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ENCE

갑작스러운 배터리열 발생 원인, ‘열폭주’ 해결 방안 찾았다

 < OpenAI의 DALL·E 제공 >

[객원 에디터 7기 / 이승원 기자] 이번 달 1일, 인천 서구의 한 아파트의 지하 주차장에서 전기차에 큰 화재가 발생했다. 이 화재는 무려 8시간 동안 지속되며 주변의 차량에도 불을 옮기거나 그을음을 남겼다. 또한 화재로 인해 수도와 전기 공급에 문제가 생기면서 아파트 주민들이 대피하여 임시 피난처에서 생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차는 배터리를 이용하면서 열폭주 현상이 흔히 발생한다. 열폭주란 과충전, 장시간 사용, 물리적 손상 등으로 인해 특정 온도로 도달하게 되면 내부 화학반응이 비정상적으로 활성화되면서 온도가 섭씨 1,000도 이상에 달하는 현상이다. 특히 배터리에서는 내부 압력이 증가하게 되면서 가연성 물질의 분리막에 손상이 생길 뿐만 아니라 가연성 물질이 기화되고 분출된다. 이때 올라간 열과 가연성 물질이 만나며 점점 화재가 확산하여 가는 것이다.

열폭주는 리튬 전극들이 소진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진압 방식이다. 만약 물을 더 뿌리게 되면 화재가 더욱 번지므로 진압이 힘든 화재 중 하나이다.

< “인천 청라 지하주차장 전기차 화재 합동감식[뉴시스Pic],” 뉴시스, 2024.08.02 수정, 2024.8.13 접속, https://www.newsis.com/view/NISX20240802_0002836049#. >

이러한 화재를 국내 연구진이 원인을 규명하고, 음극 코팅을 통해 열폭주를 억제할 방법을 밝혀냈다. 임종우 서울대 화학부 교수팀, 김원배 포스텍(POSTECH) 교수팀, 삼성 SDI 연구팀이 공동으로 진행한 연구는 하이니켈 양극재를 주력으로 하는 국내 배터리 기업들의 경쟁성을 높일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현재 대부분의 전기차의 배터리들은 리튬이온 배터리이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니켈 함량이 80~90% 정도로 하이니켈 계열이 많이 사용되고 있다. 배터리에서 니켈은 함량이 많을수록 장거리 주행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존재하지만, 열폭주에 취약하다는 약점이 있다. 

짧은 시간 내에 일어나는 열폭주는 메커니즘 분석 난이도가 높고 배터리 단위인 셀(cell)이 밀폐되어 있어 안쪽의 물질이 화학적으로 어떻게 반응하는지 확인이 어려웠다. 연구팀은 포항 방사광 가속기 기반 X선 회절 기법과 질량 측정을 사용해 배터리셀 내부에서의 화학반응을 관찰하는 것에 성공했다. 연구를 수행한 서울대 조수근 연구원에 따르면 포항 방사광 가속기는 기존 X선보다 10만 배 밝은 빛을 사용하며, 이에 따라 작은 분자 간의 반응을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팀에 따르면 “양극재와 흑연 음극 사이에서 중대한 발열이 발생하고, 그에 의해 생성된 산소와 이산화탄소가 리튬과 반응하여 급격한 열 상승이 발생”이 열폭주의 주요한 원인이었다. 

또한 연구팀은 열폭주를 일으키는 원인을 막기 위해 산소와 이산화탄소를 막아주는 알루미나를 음극 표면에 얇게 코팅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알루미나는 이전부터 산소와 이산화탄소 반응을 잘 막기 위한 높은 온도에서도 안정되었다고 알려져 있었다. 조 연구원은 “알루미나 코팅으로 산소 기체 발생이 억제되어 양극과 음극 사이의 교환반응인 ‘자가 증폭 루프’를 차단할 수 있었고, 열폭주도 성공적으로 억제되었다”며 “200도 이상에서 나타났던 열 폭주 현상은 알루미나 코팅으로 억제되는 것을 확인했다. 화재 진압을 위한 골든타임을 늘릴 수 있을 것”이라며 미래에 알루미나를 적용했을 경우에 열폭주를 억제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표했다. 

이 연구는 니켈 함량 88%인 배터리를 이용하여 확인했다. 현재 가장 높다고 알려진 니켈 함량은 91%이다. 이에 대해 조 연구원은 “니켈 함량이 높아질수록 배터리 에너지 저장 용량이 높아지는 만큼 더 높은 니켈 함량을 가진 배터리에서도 조사해 볼 것”이라고 더 나아간 연구 소식을 전하는 동시에 “열폭주 위험이 큰 오래된 배터리를 사용해 안정성 테스트를 지속적으로 할 것”이라며 안정성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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