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ENCE

겨울잠 자는 다람쥐, 백내장 치료법 안다

다람쥐에서 백내장 치료 가능한 단백질 발견
비수술 치료법으로의 첫 걸음 내뎌

< Illustration by David Kim 2008 >

[객원 에디터 8기/이승원 기자] 많은 사람들은 백내장에 걸려 병원을 찾는다. 백내장은 눈 안 망막에 상이 맺히게 하는 수정체 색이 탁해지는 질병이다. 수정체가 탁해지면 앞에 물체들이 뿌옇게 보인다. 백내장은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하나는 원인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선천적 백내장이고, 다른 하나는 노화로 발병되는 후천적 백내장이다. 

백내장 치료법은 외적으로 수술을 하는 것이었는데 최근에 나온 논문에서는 수술 없이 백내장을 치료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다람쥐가 동면할 때 생기는 눈의 반점을 통해 단서를 얻어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제 백내장이 약물로 치료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 국립 보건 연구원(NIH) 연구팀은 열세줄 땅다람쥐의 동면을 연구한 후 수술 없이 백내장을 치료할 수 있는 단백질을 발견했다는 연구 내용을 국제 학술지 ‘임상연구저널’에 지난달 18일 발표했다. 연구팀이 연구한 동물은 열세줄 땅다람쥐(Ictidomys tridecemlineatus)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13개의 줄이 옆구리에 있다. 보통 북아메리카의 초원과 대초원에서 서식하고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동면한다.

다람쥐들은 보통 체온이 16도까지 내려가면 자연스럽게 뇌의 연결이 끊기면서 동면에 빠진다. 이때 체온이 점점 떨어지다가, 다시 동면에서 깨어나면 체온과 함께 뇌활동도 다시 시작된다. 열세줄 땅다람쥐는 동면에 빠진 후, 약 체온이 3.9도까지 떨어졌을 때 눈에 동그란 반점이 생기기 시작한다. 다람쥐가 동면에서 깨기 전 체온이 오를 때 반점이 함께 사라지는 것도 연구팀이 확인했다. 

해당 반점의 정체를 알아내기 위해 다람쥐를 더 면밀히 조사했다. 겨울잠 자는 열세줄 땅다람쥐의 수정체에서는 크리스탈린 단백질의 변화가 발견됐다. 크리스탈린은 수정체 속 단백질의 약 90%를 차지한다. 백내장이 발생하는 이유도 크리스탈린의 성질이 변하기 때문이다. 이 변형이 열세줄 땅다람쥐가 겨울잠에 빠져 있을 때도 발견되었다. 동일한 현상이 다른 설치류에서도 발견됐지만, 열세줄 땅다람쥐의 회복 속도가 가장 빨랐다.

연구팀은 열세줄 땅다람쥐의 수정체 세포를 채취해 단백질을 분석했다. 그 결과, 다람쥐의 수정체에 있는 크리스탈린 단백질 안에 ‘RNF114’라는 단백질이 있었다. RNF114는 수명이 다한 단백질이나 손상된 단백질을 분해하는 시스템이 작용한다. 열세줄 땅다람쥐가 동면에서 깬 후에는 손상된 부분을 RNF114가 분해시키는 것이다. 

RNF114 단백질은 생쥐를 대상으로 한 비임상실험에서도 효과를 보였다. 연구팀이 생쥐의 눈에 RNF114 단백질을 넣어 백내장을 일으킨 후 관찰했다. 13일 후에 약 95%의 실험체들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인간과 유전적으로 비슷한 열대어류의 한 종은 약 12시간 만에 백내장이 치료됐다. 

이번 연구는 백내장을 수술이 아닌 방법으로 치료할 수 있는 첫걸음을 내딘 결과였다. 고령화 시대에 따라 한국에도 약 160만 명의 백내장 환자가 있으며, 점점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백내장 수술 시간은 10분으로, 짧은 편이지만 재발률도 높을뿐더러 안구 내에 염증이 생길 수도 있다. 또한, 수정체를 감싼 ‘후낭’이라는 부분이 파열될 수 있다. 이러한 부작용으로 이번 연구 결과가 더 많은 집중을 받고 있다.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연구에 참여한 싱차오 센투 중국 저장대 수석 연구원은 “세계 일부 지역에서는 백내장 수술을 받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다”며 “RNF114는 백내장을 위한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는 큰 가능성을 열어둘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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