데 이 행동들이 거미가 렘수면과 비슷한 수면 상태에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거미뿐만 아니라 렘수면은 고양이, 생쥐, 그리고 말과 같은 다양한 포유류에서도 포착되면서 인간만이 이 수면 상태에 들어가는 것은 아니라는 결론이 나왔다.
인간은 렘수면에서 꾼 꿈을 일어났을 때 가장 잘 기억해 낸다. 그럼 과연 다른 동물들도 이때 꿈을 꾸고 기억해 낼 수 있을까? 이 질문은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아직도 확실한 답을 내놓을 수 없다. 왜냐하면 우리는 동물의 언어를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과학자들은 동물들도 꿈을 꾼다는 과학적인 증거들을 찾고 있다. 그중 하나가 위에서 설명한 수면 중 렘수면 때 동물의 신체적 변화이고, 다른 하나는 인간의 수면 중 뇌 활성과의 비교이다.
뢰슬러와 그의 연구팀은 깡충거미의 수면 중 행동들을 관찰한 이후 거미의 망막 회전과 관련된 실험을 했다. 총 34마리의 거미를 카메라로 촬영해 보니 거미들에게서 약 17분 간격으로 렘수면과 비슷해 보이는 상태가 관찰되었다. 렘수면의 이름과 알맞게 안구가 빠르게 움직이는 현상도 렘수면 상태처럼 보일 때만 나타났다. 하지만 몸 흔들기나 다리 뻗기와 같은 다른 행위들을 할 때는 안구의 움직임이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연구팀은 렘수면과 비슷해 보이는 이 상태가 거미가 실제로 수면 중이라는 사실을 증명해 내지는 못했다. 뢰슬러는 이 연구 결과를 통해 거미가 정말 잠을 자고 ‘렘수면처럼 보이는 상태’가 진짜 렘수면으로 밝혀진다면, 거미도 꿈을 꿀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동물이 자는 동안 꿈을 꾸고 있는지 확인하는 방법은 또 있다. 그들이 수면 상태일 때 뇌세포의 전기적, 화학적 활동을 살펴보면 되는 것이다. 2007년 MIT의 과학자 켄웨이 루이스와 매튜 윌슨은 기억의 형성과 처리 등의 역할을 가진 뇌의 해마 부위의 뉴런 활동들을 기록했다. 연구팀은 쥐가 미로를 달리는 동안의 뇌세포 활동과 수면 중 뇌세포 활동을 비교했다. 그리고 이 두 기록에서 동일한 발화 패턴을 발견할 수 있었다. 연구원들은 “마치 쥐들이 잠을 자는 동안에도 마음속으로 미로를 달리는 것과 같다”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실제로 이 결과는 매우 명확해 연구진은 쥐가 꿈속 미로에서의 위치를 유추하고 실제 미로에서의 정확한 위치에 대응할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런 비슷한 실험을 쥐 대신 새를 통해 해 본 결과, 새는 자는 동안의 전기 패턴과 노래를 부를 때의 전기 패턴이 비슷해 연구진은 이 새가 잠을 자는 동안 노래를 연습하고 있었다는 것을 예측했다.
이처럼 인간을 제외한 다른 동물들도 꿈을 꾼다를 뒤받쳐줄 만한 과학적 증거들이 몇 있지만 꿈에 대한 반응이나 꿈의 내용 등 더 자세한 증거가 부족해 아직은 사실을 증명하기는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