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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타임이 사라진 대한민국, 응급실 뺑뺑이는 언제까지?

병원은 병상 부족, 환자는 생명을 위협받는 현실

< OpenAI의 DALL·E 제공 >


[ 객원 에디터 8기 / 태윤진 기자 ] 최근 응급환자들이 병원에 이송되었지만 치료를 받지 못하고 다른 병원으로 옮겨져야 하는 ‘응급실 뺑뺑이’ 현상이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로 인해 환자들이 골든타임, 즉 30분 이내에 필요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급증하고 있다. 2024년 소방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4년 응급실 대란 사례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57% 증가한 3597건에 이른다. 

이에 따른 피해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한 70대 노동자는 공사장에서 추락해 심각한 부상을 입어 병원으로 이송되던 중 안타깝게도 사망에 이르렀다. 이송 과정에서 치료 가능한 병원을 찾지 못하고, 시간만 흘렀기 때문이다. 다른 사례로, 이번 추석 연휴 동안 경련과 구토 증상을 호소한 30대 여성은 구급대에 의해 중증도 ‘레벨 1’로 분류되었으나, 주변 상급병원들이 환자 수용을 거부했다. 이후 92차례 연락에도 불구하고 수용할 병원을 찾지 못한 그녀는 결국 4시간이 지나 심정지로 사망 판정을 받았다. 이와 같은 상황에 대해 대한응급의료의사회는 “많은 응급전문의들이 단순한 육체적 피로를 넘어 환자들의 고통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심리적 부담과 무력감에 정신적인 고통을 겪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응급실 대란의 근본적 원인은 무엇일까? 응급실 뺑뺑이의 가장 큰 원인은 응급실내 인원 문제이다. 응급환자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전문성과 경험을 갖춘 의료진이 필요하지만, 의료진의 낮은 급여와 열악한 근무 환경, 전공의 집단 사직 등 여러 요인들로 인해 병원마다 전문의와 간호사의 수가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그 결과로 의료진의 업무량이 과도하게 많아져 번아웃 증후군이 발생한다. 번아웃은 단순히 피로감이나 스트레스를 넘어, 의료진의 집중력을 저하시키고, 궁극적으로는 환자의 안전에도 심각한 위협을 끼치게 된다. 

두 번째로 심각한 문제는 병상 부족이다. 전국의 대형 병원들이 중환자실과 응급 병상 부족 문제로 환자를 즉시 받아들이지 못하고, 이로 인해 응급차는 한 병원에서 다음 병원으로 이송되며 시간을 낭비하게 된다. 특히, 응급실 병상 사용률이 100%를 넘기는 대형 병원의 경우, 추가 환자를 받을 여유가 전혀 없는 상황이다. 경기도나 서울 지역의 주요 대형 병원들은 중환자를 수용할 병상이 없고, 그나마 있는 병상도 이미 예약된 환자들로 가득 차 있다. 이로 인해 응급실로 온 환자들은 적절한 시기에 치료를 받지 못하고 골든타임을 놓치게 되는 것이다.

현재 정부는 응급실에서 발생하는 ‘뺑뺑이’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여러 가지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정부는 의료 인력의 확충과 함께 필수의료 서비스를 강화하고자 “의대 정원 증원”을 발표했지만, 이는 오히려 문제를 심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확대는 의료의 질을 저하시키고, 충분한 논의 없이 시행된 일방적인 정책”이라며 집단행동에 나섰다. 그들은 단순한 인력 증원이 아니라, 의료 인력의 업무 환경 개선과 의료 서비스 질 향상이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전문가들도 이와 같은 견해를 지지하며, 정부의 정책이 현장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응급환자의 신속한 이송을 위해 광역응급의료상황실을 운영하고, 실시간으로 응급병원 정보를 제공하여 응급환자를 적절히 분류하는 시스템을 강화했다. 의료 인력 보강을 위해 4일부터는 군의관 15명이 응급실에 배치된다. 그러나 의료계와 일부 시민들은 정부의 대책이 현장의 실상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특히, 의사들의 과중한 업무와 부족한 의료 자원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단순한 인력 증원만으로는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응급실의 포화 상태를 해결하기 위해 의료진과 전문가들은 여러 가지 해결책을 제안하고 있다. 첫째, 중증환자를 효과적으로 치료하기 위해 신경외과, 흉부외과 등 수술 의사의 수를 늘려야 한다. 현재 필수진료 의사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정책과 지원이 절실하다. 둘째, 응급실의 배후 진료과 의사들이 떠나지 않도록 근무 환경을 개선하고 이들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배후 진료과가 잘 갖추어져 있어야 응급환자들이 신속하게 치료받을 수 있다. 셋째, 병원 간 전원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 급한 처치 후 다른 병원으로 환자를 쉽게 보낼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함으로써 응급실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응급실 뺑뺑이가 사라지고, 국민들이 언제 어디서든 안전하게 치료받을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을까? 현재는 정부와 병원의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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