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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단과의 전쟁’  엘살바도르, 갱단 메시지 전파 처벌법 논란

엘살바도르 언론 처벌법, 언론 통제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어

하루에 62건의 살인 사건 발생, 약 6천 명 갱단 용의자들 검거

부켈레 대통령 “국제 사회가 수감자들이 걱정된다면 직접 와서 음식 갖다주라”

<Illustration by Yeony Jung>

[위즈덤 아고라 / 우연주 기자] 갱단에 의한 살인사건 급증으로 비상사태가 선포된 엘살바도르에서 강력 범죄와 전쟁을 선포한 부켈레 정권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갱단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엘살바도르는 범죄조직의 메시지를 전파한 언론을 처벌하는 법을 마련했다. 하지만 언론단체들은 언론 통제의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엘살바도르 국회는 “일반 국민에 불안과 공포를 조장할 수 있는 범죄조직의 메시지를 재생산하거나 전파”하는 자에 징역 10∼15년형의 처벌이 가능하게 하는 형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고 밝혔다. 라디오와 TV, 인쇄 매체와 디지털 매체 등 모든 언론도 대상이 된다. 

그러나, 해당 형법 개정안은 전파가 금지된 메시지의 범위 등은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았다. 현재 갱단의 통제를 설명하거나 갱단에 대한 정보를 전하는 등 단순히 갱단 범죄를 보도하는 과정마저 처벌 사유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엘살바도르언론인협회는 6일 성명을 내고 “이번 개정안은 명백한 언론 검열 시도라고 본다”며 “많은 주민이 갱단 통제하에 살아가는 현실을 언론이 보도할 수 없게 하면 진실에 충실하지 않은 허상만 만드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부켈레 정부는 이전에도 정부에 비판적인 기사를 쓴 언론인들을 스파이웨어로 감시한다는 의혹을 받는 등 언론 기능을 위축시킨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MS-13′(마라 살바트루차), ‘바리오 18’ 등 악명 높은 범죄조직들 탓에 치안이 좋지 않은 엘살바도르에서 지난 26일 하루에만 62건의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정부는 지금까지 6천 명 넘는 갱단 조직원 용의자들을 무더기로 검거하고, 이들에 대한 처벌 수위도 5배로 대폭 상향했다. 비상사태가 선포되면서 엘살바도르에선 집회의 자유 등 헌법상에 보장된 국민 권리가 제한되고 공권력이 강화돼 영장 없는 체포나 휴대전화 수색 등이 가능해졌다.

그러나 비상사태를 이유로 갱단 조직원이 아닌 이들도 증거 없이 검거해 실적을 올리고 있다는 의혹도 나왔으며, 교도소 음식 제공 축소 등의 조치를 놓고도 인권 침해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살인사건 급증에 비상사태를 선포한 중미 엘살바도르가 이후 갱단 조직원 수백 명을 무더기로 잡아들였다.

<부켈레 대통령 트위터 갈무리>

부켈레 대통령은 “국제 사회가 수감자들이 걱정된다면 와서 음식을 갖다 주라”며 “난 이 테러리스트들을 먹이려고 학교에 쓸 예산을 빼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치 아웃사이더였던 1981년 생,부켈레 대통령은 2019년 취임 이후 갱단과의 전쟁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실제로 지난해 살인 건수를 1992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뜨리는 성과를 냈고 이에 힘입어 높은 지지율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미국 재무부는 그가 범죄 건수를 줄이기 위해 갱단들에게 특혜를 제공하며 뒤에서 거래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또한 부켈레 대통령은 세금으로 암호화폐 비트코인을 사들였지만 현재 가치로 약 14%의 손실을 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외신의 보도가 나오면서 국제 사회는 부켈레 정부를 비판하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최근 부켈레 정권의 비상사태 선포와 법 개정 등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성명에서 “조폭들은 엘살바도르와 미국의 국가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면서도 “우리는 엘살바도르가 언론의 자유를 포함한 정당한 시민의 자유를 보호하는 동시에 이 위협을 해결할 것을 촉구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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