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ENCE

공룡이 냉혈 동물이 아니라 온혈 동물이라는 근거 찾아

< PIXABAY 제공 >

[객원 에디터 5기 / 이채은 기자] 공룡은 파충류를 닮은 외형으로 오랜 시간 동안 냉혈 동물로 여겨져 왔다. 냉혈 동물이란 외부의 온도에 따라 체온이 변화하는 동물이다. 대표적인 종으로는 어류, 양서류, 파충류가 있다. 하지만 공룡들이 냉혈 동물로 분류된 와중에 몇몇 전문가와 학자들은 공룡을 온혈 동물로 분류했다. 온혈 동물은 물질대사를 통해 일정한 체온을 유지하는 동물로 인간과 조류, 포유류가 여기에 속한다. 냉혈동물과 온혈동물에 속해 있는 종들을 보면 우리는 공룡을 냉혈동물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이 생각은 틀렸다.

공룡이 온혈동물일지도 모른다는 주장이 나온 것은 1960년대 후반이다. 공룡을 냉혈동물로 분류한 지 150여 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뒷받침할 근거가 부족했다. 그 와중에 현재 조류가 공룡의 후손이라는 학설이 발생하면서 공룡이 온혈동물이라는 주장이 급부상했다. 공룡은 외형상, 또한 특징상 파충류와 조류의 모습이 보인다. 그러하여 공룡이 온혈동물인지 냉혈동물인지에 관한 논쟁은 1970년대까지 이어졌다. 그때부터 많은 연구가 이어졌고 현재는 공룡을 온혈동물로 보는 중이다.

2011년, 과학 학술 잡지 ‘사이언스’에 미국 캘리포니아 공대 지질 및 행성과학과 로버트 이글 박사팀은 공룡 치아의 동위원소 비율을 분석해 체온을 추정해 포유류와 비슷한 37도였다고 발표했다. 이전에는 공룡의 행동이나 뼈의 성장 속도 등을 이용한 간접적인 방법으로 체온을 예상했지만, 연구팀은 뼈나 치아에 존재하는 동위원소의 비율이 온도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이용하여 예상 체온을 구할 수 있었다. 2014년에는 공룡이 냉혈도 온혈도 아닌 중혈동물이라는 주장을 담은 논문이 발표되며 큰 화제가 되었다. 그러나 이 주장에는 앞선 연구와의 모순이 있었기에 공룡이 중혈동물이라는 주장은 큰 지지를 얻지 못했다.

가장 최근, 2022년 ‘네이처’에 미국 예일대를 주축으로 한 연구팀이 초기 공룡은 온혈동물이었고 진화 과정에서 일부 종들이 냉혈동물로 바뀐 것이라 발표했다. 이는 기존 가설과는 완전히 반대되는 주장이다. 연구팀은 화석에 남아있는 유기물을 분석해 대사율에서 체온 유지 시스템을 추측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대사율은 시간 단위 몸무게 당 소모한 산소의 양이므로 대사율이 높다는 것은 산소 호흡을 많이 했다는 말이다. 세포 호흡 과정에서는 활성 산소가 나오고 따라서 대사율이 높을수록 활성 산소가 많이 나온다. 활성 산소는 주변의 생체 분자와 반응해 최종지질산화물로 화합된다. 따라서 화석에 있는 최종지질산화물의 양을 분석하면 당시 공룡들의 대사율을 알 수 있다.

분석 결과 중생대 트리아기에 살았던 초기 공룡들과 이 공룡의 후손들은 온혈동물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 중 일부는 에너지가 많이 드는 비행 능력을 얻으면서 대사율이 높아졌고, 그 후손인 조류는 체온이 높아지게 되었다. 트리아기에 존재했던 익룡 역시 비행 능력 때문에 온도가 높았을 것으로 추정되었다. 그러나 어떤 이유로 온혈동물 메커니즘을 잃어버렸고, 이에 따라 중생대 쥐라기에 번성한 초식동물들은 냉혈동물 메커니즘을 가지게 되었다.

최근 연구 결과에도 완전한 가설과 근거, 바뀌게 된 이유가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는 공룡의 대멸종과 냉혈동물인지 온혈동물인지에 관한 토론의 큰 변환점이 되었다. 지금까지 공룡 대멸종에서 살아남은 조류들이 온혈동물이었기 때문에 살아남았다는 주장이 절대적이었는데 이번 연구 결과로 이것이 틀렸음을 밝힌 것이다. 앞으로의 과학 연구와 기술 발달로 머지않아 긴 토론의 결말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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